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죽은 사람들을 결혼시키는 굿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굿들을 '망자혼인굿'이라 칭한다. 연구는 세 가지 주제 차원에서 접근한다. ‘망자혼인굿 연행 현상의 정리와 구조화 모색’, ‘망자혼인굿을 하게 만드는 조건과 환경에 대한 역동적인 ...
본 연구는 죽은 사람들을 결혼시키는 굿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굿들을 '망자혼인굿'이라 칭한다. 연구는 세 가지 주제 차원에서 접근한다. ‘망자혼인굿 연행 현상의 정리와 구조화 모색’, ‘망자혼인굿을 하게 만드는 조건과 환경에 대한 역동적인 모델화 작업’, ‘망자혼인굿을 활용하는 양상에 대한 논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본 연구에는 망자혼인굿 연행 자체와 그 환경, 시간의 흐름을 감안한 접근과 이를 무시하는 접근, 과거와 현재, 지속과 변화, 관습적 구조와 그 구조를 변화시키는 주체 등을 함께 주목하겠다는 지향이 함축되어 있다. 본 연구는 망자혼인굿 연행 자체에 주목하는 논의에서 시작하여, 그 발생 조건과 환경 및 시간적 흐름에 따른 변화에 주목하는 연구를 거쳐, 능동적인 활용 주체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는 양상을 고찰하는 단계를 거친다. 3년에 걸쳐 단계별로 이루어진 연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단계: 망자혼인굿 연행 현상의 정리와 구조화 모색
1년차에 이루어진 연구는 망자혼인굿 연행 텍스트에 주목했다. 다양하게 존재하는 망자혼인굿 연행들을 섬세하게 정리하고, 거기서 포착되는 특징들을 구조화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표이다. 연구는 망자혼인굿 연행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혼례이면서 장례’이고, ‘울음이 흘러넘치면서도 웃음이 있으며’, ‘무속적이면서도 유교적’이기도 한 굿의 양상을 포착하고 논의한 것이다.
연구는 포착된 양항 대립적 특징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 굿의 전개 속에서 어떻게 역동적으로 변화하는지를 따져보는 연구로 이어졌다. 특징들이 단지 대립으로만 머물지 않고,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상을 살펴보는 연구가 이어진 것이다. 이를 통해 ‘슬픈 혼례이면서도 기쁜 장례’라는 모순적인 상황이 드러났다. 또한 ‘죽음 품는 삶’, ‘유교적 의례를 품는 무속’, ‘문화적 울음을 품는 생물학적 웃음’이라는 ‘포함의 구조’ 혹은 ‘품음의 구조’를 포착할 수 있었다.
●2단계: 망자혼인굿 생성 문맥에 대한 역동적인 모델화 작업
2차년에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망자혼인굿을 생성시키는 문맥을 구조화하고, 그 구조의 관계 변화까지 염두에 두었다. 이를 통하여 망자혼인굿의 변화 양상까지 서술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었다. 연구는 망자혼인굿 연행을 생성시키는 상황과 조건을 세 측면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망자혼인굿을 생성시키는 문맥을 ‘가족ㆍ혈연적 측면에서의 안타까움이라는 감정’, ‘공동체ㆍ지연적 측면에서의 원혼 신앙’, ‘사회ㆍ문화적 측면에서의 결혼이라는 제도’로 체계화 시킨 것이다. 연구는 이 세 측면 사이의 관계를 따져보는 논의로 이어졌다. 생성 문맥을 구성하는 각 측면의 강화와 약화, 생성과 소멸, 지배화와 주변화라는 차원에서 망자혼인굿의 통시적 고찰을 시도한 것이다. 결국 본 연구에서 시도한 망자혼인굿의 생성 모델화 작업은, 과거의 전통적인 망자혼인굿은 물론이고 현재의 망자혼인굿까지 설명할 수 있는 역동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 3단계: 망자혼인굿의 전유 양상 고찰
3년차 연구에서는 전통적인 망자혼인굿이 어떻게 전유(appropriation)되는가를 따져보았다. 망자혼인굿을 수용하거나 활용한 문화예술 작품에 대해 고찰한 것이다. 여기서 본 연구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망자혼인굿을 전유하는 주체이다. 이 주체를 행동주(agency)라 칭했다. 본 연구를 위해 대상으로 삼은 것은 <넋풀이>라는 노래극과 <사자의 결혼식>이라는 다큐멘터리였다. <넋풀이>는 실제 망자혼인굿에서, 노래극을 거쳐,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노래로 이어진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사자의 결혼식>은 실제 벌어진 망자혼인굿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이다. 실제 벌어진 망자혼인굿을 보면, 동해안에서 벌어지는 다른 망자혼인굿과는 달리 ‘탈굿’이라는 제차가 존재했다. 장례의 슬픈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웃음으로 가득찬 굿거리인 탈굿이 첨가된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차이의 과정에 관여한 행동주의 역할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사자의 결혼식>에서는 개인 영역에 머물고 있는 죽음에 집중하며 그 속에서 웃음과 울음의 어우러짐을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촬영이라는 외부적 상황과 다큐멘터리 감독의 의도가, 실제 동해안오구굿 연행에 영향을 끼쳐 굿거리의 구조까지 변화시키고 있었다. <넋풀이: 빛의 결혼식>에서는 개인적 영역에 머물었던 죽음이 지역을 거쳐 사회적 영역으로 어떻게 전환되고 확산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적 영역의 죽음이, 지역과 제한적인 집단을 거쳐, 전국적이고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3단계 연구에서의 핵심은 망자혼인굿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주체의 능동적인 활동이 어떻게 망자혼인굿의 전통적 구조와 의미를 변화시키는지 확인한 데 있다. 따라서 3단계 연구는 ‘과거 지향의 전통 혹은 구조 중심의 탐색’에서 ‘현재 시점의 행동주 중심의 탐색’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연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