일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의 한가지인 다도(茶道)는 14세기에 성립된 이래로 진행방식을 양식화하고, 다도를 전문직종으로 삼는 이에모토를 중심으로 다인 조직이 형성되어 고유한
문화체제를 구축하여 왔다. 차물을 끓이는 가마, 차를 타는 다완(茶碗) 등의 다도구(茶道具), ...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의 한가지인 다도(茶道)는 14세기에 성립된 이래로 진행방식을 양식화하고, 다도를 전문직종으로 삼는 이에모토를 중심으로 다인 조직이 형성되어 고유한
문화체제를 구축하여 왔다. 차물을 끓이는 가마, 차를 타는 다완(茶碗) 등의 다도구(茶道具), 손님을 모시는 다실(茶室) 등 물질적인 요소를 비롯하여, 절차와 격식 등의 진행방식, 그리고 다도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수많은 담론 등으로 구성되는 일종의 문화체제인 다도는 오늘날에도 일본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중요한 전통문화로써 기능하고 있다.
본고는 오늘날 한국과 일본에서 사회적 또는 국가적 관심이 되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문화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다도가 긍정적으로 해석되며 실용적으로 응용되고 있는 현상을 현장연구를 통하여 규명하고자 함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일본의 전통문화의 한가지인 다도는 무사계층 사이에 성립된 후 차츰 조닌계층으로 확산되어 근대 이후 일반이 향유하기에 이르게 되는데, 가치관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서 봉건적 제도 혹은 전근대적 유산이자 타파의 대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다도는 소중한 전통문화로써 다도를 향유하는 과정 그 자체는 문화산업의 일부가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다도에 깊은 관심을 가진 필자로써 다도가 지닌 문화산업의 여러 영역에 활용되는 창작의 소재(one source multi-use)라는 효용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일본의 총리관저에서 「아시아 게이트웨이(Asia Gateway)전략회의」의 주제는 「일본문화산업전략」으로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감성이 풍부한 토양을 충실하게 함과 전략적인 발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이는 문서로 발표되었다. 여기에는 일본정부의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과 목표가 잘 드러나 있다. 여기에는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소프트 파워 정책의 전개와 일본의 상황을 비교하며 전략적인 대처가 필요하며, 동시에 일본이 「문화자원 대국」이라는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문화자원이란 현대문화는 물론 전통문화 가운데서도, 현대화·산업화를 통해서 새로운 매력을 발신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전통문화로써의 다도가 여기에 포함됨은 물론이다.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산업의 구조가 변화되며 문화의 시대를 향하고 있다는 현상에 대한 인식과 근년의 경제 불황을 완화할 수 있는 분야의 한가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일본의 중요한 문화적 전통이자 각종 재화의 소비를 통하여 구현되는 다도는 문화산업의 요소(source)로써도 기능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다도 자체가 전통문화의 한 장르이면서, 한편으로는 지적재산이자, 상징성을 지니는 다도구라는 생산물을 유통시키며, 다른 문화산업 장르의 창작활동에 요소 혹은 스토리를 제공해준다는 사실이다.
다도는 직접 다도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전통문화를 즐기며 아이덴티티를 누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현지 조사를 통하여 다도에 얽힌 많은 역사, 미의식, 전통, 인물, 수많은 에피소드는 문화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소설, 연극, 영화, 드라마, 만화, 음악, 게임, 광고 등의 장르 속에서 재해석되거나 왜곡되기도 하지만, 원래 소스가 해체되거나 응용되는 과정을 통하여 일본의 문화산업의 창작 혹은 생산활동에 매우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구체적인 양상과 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도가 이처럼 다양한 문화산업 영역에 소스로 활용될 수 있는 이유는,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 다도 자체나 다도에 관련된 인물에 관한 에피소드가 축적되어 창작물의 스토리를 구성하데 다양한 소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구체적인 행위나 다실이나 다도구라는 물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이는 공장생산품과는 달리 실용성과 상징성을 겸비한 창조적인 생산품이며 일종의 기호품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문화산업의 산물로서의 특성을 띠우게 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많은 전통문화 영역 가운데서 다도분야에 한정하여 현상의 수집 정리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여기 다도전통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수집된 자료와 정리된 성과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일본의 전통문화가 문화산업의 각부문에서 활용되는 현상에 대한 심층적 연구에 응용되리라 기대한다. 나아가, 한국의 문화산업에 있어서 전통문화의 활용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