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와 기호들Proust et les signes』에서 본 들뢰즈의 프루스트에 대한 해석은 기존의 프루스트 해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쟈크 베르사니(Jacques Bersani)는 다양한 프루스트 연구를 모아 놓은 그의 연구서에서 들뢰즈의 프루스트론을 20세기의 ...
『프루스트와 기호들Proust et les signes』에서 본 들뢰즈의 프루스트에 대한 해석은 기존의 프루스트 해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쟈크 베르사니(Jacques Bersani)는 다양한 프루스트 연구를 모아 놓은 그의 연구서에서 들뢰즈의 프루스트론을 20세기의 삼대(三大) 프루스트 연구서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그의 프루스트론은 『찾기』를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주장한다.(Bersani, 1971)
사실 20세기 문학비평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프랑스 소설가는 프루스트일 것이다. 현대의 수많은 비평가들이 프루스트의 작품을 분석해왔다. 문채(文彩)를 통해 환유적인 방식으로 서사구조를 파악하는 제라르 쥬네트(Gerard Genette)의 서사론적 입장, 이야기된 시간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폴 리쾨르(Paul Ricœur)의 해석학적 입장, 베르그송의 시간과 지속 개념의 실재를 프루스트가 말하는 기억을 통해 파악하려는 입장, 작품읽기가 작품과 독자를 분리하지 않고 연계하여 언어들이 순환하는 공간속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입장, 프루스트라는 작가는 배제하고 작품의 인물과 사건을 통해 작품과 교감하려는 장 피에르 리샤르(Jean Pierre Richard)의 주제비평적 입장과 조르주 풀레(George Poulet)의 심리비평적 입장 등을 살펴보면 20세기 문학비평에서 프루스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프루스트에 대한 연구는 시제 연구, 자전적 글쓰기 연구, 인물 연구, 주체성 연구에만 머물러 있다(김귀원, 2002; 김승환,2004; 하태환,2006; 최순묵,2005; 오시근,2002). 프루스트를 들뢰즈적 방법론으로 독해한 글도 분명 있지만, 이는 ‘차이와 반복’, ‘기호’, ‘시간의 종합’ 등의 초기 프루스트론에 한정되어 있을 뿐(김희영,2000; 서동욱,2008), 그의 미학이 확대되는 후기의 ‘-되기’, ‘배치’, ‘리토르넬로’ 등의 개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들뢰즈의 문학론을 불문학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미문학자와 국문학자들이 많이 접근하고 있는 것(장시기,1999; 정정호,2003, 윤화영,2005; 김지영,2005; 황혜령,2008; 고미숙,2002)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이다. 한국의 들뢰즈 연구가 영미권의 번역물을 한글로 번역한 내용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미 문학작품이나 한국문학작품에 들뢰즈의 개념이 적용되었을 때 그 원개념이 굴절되어 적용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본 연수과제는 프랑스의 문학작품을 들뢰즈적 방법론에 의해 연구하는 것이므로 한국의 들뢰즈 문학론 연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들뢰즈의 문학론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프루스트의 거미-되기」연구는 작게는 들뢰즈의 ‘-되기’ 이념이 들뢰즈의 후기 프루스트론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넓게는 들뢰즈의 후기 철학에서 그의 미학이 프루스트를 통해 확장되는 것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수과제는 대학이나 대학원의 강의에도 활용될 수 있다. ‘프랑스 문학 비평’, ‘20세기 프랑스 문학’, ‘탈구조주의의 이해’, ‘문화이론’, ‘문학과 철학’, ‘문화비평’, 등 세부 전공 과목에서 학제간 연계 전공과목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프루스트의 거미-되기」연구는 들뢰즈와 프루스트, 철학과 문학, 철학과 미학 등의 제학문의 복합적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본 연수과제를 통해 문학과 철학의 연계에 공헌할 것이며, 인문학 내외부에서 학제간의 긴밀한 유대를 장려할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들뢰즈에 대한 관심이 여러 영역에 확산되고 있는 것과 발맞추어 본 연구는 들뢰즈에 대한 연구를 정치사회적 입장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회화, 영화 등의 예술론을 정립시키는 데에도 유용하다. 사실 최근의 한국의 학문 풍토가 인문학과 제 학문과의 교류나 소통에 힘쓰고 있음을 주지하는 사실이다. 들뢰즈는 사상가이지만 문학에 대한 해박한 이해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영역에도 훌륭한 저작들을 남겼다. 그의 문학론은 <프루스트의 거미-되기> 외에도 여러 개념 창조로 변주되어 우리가 직면한 현실사회나 예술작품들에서 하나의 코드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