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고골 작품세계에는 비평가나 독자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수께끼 같은 내용과 다양한 모순성과 양면성이 텍스트 표면과 이면에 폭넓게 깔려있다. 텍스트 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혼돈, 불합리, 비이성, 비논리, 황당무계 등은 고골의 독특한 문학 장치다. 그 ...
일반적으로 고골 작품세계에는 비평가나 독자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수께끼 같은 내용과 다양한 모순성과 양면성이 텍스트 표면과 이면에 폭넓게 깔려있다. 텍스트 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혼돈, 불합리, 비이성, 비논리, 황당무계 등은 고골의 독특한 문학 장치다. 그러나 이런 장치 외에 텍스트 이면에는 낭만적, 환상적, 심리적, 그리고 상징적 특징들이 교묘하게 감추어진 채 내재되어 있다.
고골의 대표작 중 하나인 「광인일기 」는 1835년에 출판된 총 16작품으로 구성된 『아라베스끼 Арабески』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리고 「외투」는 1839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최소 8차례 이상 수정을 거쳐 1841년에 완성하여 단행본으로 이듬해 발표되었다. 본 논문은 「광인일기」의 텍스트를 중점적으로 분석하면서 이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고골 문학의 특성과 작가의 의도를 밝히고 「외투」와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고골의 작품세계에는 불합리, 혼돈, 모순, 비논리, 허무, 비극, 희극, 이중성 등이 뒤엉켜진 난해한 세계라고 말한다. 또한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난해한 내용이 담겨 있고, 양면성과 다양성 더 나아가 모순성이 폭 넓게 깔려 있다고도 주장한다. 특히 상징적, 심리학적 요소, 그리고 환상적 낭만주의 요소를 풍부하게 담고 있는 「비이」, 「이반 이바노비치와 이반 니끼포로비치가 어떻게 싸웠는가에 대한 이야기」, 「코」, 「광인일기」 그리고 「외투」가 그러한 작품이고, 그 가운데 「광인일기」가 가장 그러하다. 그런데 고골 작품세계의 텍스트 이면과 문맥을 파악하면서 텍스트의 심층적 분석을 시도할 때,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작품내면에 의도적으로 감추어진 하나의 거대한 맥을 건드리면서 고골 문학관의 본질로 다가서게 된다.
본 논문에서 「광인일기」를 중심으로 하여 「외투」를 비교하며 고찰한 바에 의하면, 후자의 주인공 바쉬마치낀이 외부환경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에 반해 뽀쁘리쉰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바쉬마치낀과 달리 뽀쁘리쉰은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 욕설을 퍼부으며 ― 비록 자신의 내면세계에다 분출하였으나, ― 반응하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 자신을 환상의 세계로 깊게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골은 말을 하고 글을 쓸 줄 아는 개 멧찌와 피델리를 등장시켜 뽀쁘리쉰의 환상을 훌륭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고골의 작품세계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선’이 아니라 ‘정욕과 악’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 두 주인공 역시 부정적 형상의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뽀쁘리쉰은 주변에서 그에게 행하는 ‘악의 요소’들에 대해 ‘선’으로 대응하거나, 현실세계의 정체성을 수용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능동적으로 펼치고, 바쉬마치낀은 소극적으로 방어막인 외투를 사용하여 악의 요소를 내면에서 누리고 있다. 작가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광인일기」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 허물기’라는 고골 특유의 장치를 사용했고, 「외투」에서는 에필로그에서 현실세계로의 유령잠입이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방법을 시도하였다.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두 주인공 가운데 특히 뽀쁘리쉰은 욕망들 가운데 성욕을, 자신의 상상과 텍스트 이면의 상징성을 통해 마음 것 누리고 있다. 대부분 고골 작품에서 욕망에 사로잡힌 등장인물들이 파멸을 맞게 되는 것처럼 뽀쁘리쉰 역시 정신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웃음을 통한 눈물’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