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우리나라 불교의례에 있어 핵심을 이루고 있는 불상예불이 언제부터 성립되었으며, 어떻게 변화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종교의례에서 ‘상 숭배’는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지만, 인류4대 종교라고 일컬어지는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 ...
이 연구는 우리나라 불교의례에 있어 핵심을 이루고 있는 불상예불이 언제부터 성립되었으며, 어떻게 변화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종교의례에서 ‘상 숭배’는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지만, 인류4대 종교라고 일컬어지는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는 원래 상 숭배에 부정적인 성향을 보였다. 따라서 종교의례에 있어서 ‘상 숭배’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많은 연구자들은 불상이라는 예배대상의 창안에 대하여 연구해왔지만, 이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상을 숭배하는 것의 기원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불상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불상 안에 사리를 넣어 숭배하거나, 혹은 불상이 장엄하고 있는 불탑을 숭배하는 것은 불상 자체에 대한 숭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불교의례에서의 불상 숭배는 불사리가 봉안여부와 무관하게 존숭되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중국에 이르러서 불상들은 그 자체로서 기적을 일으키는 존재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순수하게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숭배라는 점에서 미술사 연구에서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시각 이미지 그 자체가 존재의미를 가지고 숭배되기 시작한 역사에 관한 연구이다.
실제로 사찰과 성당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상 앞에서 기도하고 소원을 빈다. 종교문화에 있어서 원래부터 성상은 사람들의 소원을 받아주는 존재였을까? 성상의 그러한 기능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지만, 원래 종교적으로 성상이 금기시됨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조금 다른 종교적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교에 있어서는 그 기능이 크게 ①공양(供養) ②기념(記念) ③관불(觀佛) ④현현(顯現) 이상 네 가지로 크게 구분될 수 있음을 밝혀보고자 한다. ①공양은 세속인들인 석가모니에게 주로 음식을 공양하던 관습을 석가모니 사후에도 지속하기 위한 것이다. 원래 이 기능은 불탑이 담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간다라 문화권에서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아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성상의 영향을 받아 추상적인 형태의 불탑보다는 시각적으로 생전의 붓다를 연상시키는 불상이 불탑숭배의 효과를 더 극대화시켜주었을 것이다. ②기념은 특정 장소가 붓다가 어떤 기적이나 설법을 행했던 곳임을 기념하기 위한 기능이다. 깨달음을 얻은 곳, 첫 설법을 행한 곳, 도리천에서 내려온 곳, 독룡을 위해 설법한 곳, 제석굴에서 설법한 것 등을 기념하기 위해 특정 장소에 상징적으로 세워졌다. 특히 께달음을 얻은 장소인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사당에는 항마성도상이 봉안되었으며, 처음 설법을 했던 녹야원(사르나트)에는 초전법륜인을 한 상이, 열반한 장소인 쿠쉬나가라에는 누워있는 열반상이 각각 그 지역성을 상징하며 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들은 원래 문맥상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닌 특정장소에서만 봉안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다른 곳에서 이러한 상이 봉안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불상의 기능이 확대됨에 따라 점차 특정 장소에서만 의미를 지니던 상들이 다른 장소에서도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③관불은 명상의 도구로서의 불상의 기능이다. 관불이란 붓다를 열심히 머릿속에 떠올리면 실제로 붓다가 수행자 앞에 나타난다는 신념을 말한다. 불상은 그러한 수행의 결과로 드러나는 붓다를 형상으로 미리 만들어 이미지를 더 잘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이는 불상이 앞의 두 단계, 즉 공양의 대상, 혹은 특정 장소성을 상징하던 기능을 넘어 보편적으로 그 이미지의 재현이라는 속성 때문에 봉안되기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④현현은 관불의 결과로 나타나는 이미지와 비슷하지만 보조적 존재로서 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상 자체가 현현한 붓다임을 믿는 것이다. 특히 붓다 뿐 아니라 보살도 등장하여 본격적으로 이러한 상들이 기적을 일으키는 존재로 숭앙되기 시작했다. 현대의 종교에서 신상 앞에서 기도하고 소원을 비는 전통은 사실상 마지막 기능의 극대화된 양상이다. 신이 인간 사회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설화는 물론 보다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이 직접 기적을 일으키는 사례는 비교적 후대에 나타난 것인데,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는 삼국시대만 하더라도 부처나 보살의 기적이 관념적이고 비가시적으로 일어난 반면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서는 상 자체가 기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상을 보다 사실적 양식으로 제작되었다.
대체로 이 기능들은 ①번에서부터 ④번으로 발전해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는 상 숭배는 ④번의 역할이 극대화된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상’ 기능의 발생과 변화에 대한 고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