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소위 정도부사의 구체적인 결합 관계를 실제 언어 자료(corpus)를 통하여 살피는 데에 있다. ‘아주, 매우, 몹시, 무척, 심히, 유난히, 상당히, 꽤’ 등의 정도부사는 여느 부사들과는 달리 다양한 성분을 수식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용언의 하나인 형 ...
이 연구의 목적은 소위 정도부사의 구체적인 결합 관계를 실제 언어 자료(corpus)를 통하여 살피는 데에 있다. ‘아주, 매우, 몹시, 무척, 심히, 유난히, 상당히, 꽤’ 등의 정도부사는 여느 부사들과는 달리 다양한 성분을 수식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용언의 하나인 형용사는 물론이고, 명사, 관형사, 부사 등과 어울릴 수 있으며 심지어는 일부 동사와도 결합이 가능하다(아주 아름답다[형용사 수식], 아주 효자이다[명사 수식], 아주 새 모자[관형사 수식], 아주 빨리 달리다[부사 수식], 물이 아주 썩었다[동사 수식]). 부사의 주된 수식 기능은 주로 용언류를 수식하는 것인데, 정도부사의 경우에는 용언 이외에도 다양한 성분들과 어울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결합 관계를 일반화시키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가령 명사와 결합한다고 했지만 모든 명사와 결합이 가능한 것이 아니며, 관형사와도 일부 유형과만 결합이 가능하고, 다른 부사를 수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의미는 거의 유사하지만 어휘의 특성에 따라 다른 결합 관계를 보이기도 한다(매우 쳐라/*아주 쳐라). 종전의 정도부사와 관련된 논의에서는 이런 개별 어휘들의 차이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으며, 일부 사례를 제시하거나 어휘 의미를 바탕으로 유형화 수준에서 논의되어 왔다. 구체적인 어휘별 결합 제약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못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정도부사의 구체적인 결합 양상을 실제 말뭉치를 통하여 분석함으로써 한국어 교육이나 사전 편찬, 언어정보처리 분야 등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정도부사는 주로 형용사와 어울리고, 관형사와 다른 부사를 수식할 수 있으며, 일부의 경우에는 동작동사와도 결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설명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정도부사는 상당히 다양한 범주나 형태들과 결합하여 수식 관계를 이룬다. 그런데 그 구체적인 어울림 관계는 어휘별로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정도부사는 형용사류와는 결합이 자유롭다는 공통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품사들과는 결합 양상이 다르다. 어떤 정도부사는 동사, 명사, 관형사와 폭넓은 결합 관계를 보여주지만, 어떤 부사들은 그 결합이 비교적 제약된 모습을 보여준다(아주 {애국자이다/ 새 모자 / 영원히...}/*심히 {애국자이다/새 모자 / 영원히}). 또한 비교적 자유롭게 결합이 가능한 경우라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어휘와 결합이 가능한가 하는 점에서는 어휘별로 차이가 난다. 가령 대표적인 정도부사인 ‘아주’와 ‘매우’를 보면, ‘아주 가다/떠나다’는 가능하지만 ‘*매우 가다/떠나다’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아주 쳐라’는 불가능하지만 ‘매우 쳐라’는 가능하다. ‘아주 옛 일’은 가능하지만 ‘*매우 옛 일’은 결합이 어색하다. 이러한 결합 관계에 대한 정보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 활용이 가능한 정보가 되려면 어휘별로 그 구체적인 결합 관계가 세밀히 분석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실제 코퍼스를 대상으로 정도부사의 사용 빈도 등을 추출하고 그 용례를 검토하여 실제 결합 양상을 검토할 것이다. 앞서 정도부사 어휘에 따라 결합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남을 언급한 바 있는데,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어떤 사용 양상을 보이는지를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거의 동일한 정도부사라 하더라도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결합 관계에 차이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론적인 결합가능성과는 별도로 정도부사 어휘별로 선호하는 결합 표현이 있게 마련이다. 실제 언어 자료에 나타난 빈도를 추출하여 실제 사용 양상을 정리하면 한국어 교육 분야나 정보학 분야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다. 가령 ‘매우’가 다른 표현보다는 거의 ‘예쁘다’와 결합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이 되면, 가령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는 이러한 호응 표현을 집중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이 실제 언어 생활에서는 가장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국어정보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실제 사용 빈도의 중요성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다양한 자연언어처리 과정에서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데에는 빈도 중심의 통계 정보가 상당히 요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 언어 자료를 바탕으로 한 통계적 고찰은 한국어 교육 분야와 국어 정보학 분야 등 관련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론적인 접근만으로는 실제 활용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