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식민지 시기 교양 담론의 형성 과정을 그것의 문화정치적 계보에 초점을 두어 살펴보았다. 일본과 독일 학계에서는 ‘교양’에 대한 연구가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데 반해, 한국에서 교양에 관한 연구는 주로 교양소설이라는 소설의 하위 ...
본 연구는 식민지 시기 교양 담론의 형성 과정을 그것의 문화정치적 계보에 초점을 두어 살펴보았다. 일본과 독일 학계에서는 ‘교양’에 대한 연구가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데 반해, 한국에서 교양에 관한 연구는 주로 교양소설이라는 소설의 하위장르에만 집중되었다. 지금까지 교양은 그 개념의 폭이 너무 넓어 상식적이고 자명한 것으로만 간주되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교양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교양은 개인적 소양의 문제도, 상식이나, 취미, 정보 등과 관련된 소박한 앎의 문제만도 아니다. 그것은 근대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회문화적 인프라를 형성하게 하는 기제였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사회적, 문화적 구조물이기 때문에 학문적인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되어야 한다. 또한 앎의 문제는 언제나 정치적이라는 푸코의 견해를 빌려, 한국적 지식 체계를 이루는 교양의 정치적 무의식과 그것의 작동 논리를 수사학적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 다양한 학문적 담론의 활성화 : 지금까지 한국에서 교양은 상식, 문화, 취향, 예의 등과 같은 의미계열을 이루면서 지극히 일상적인 수준에서만 논의되었다. 그러나 교양은 초시대적으로 모든 사람이 갖춰야 할 보편타당한 가치라기보다는, 특정 시기에 출현한 근대적 관념 그 자체이며 일정하게 계급과 문화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정치적, 수사학적 장치이다. 즉 교양은 계급, 민족, 인종, 젠더, 문화, 정치, 경제 등의 다양한 사회적, 학문적 분야들과 연동하면서 구성되고 재구성되어 온 역사적 결과물인 것이다. 따라서 이렇듯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요소들과 결합하면서 전개되어 온 교양을 좀더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양을 구심점으로 한 다양한 분과 학문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본 연구는 자연스럽게 서로 개별적으로 분리된 분과들을 넘어서는 진정한 학제간 연구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교양 개념의 전개는 그 자체로 식민지 관계의 복잡성과 중층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민족, 계급, 젠더가 뒤섞이면서 짜여지는 식민지적 컨텍스트 내에서 형성되고 전개되어 온 교양 개념이 필연적으로 권력에 관한 연구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면, 교양 연구는 권력의 중심에 따라 이동하는 경로를 검토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렇게 산재한 헤게모니를 따라 전개된 교양의 이념을 분석하는 방식이야말로 한국적 지(知)의 양상 이면에 작동하는 원리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2) 탈식민적 문화주체의 확립 :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교양의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교양은 여전히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혹은 부적절한 앎의 문제로만 취급된다. 본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처럼 여겨지는 교양의 사회역사적 형성과 그 정치성에 대해서 많은 시사를 안겨줄 것이다. 한국적 근대의 구조 속에서 교양이라는 앎의 문제는 지배계층의 헤게모니 창출과 긴밀하게 관련되어왔기 때문에, 교양에 대한 연구는 권력의 위계화와 세력화 문제를 좀더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특히 본 연구는 교양 담론의 정치학과 그것의 수사학적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현재 한국의 권력구조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그리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한국 사회의 진정한 탈식민성을 구축하는데 분명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