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스프링 이후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단적 폭력 사태는 그 역사적 기원과 진행과정, 그리고 연속성 측면에서 우선 정치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특성상 정치적 현상은 필연적으로 종교와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종교가 원래 ...
아랍 스프링 이후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단적 폭력 사태는 그 역사적 기원과 진행과정, 그리고 연속성 측면에서 우선 정치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특성상 정치적 현상은 필연적으로 종교와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종교가 원래의 본질로부터 벗어났다는 점과 정치가 종교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목격되고 있는 종교적·분파적 갈등은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그 적절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내부 정서를 고려할 때, 그 해결점을 찾기 위해서는 중동 지역의 상황이 개별 국가의 문제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중동 역내 문제 또는 국제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중동의 아랍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단주의 폭력 사태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서구 사회의 일반적 견해는 두 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하나는 극단주의 폭력이 이슬람 자체의 문제로부터 파생된 자연발생적 부산물이라는 것이다(Alterman 2015, 1). 이는 폭력 사태가 종교적 요인에 의해 파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견해에 의하면, 이슬람은 배타적인 종교로 절충을 허용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내부 갈등을 겪어왔고, 역사적으로 지배와 정복만을 추구한 종교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슬람이 원래부터 사회적으로 강압적이고 가부장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런 특징들이 현대 이슬람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견해이다. 이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 이슬람은 코란과 순나와 샤리아에 근거한 전통을 중시하는 종교로 알려져 있으며, 가끔 종교적 맹종(taqlid)이 목격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폭력과 투쟁을 이슬람의 필연적 행동 양태로 간주하고 있으며, 그 기원을 카리지파(Kharijites)의 타크피르(takfir: 파문, 불신자화), 피트나(fitna: 내부 분열, 갈등), 미흐나(mihna: 종교재판소), 그리고 비드아(bid'a: 변혁)에서 찾고 있다.
한편 중동 지역에서 종교적 원인으로 발생한 극단적 폭력 사태가 현대 정치의 산물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는 종교 갈등이 정치적 원인으로부터 파생되었다는 견해이다(Ibid., 2). 이 견해에 의하면, 19세기 이후 식민주의와 전제주의 통치를 경험했던 아랍인들이 외부세력과 연계된 통치자들로부터 이탈하여 모스크로 모여들었고, 이곳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불만을 토로하면서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전제주의와 권위주의로부터 벗어나려는 소수의 노력은 집권 세력으로부터 정치적 억압과 탄압을 받았으며, 결국 더욱 극단주의적인 방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등장한 개념이 이슬람 원리주의(Fundamentalism), 지하드주의(Jihadism), 살라피주의(Salafism)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반정부 세력들이 극단적 폭력 방법을 활용하여 정치적·종교적·사회적 불안을 심화시키자 일반 대중들은 극단주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으며, 기존 정권의 강압적 탄압을 정당화하는 세속주의 경향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종교는 과거 역사의 한 부분을 인용하여 종교적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슬람만이 종교에서 폭력을 인정하고 수용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전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중동 지역의 반복되는 폭력과 동일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사한 수준의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강대국의 식민주의 지배로 인한 정치적·종교적·사회적 폭력의 발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에서 종교와 연계된 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극단적 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9/11 테러 사태에 대한 중동 아랍인들의 인식일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사태에 대한 중동 지역의 긍정적 여론에 접한 서구 사회와 부시 행정부는 중동 지역의 종교적 배타성을 타파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실현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였다. 하지만 아랍인의 입장에서 이는 테러와의 전쟁을 빙자한 미국 사회의 획일적·일방적 국제 공감대 형성을 의미하였다. 만약 미국의 정치적 결단이 정당성을 가진다면, 중동의 정치적 변화는 중동 지역의 폭력 행위에 대한 서구 사회의 적극적 대응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게 된다.
2011년 아랍 스프링은 아랍인들 스스로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권력을 분점하거나 장악할 수 없었던 일부 이슬람주의 정치 집단들은 정치권력을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폭력을 사용하는 극단주의 집단들에게 아랍 스프링은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였다. 왜냐하면 만약 새로 등장한 정권이 폭력적 수단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극단주의자들의 폭력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정권에 대한 반대 수단으로 폭력 사용에 익숙한 극단주의자들은 긍정적인 정치 환경의 변화를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중동 지역의 극단주의 세력들은 아랍 스프링으로부터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고 간주되고 있다. 기존 정권의 안보 시스템이 약화되고 새로운 정권이 대중들의 불만을 적절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극단주의 세력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젊은 층을 끌어 모으는 자석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랍 스프링은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힘과 열정을 해소시켜주는 출구를 제공해주지 못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권들은 젊은 층의 에너지와 힘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으로 마비시킬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으며, 결국 후자를 선택하였다. 이는 중동에서 젊은 층이 극단주의 성향을 지니게 된 또 다른 이유였다.
본 논문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치적·종교적 극단주의 현상의 역사적 배후에 타크피르, 피트나, 미흐나, 비드아가 존재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아랍 스프링 이후 중동 지역에서 목격되고 있는 새로운 극단주의 세력의 등장과 특징, 그리고 대응 방안 등에 대한 고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1차년도 연구는 중동 극단주의의 등장 배경과 이념과 특징을 정치적·종교적으로 고찰하고 새로운 극단주의의 성향과 특성도 파악할 예정이며, 2차년도 연구는 새로운 극단주의의 등장에 대한 이집트, 튀니지, 사우디, 미국 등의 반테러 및 반 극단주의 대응 전략을 고찰할 예정이다. 1차년도의 연구는 이슬람 역사에서 목격되었던 정치적·종교적 극단주의 현상과 특징을 고찰하고, 알 카에다(AQ)와 이슬람국가(IS)의 극단주의 현황과 특징을 고찰하며, 아랍 스프링 이후 IS의 변화 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광의적 의미의 극단주의에 대한 고찰로서 극단주의의 역사와 배경, AQ와 IS의 상호 비교, 아랍 스프링 이후 IS의 새로운 변화 모습과 특징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차년도 연구는 협의적 의미에서 국가별, 권역별, 성향별 극단주의 사례와 극단주의 대응 방안, 국가별 테러 양상과 반테러 전략 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양 집단의 지하드론, 이슬람 칼리파 제국 건설의 당위성, 대중적 지지 확보의 의미, 그리고 외국인 용병을 포함한 인력동원 가능성 문제 등을 고찰하고자 한다. 극단주의와 관련하여 AQ와 IS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양 집단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주요 관심사이며, 향후 중동 지역의 극단주의 경향과 미래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판단 근거로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