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에 도서관에는 황해도 은율에서 1902~1905년에 필사된 고소설 12종 17책이 소장되어 있다. <동국사기>, <사씨남정기>, <석화룡전>, <소대성전>, <소윤전>, <신계후전>, <유백로전>, <이대봉전>, <장학사전>, <주대명전>, <진대방전>, <토공전> 등이 그것이다. 이 ...
숙명여대에 도서관에는 황해도 은율에서 1902~1905년에 필사된 고소설 12종 17책이 소장되어 있다. <동국사기>, <사씨남정기>, <석화룡전>, <소대성전>, <소윤전>, <신계후전>, <유백로전>, <이대봉전>, <장학사전>, <주대명전>, <진대방전>, <토공전> 등이 그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서 발견한 은율 필사본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숙명여대에 소장되어 있는 황해도 은율 필사본들은 그 동안 고소설 연구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미발굴 이본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는 <주대명전>처럼 완전히 새로운 이본도 포함되어 있다.
둘째 숙명여대 은율 필사본들은 상당히 전문적인 필사자에 의해 필사된 이본들이다. 모든 작품이 일관되고 유려한 필체로 필사되었으며 각 이본의 마무리도 뒷면의 거의 마지막 행까지 필사되는 등 서술의 분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필사자에 의하여 완성된 이본이다.
셋째, 숙명여대 은율 필사본들은 상업적으로 유통되었던 세책, 방각본, 활판본들과 일정한 거리가 있는 이본이다. 당대에 상업적으로 유통된 이본들을 그대로 전사한 이본이 아니라 나름대로 가감을 가하고 변화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넷째, 숙명여대 은율 필사본들은 평면적인 서술을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인물 사이의 대화나 편지, 표문 등 삽입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따라서 단순히 서사를 전달하려는 목적 외에 문학적 표현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섯째, 숙명여대 은율 필사본들 중에는 <소대성전>처럼 기존에 알려져 있던 이본보다 훨씬 내용이 자세하고 부연되어 있어서 한글소설의 형성기 이본의 모습을 보이는 작품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