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기(1803-1877)와 담사동(1865-1898)은 그들의 경세방안을 운화와 통사상에 담아 거의 1세대 간격을 두고 전자는 한국의 조선에서 19세기 중반에, 후자는 중국 청말 19세기 후반에 사유의 패러다임을 공유한다. 이들은 공히 격동의 19세기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기철 ...
최한기(1803-1877)와 담사동(1865-1898)은 그들의 경세방안을 운화와 통사상에 담아 거의 1세대 간격을 두고 전자는 한국의 조선에서 19세기 중반에, 후자는 중국 청말 19세기 후반에 사유의 패러다임을 공유한다. 이들은 공히 격동의 19세기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기철학자이면서 경세가인데, 최한기는 운화의 기(氣)를 만물과 만사의 근원으로 보았고 담사동은 통(通)을 제일의 의미로 취하는 인학을 전개한다.
1. 공자 인학(仁學)의 존재론적 전환
최한기의 "기학(氣學)"과 담사동의 "인학(仁學)"은 공히 인학이고, 역시 최한기의 기학 또한 인학이라 말할 수 있다. 이들 철학이 유가철학 발전과정에 나타난 기철학적 사유라는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 최한기는 『기측체의』(1836)에서 ‘통’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다가, 이 개념을 『기학』(1857)과 『인정(人政)』(1860)에서는 ‘운화’에 포괄하여 유행, 변화로 의미로 쓴다. 때로 대상에 대한 인식이나 통달의 의미를 지니는 ‘통’은 『인정』에서 기의 통, 기의 유행, 기의 유연(游衍)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교인문(敎人門)) 이 같은 맥락으로, 중국의 담사동은 『인학』(1895)에서 유행, 변통, 변화의 의미를 이태(以太, 에테르)의 ‘통’에 포괄시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걸친 폐색상태(閉塞狀態)를 소통의 관계로 전환할 것을 요청한다.
2.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성찰
최한기는 ‘운화’, 특히 일신운화, 교접운화, 통민운화의 삼등운화가 대기운화에 승순함을 가지고 인간과 사회 그리고 우주 자연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그는 ‘기일즉이일(氣一則理一)’이며 ‘기만즉이만(氣萬則理萬)’이라고 하여 보편성과 특수성의 측면에서 운화기를 설명한다. 한편 담사동은 존재실체를 "에테르"로 규정하여 자연과 인간, 자기와 타인, 지역과 지역, 중국과 외국 등 수많은 개체간의 평등상균(平等相均)의 속성을 역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관계의 내재를, 인(仁)이 갖는 본래적 성질로 인식한다.
두 사상가는 각각 우주자연에 존재하는 개체는 모두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니며 등차나 차별을 둘 수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로부터 유가철학은 개체를 중시하는 근대적인 평등개념이 나타나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최한기는 공치(共治)를 말하고 담사동은 민주, 군민공주(君民共主)를 언급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들 두 철학자들은 우주의 변화·운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변통적 역사관을 제시하는데 최한기의 ‘활동운화’, 담사동은 ‘통’의 세계관을 표출하여 변화하는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을 요청한다. 개방적인 세계가 도래하고, 인류의 역사가 점차 진보한다는 인식으로부터 세계 각국인이 대동하다는 평등적인 사고를 표출하였던 것이다.
3. 동아사유의 근대성과 후현대성 표출의 가교
이들 사상가의 인식의 공유에는 유가철학 범주의 중요 이슈인, 仁, 道, 理, 性, 利, 欲, 善惡에 관한 인식의 근대적 전환이 있었다. 또 이들은 사회문제 또는 경제사상에는 통상이나 개방의 이론적 근거를 위하여 운화나 통 사상을 개진하였고, 그 이론에는 사민평등이나 공치(최한기), 평등(Equality-담사동)이라는 근대성 개념이 보이고 있으며, 우주 만물의 존재 또는 현안에 대하여, 공히 이(理)를 기의 조리(최한기) 또는 "이태(에테르)"의 조리(담사동)로 파악함으로써 이전의 주자학전통의 이성주의 철학에서 벗어난다. 그리하여 문명적 차이, 개체의 평등, 우주 천지만물 대상간의 소통을 인식하고, 기존 이성주의에 대한 보완으로서 정서 또는 정감, 욕망을 변통적으로 이해하려는 후현대성(탈현대성, 탈근대성, Postmodernism)의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결국, 최한기는 세도정치에 문란해진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인도를 세울 것을 역설하는 데 있어, 통민운화를 통치의 준적으로 하여 인간의 본성과 운화하는 우주의 법칙에 승순하게 하고자 하였다면, 같은 의미로 담사동은 제반 영역의 폐색상태에 있는 중국의 상황변화를 위하여 자신이 상정한 기철학 계열의 존재론적 원리의 ‘통’에 변통, 소통, 변화, 평등(Equality)의 의미를 부가하여 대상세계, 특히 학문, 정치, 예교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요소를 근원적으로 해소, 일신하려는 사유를 진행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