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중요경전인 《論語》는 다른 선진시기 고문헌과 비교해 보았을 때 傳寫 실수가 비교적 적었던 문헌이라 할 수 있다. 이는《論語》의 여러 판본들을 서로 비교해보거나, 定州漢簡《論語》와 대조해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천 여 년 전에 적힌 定州漢簡《論語》本이 漢代 이후 통행되어 온 여 ...
유가의 중요경전인 《論語》는 다른 선진시기 고문헌과 비교해 보았을 때 傳寫 실수가 비교적 적었던 문헌이라 할 수 있다. 이는《論語》의 여러 판본들을 서로 비교해보거나, 定州漢簡《論語》와 대조해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천 여 년 전에 적힌 定州漢簡《論語》本이 漢代 이후 통행되어 온 여러 판본과 큰 오차가 없을까 만일 그렇다면 定州漢簡《論語》는 연구가치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 연구자가 가장 이른 시기의 판본에 해당하는 定州漢簡《論語》를 다른 판본들과 비교해 본 결과 《論語》의 系譜, 版本, 文字, 篇章, 訓詁 등에 있어 여러 가지 차이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때문에 定州漢簡《論語》는 연구할 만한 가치가 높은 서적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연구자의 조사에 따르면, 定州漢簡《論語》와 통행본《論語》의 문자에 차이가 나는 부분이 무려 700여 곳이나 되었다. 이는 定州漢簡《論語》 전체 글자 수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량이다. 따라서 定州漢簡《論語》와 통행본《論語》의 비교 연구는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작업은 첫째, 定州漢簡《論語》와 통행본《論語》문자의 異文 비교를 통해 漢代 초기의 通假字, 異體字, 古今字, 同源字, 避諱字 등의 문자 운용 상황을 알 수 있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를 근거로《論語》해석의 부정확성 역시 짚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異文이 통행본《論語》연구에서 진행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定州漢簡《論語》에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또 다른 異文이 많이 있다. 또한 통행본에는 "尊經"에 입각하여 문맥에 맞지 않는 문자가 있더라도 억지로 해석한 부분들이 전해져 왔다. 때문에 죽간본을 이용한《論語》의 의미파악은《論語》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定州漢簡《論語》는 초기의 세 가지 판본 즉《古論》,《魯論》,《齊論》 가운데 현재 존재하지 않는《魯論》의 일면모를 지니고 있어, 《論語》의 초기 모습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定州漢簡《論語》가 출토된 후 이 판본의 계보 문제가 중국의 李學勤, 王素, 劉來成, 單承彬, 李若暉 등의 학자들에 의해 논의되어 왔으나 정확하고 세밀한 고증이 거쳐지지 않아 일치된 결론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아직까지 학계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定州漢簡《論語》가 속하는 판본의 계보 문제를 재조명해 보았다. 아울러 문자학적으로 通假字, 異體字, 古今字, 同源字, 異文 등의 비교ㆍ대조 연구를 통해 漢代 초기의 언어문자 환경 및 운용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훈고학적면에서 가장 큰 성과는 통행본《論語》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법학적으로는 동의어 및 어휘, 그리고 허사 연구 역시 병행할 수 있게 되어,《論語》가 저술되던 당시의 언어 모습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定州漢簡《論語》譯書本의 발행이 가능해지게 되었으며 전해져 내려오는 문헌만으로 연구하던 《論語》연구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되었다. 이 성과는 동양철학ㆍ동양사학ㆍ중국사상사 등을 연구하는 관련 학계에 보다 완전한 자료를 제공하여, 유가의 언어와 사상에 보다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