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인칭서사를 대상으로 그 서술상의 특성과 의미를 해명하고자 하였다. 한국소설사에서 2인칭서사가 갖는 미학적 이데올로기적 의미는 매우 광범위한 문제일 수 있다. 본 연구는 제한된 작품만을 살폈으나,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보다 확장된 연구나 다른 연구자 ...
본 연구는 2인칭서사를 대상으로 그 서술상의 특성과 의미를 해명하고자 하였다. 한국소설사에서 2인칭서사가 갖는 미학적 이데올로기적 의미는 매우 광범위한 문제일 수 있다. 본 연구는 제한된 작품만을 살폈으나,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보다 확장된 연구나 다른 연구자의 전진된 성과를 기대한다. 본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 2인칭서사는 ‘너’로 지칭된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너’에게 말하는 서사라고 잠정적으로 규정된다. 이런 규정 위에서 2인칭대명사가 지시하는 대상을 검토한 결과, 언술행위의 주체로서의 서술자, 언술내용의 주체로서의 개별주인공, 언술행위의 수용자로서의 피서술자, 경험적 독자, 불특정다수가 확인된다.
둘째, 2인칭서사는 피서술자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소통전략과 독자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먼저 일반적 수신자를 향한 말걸기를 살핀 결과, 이인성의 「당신에 대해서」는 언술할 만한 내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언술행위 자체가 스토리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독자 ‘당신’보다 작가 이인성의 자율성이 더 크다 하겠고, 그의 소설이 지닌 파격은 작가 자신에 대한 의식을 예민하게 만든다. 이는 언술 및 언술행위를 신격화할 수 있다.
셋째, 특정한 수신자를 향한 말걸기를 검토한 결과, 이기호의 「나쁜 소설―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에서 서술자와 독자는 일종의 공모관계에 있다. 이 소설의 서술적 특성은 독서행위의 병렬, 내적 거울 반영(mise-en-abyme)라는 자기반영적 장치 등에 있다. 김연경 의 「「우리는 헤어졌지만, 너의 초상은」, 그 시를 찾아서」는 ‘너’와 ‘나’ 상호간의 긴장되고 대결적인 관계를 주제화하지만, 타자인 ‘너’를 ‘나’의 주체성을 획득하는 조건으로 삼을 뿐 그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체의 상호주관적 구성이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넷째, 언술방법이 곧 사실을 창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에서, 작중인물의 경험적 삶을 살폈다. 먼저 인물의 삶을 일반화시킨 작품을 분석한 결과, 장정일의 「모기」는 작가 혹은 서술자가 독자를 공격하는 2인칭풍자소설이라 하겠다. 이승우의 「야유―개, 또는 벌레의 세계―」는 서술자의 자기풍자를 내장한 타락한 사회풍경을 드러내고, 최윤의 「갈증의 시학」은 주체성을 잃고 익명의 무리가 되어가는 우리 시대의 삶을 비판적으로 경고한다. 2인칭인물의 삶을 일반화할 경우 대체로 비판적 경향이 강하지만, 김영하의 「당신의 나무」는 인간관계의 수수께끼적 성격, 운명의 신비를 암시한 점에서 구분된다.
다섯째, 2인칭인물의 삶을 특정 개인에게 귀속시킨 작품으로 유서로의 『지극히 작은 자 하나』를 들 수 있다. 자전적 회고의 성격을 띤 이 작품에서 역사적 시기의 특정화는 증언의 성격을 강화하지만, 작가는 역사적 경험을 독자 일반의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데 주저한다. 이는 광주에 없었다는 죄의식의 결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 하일지의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는 독자가 동일시할 수 없는 특성을 2인칭인물에게 부여하는데, 그 특성은 남근우월적 논리와 연관된다. 이로써 2인칭서사가 모두 급진적인 것은 아님이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