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이론적 지평과 관련해서 먼저 최근 탈식민주의 비평의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담은 연구들을 다수 발견하였다. 가령 로라 도일(Laura Doyle)과 로라 윙키엘(Laura Winkiel)이 편집한 『지구적 모더니즘들: 인종, 모더니즘, 근대성』(Geomodernisms: Race, Modernis ...
본 연구의 이론적 지평과 관련해서 먼저 최근 탈식민주의 비평의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담은 연구들을 다수 발견하였다. 가령 로라 도일(Laura Doyle)과 로라 윙키엘(Laura Winkiel)이 편집한 『지구적 모더니즘들: 인종, 모더니즘, 근대성』(Geomodernisms: Race, Modernism, Modernity)에 실린 에세이들은 비서구권 작가들이 서구의 모더니즘을 어떻게 다양하게 변용했고, 모더니즘이 인종 및 젠더, 민족(주의) 등의 변수들과 관련해서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었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리차드 베검(Richard Begam)과 마이클 발데즈 모세즈(Michael Valdez Moses)가 펴낸 『모더니즘과 식민주의: 1899년에서 1939년 사이 영국과 아일랜드 문학』(Modernism and Colonialism: British and Irish Literature, 1899-1939)에 실린 글들 역시 저간의 탈식민주의 비평의 성과를 모더니즘 연구와 결부시킴으로써 그간 탈정치적인 모더니즘 미학에 대한 이해나 모더니즘을 단순히 제국주의 문화의 일환으로 파악하는 환원적인 관점을 넘어서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퍼뱅크의 전기와 포스터의 서신집을 읽으면서 본 연구자는 단순히 자유주의 휴머니즘적 가치관을 표방하는 문사로서가 아니라 인종적 민족적 타자들에 대한 매혹, 불가피한 편견의 영향력과 이를 나름대로 극복하려는 노력 등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와중에 포스터가 개인적 친교의 토대 위에서 대영제국의 통치 방식과 영국인이 다른 인종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더불어, 포스터의 "반동적인" 성적 지향이 식민 공간에서 표출되는 양상과 이와 관련된 세부 사항은 포스터의 여러 소설 작품들, 특히 『인도로 가는 길』에서 인종적 차이와 섹슈얼리티가 복잡하게 교차되는 양상과 관련해서 간과할 수 없는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인종적, 계급적, 성적, 문화적 타자성과의 조우라는 주제는 포스터의 소설 전반을 관통한다. 첫 발표작인『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Where Angels Fear to Dread)부터 사후에 출판된 『모리스』(Maurice)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전형적인 영국인 (중산계급에 지적인) 주인공이 영국 내부에서나 혹은 외국에서정체성의 토대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삶과 주체 형성에 실패하거나 혹은 성공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포스터의 소설 작품들을 관통하는 일종의 마스터 플롯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러한 측면은 포스터 소설의 모더니즘과 작가자신의 식민지 체험, 아난드와 같은 식민지 출신의 작가의 작품들이라는 세 가지 변수들이 서로 맞물리는 양상들에 대한 본 연구의 관심사와 관련해 주목할 부분이다.
아난드의 대표작이자 첫 장편인『불가촉 천민』(1935)을 포스터의『인도로 가는 길』과 연계해서 이 두 텍스트가 영국 식민지 문학과 모더니즘의 관련성에 관해 시사하는 바를 분석하고자 하는 본 연구에서는 데뷔작을 비롯한 아난드의 초기 소설 작품들뿐 아니라, 창작과 문학 일반에 관한 아난드의 생각들, 블룸즈베리 문인들과 그가 나눈 교류, 러시아 작가들의 영향, 아난드가 받은 사회주의, 휴머니즘 등 철학적 사상적 영향을 두루 점검해왔다. 특히 아난드와 블룸즈베리 문인들과의 관계와 상호 작용은 모더니즘 미학에 대한 그의 견해와 태도라는 측면에서 본 연구의 주요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본 연구에서는 『블룸즈베리 문인들과의 대화』(Conversations in Bloomsbury)를 비롯해서,『당대인도문학』(Contemporary Indian Literature)지에 1960년 대 중후반에 주로 실린, 문학과 글쓰기에 관한 아난드의 에세이들을 함께 읽으면서 분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