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인간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객관적인 현상으로서 시간이 가지고 있는 절대불변의 원칙은 하루를 의미하는 지구의 자전, 한 달을 의미하는 달의 공전, 1년을 의미하는 지구의 공전이다. 이와 별도로 일주일이 7일로 구성된다는 한 주 개념과 1년이 1 ...
시간이 인간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객관적인 현상으로서 시간이 가지고 있는 절대불변의 원칙은 하루를 의미하는 지구의 자전, 한 달을 의미하는 달의 공전, 1년을 의미하는 지구의 공전이다. 이와 별도로 일주일이 7일로 구성된다는 한 주 개념과 1년이 12달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자연의 섭리와 아무런 상관관계 없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자의적이고 인공적인 생산물이다.
그래서 시간을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달력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간에 대한 계산이 반드시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자연현상의 문제만이 아닌,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혁명을 성공한 볼쉐비키와 스탈린은 왜 이토록 복잡한 달력개혁을 시도하려 했을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신생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 달력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제적 동기에 의해서인가?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볼 때, 혁명에 성공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바꾸고 싶어 한다. 그들이 혁명을 성공하기 전에 가졌던 꿈과 야망, 그리고 잠재된 이상을 펼치기 위해서는 과거 통치자들의 유산을 청산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을 자신들의 틀에 맞게 바꿔야 했다. 특히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 곧 인간과 세상을 지배한다는 고전적 명제에 비추어볼 때,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달력도 새로운 세계관과 지배체제를 위해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 인류의 행위는 시공간, 즉 시대와 장소를 떠나 모든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했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문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나일, 황하 지역을 포함해 마야, 멕시코 등에서 발견되는 달력을 보면, 인류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조건 중의 하나가 시간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 체계는 모든 인류에게 공통되는 보편적 적용 원칙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일출과 일출 사이, 일몰과 일몰 사이 등 시간의 길이와 간격을 정하는 것을 말하며, 시간에 리듬을 제공한다는 의미는 인간의 일상과 삶, 축제와 명절과 같은 의식에 하나의 틀을 제공해 휴일과 非 휴일, 평일과 기념일을 구분하는 전통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이 생산한 달력은 당해시대의 수학적 과학적 지식, 종교적 믿음, 정치적 결단, 경제적 필요에 따라 조각되는 사고체계의 총체적 산물이기에, 만들어진 달력을 통해 해당 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권력, 종교, 과학, 이데올로기 등 동시대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달력을 ‘과학, 권력, 이데올로기의 삼중주’라고 부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