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담론 그리고/혹은 평화담론을 다루는 독일 및 한국의 여성작가들이 동시대의 (일반적 담론 방향에 따라) 전쟁을 옹호하든 (쉬르마허, 하르보우, 랑너, 제거스, 나혜석, 강경애, 모윤숙, 강신재), 혹은 전쟁을 반대하든 (슈퇴커, 폰 쥬터, 브라운), 혹은 지나간 전쟁에 ...
전쟁담론 그리고/혹은 평화담론을 다루는 독일 및 한국의 여성작가들이 동시대의 (일반적 담론 방향에 따라) 전쟁을 옹호하든 (쉬르마허, 하르보우, 랑너, 제거스, 나혜석, 강경애, 모윤숙, 강신재), 혹은 전쟁을 반대하든 (슈퇴커, 폰 쥬터, 브라운), 혹은 지나간 전쟁에 대해 (자기)성찰을 하든 (바하만, 라인스하겐, 케르쉬바우어, 최정희, 임옥인, 박경리, 허근욱), 혹은 ‘일상적 전쟁’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든 (볼프, 옐리넥, 박완서), 혹은 독일의 경우 통일 전과 후의 세계를 구상하든 (쩨, 융에), 혹은 한국의 경우 분단의 현실을 반추하든 (최명희, 윤정모, 전경린), 그들의 목소리는 ‘현실에 대한 참여정신’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띤다. 이것은 여성이 독일 및 한국 사회/문화의 공통적인 이념으로서 가부장 내지 남성중심 이데올로기 내에서 수행해야했던 과거의 수동적인 역할을 벗어나 동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현안으로서의 전쟁 내지 평화에 대해 가졌던 매우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즉, ‘새로운’ 세계관 및 자의식의 발로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독일 여성작가는 한국 여성작가에 비해 흔히 전쟁 그리고/혹은 평화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것은 독일이 세계대전에서 선제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던 반면에 한국은 외부의 침입에 대항하여 방어적으로 전쟁을 했던 역사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그것은 한국 사회/문화에 상대적으로 더욱 뿌리 깊게 내려진 가부장적 의식을 말해주기도 한다. ‘여성’으로서 맡은 역할이 객체로서의 위치에 훨씬 더 고정되어 있던 한국에서는 현실에 대한 여성작가들의 참가방식에도 (구조적)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양상은 특히 전후에 이른바 ‘일상의 전쟁’ 속에서 독일 여성작가가 매우 강한 목소리로 전쟁 그리고/혹은 평화 담론에 참여했던 것에 비해 한국의 여성작가는 보통 ‘여성적’ 역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본 연구는 향후 ‘전쟁과 평화 담론’에 대해 국외의 독문학자와 문화간의 관점에서 협동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출발로 계획되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 국외의 독문학자들과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한 문화간 연구가 이어질 것이다. 일차적인 연구교류처로는, 1648년에 베스트팔렌 평화 선언을 통해 17세기 초부터 전 유럽을 황폐화시켰던 ‘30년 전쟁’을 종식시킨 ‘평화의 도시'로 잘 알려는 오스나브뤽을 선정하였다. 이곳에서 더욱 폭넓게 체계화될 ’전쟁과 평화 프로젝트‘의 성과는 또 ’독일 및 한국 (여성)작가들의 분단과 통일 담론‘ 연구로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 각 대학교의 독어독문학과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현장의 문학 강의에서 ‘문학과 현실’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더욱 폭넓은 의미의 ‘현실’ 개념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문학을 접하는 한국 학생들이 독일문학 속의 현실적 문제를 자신이 속한 ‘지금 이곳’의 문제와 동떨어진 ‘타국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시켜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학생 중심적 연구 활용’은 최근 독일문학에 대해 학생들이 드러내는 ‘거리감’을 줄이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본 연구의 성과는 교육 정책에서도 새로운 교육모델 수립을 위해 적극 활용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의 몇몇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여성학과’를 여성‘과’ 남성 및 ‘그 외의 성’을 포괄하는, 실질적인 학제적 문화학으로서의 ‘젠더학과’로 재구성하기 위한 커리큘럼 개편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