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수의 목적은 1930년대 탐정소설이 그 시대의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였다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한다. 1930년대《삼천리》,《별건곤》,《사해공론》,《어린이》,《신동아》등의 잡지들과《선봉》,《독립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외일보》등의 신문들은 대중들의 ...
본 연수의 목적은 1930년대 탐정소설이 그 시대의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였다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한다. 1930년대《삼천리》,《별건곤》,《사해공론》,《어린이》,《신동아》등의 잡지들과《선봉》,《독립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외일보》등의 신문들은 대중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아직 설익은 대중문화의 다양한 양식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탐정소설은 20년대에 이미 서구의 작품들의 번역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북극성(방정환)의『동생을 찾으러』,『칠칠단의 비밀』처럼 순수 창작물들이 ‘탐정소설’이란 표제를 달고 나왔다. 그러나 30년대에는 김내성, 채만식을 비롯하여 탐정소설이 여기저기서 앞 다투어 연재되었고, 더불어 탐정소설, 모험소설, 기담, 괴담, 엽기적인 이야기들이 대중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탐정소설의 기이한 스토리에 매혹된 대중들의 기대와 출판사들의 흥행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탐정은 유행어로 등극되었고 탐정소설은 대중뿐만 아니라 순수 문학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장르로 인식되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추리소설 연재를 거의 볼 수 없는 지금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당시 탐정소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상당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30년대 탐정소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하여도, 당시 탐정소설은 지금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탐정소설이란 비밀이나 의문에 얽힌 사건들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으로, 탐정소설의 본질적 특성으로 제일 먼저 논리성ㆍ과학성을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30년대의 탐정소설들은 탐정소설이 가지는 가장 본질적인 요건들-이성적ㆍ과학적 사고, 논리적 추론-에서 벗어나는, 연애 사건에 얽힌 감정적ㆍ심리적인 측면이 부각되거나 예감이나 육감에 의한 사건 전개 등의 양식들이 나타나는데, 그것들 또한 탐정소설의 범주에서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야릇한 현상을 빚어내고 있었다. 30년대 이성적ㆍ과학적 수사는 작품 혹은 기사 내에서 특별하게 강조되어 그것을 위한 인위적 장치(지문 등)를 마련해두기도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六感的이거나 우연적 요소들에 의존하는 특성들을 더욱 부각시킨다. 본 연구에서는 그러한 특성들이 30년대 대중문학의 장르적 기반을 형성하게 한 요인이라 본다. 30년대 탐정소설은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고 발달한 것이기 때문에 당시 유행했던 다른 대중장르의 양식들(연애소설적인 측면)이 녹아 있기도 하고, 대중들은 장르에 대한 이해에 앞서 일종의 ‘취미성’으로 탐정물을 접하기도 했다. 따라서 탐정소설은 연애소설, 괴기소설, 모험소설, 아동소설과 같은 1930년대 다양한 대중장르의 발달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바로 탐정소설의 본질과 위배되는 30년대 탐정소설의 특성들에 주목하여 그것들이 당시 다양한 대중장르의 발달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30년대 서구 탐정소설이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과정은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들, 다른 대중 장르와의 혼종을 통해 오히려 지금보다 의욕적이고 생산적이었다. 물론 작위적이고 통속적인 자극성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런 단점들 틈에서도 탐정소설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구상했던 의욕적인 시도만큼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1930년대의 탐정소설에 내재되었던 여러 장르의 혼합 양상들이나 의욕적인 관심들을 이어받는다면, 지금 우리 현실에서 환상소설이나 추리소설 혹은 SF, 모험소설과 같은 취약한 장르들이 활발하게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당시 변격 탐정소설에 포함되었던 ‘기이한’ 혹은 ‘기괴한’ 이야기들의 신비스럽고 의문스러운 분위기를 묘사한 김내성의 몇몇 단편소설은 ‘환상소설’의 단초 역할을 하고 있다. 논리적 추리 과정 보다 ‘기이한’ ‘기괴한’ 이야기들에 매혹당하는 것은 탐정소설 역시 상상력의 소산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탐정소설이 발달한다는 것은 결국 이미지가 아닌 ‘서사’의 탄탄한 힘을 만들어간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30년대 변격 탐정소설에 포함되었던 ‘기이한’ ‘기괴한’ 이야기 양식들에 특별히 주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