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구스타프 말러의 작품 속에 나타난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모순·역설로 표출되는 패러독스적인 음악언어를 사회·문화적, 인문학적, 그리고 음악학적 맥락을 통해 탐구하면서 그의 음악적 메시지에 접근하고자 시도하였다. 본 연구는 문학, 철학, 음악을 어느 한 ...
본 연구는 구스타프 말러의 작품 속에 나타난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모순·역설로 표출되는 패러독스적인 음악언어를 사회·문화적, 인문학적, 그리고 음악학적 맥락을 통해 탐구하면서 그의 음악적 메시지에 접근하고자 시도하였다. 본 연구는 문학, 철학, 음악을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게, 독일민속음악 모음집, 독일문학, 독일철학으로 분류하여 음악과 함께 복합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독일어권 문화에 대한 학제 간 연구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말러의 음악이 취하는 아이러니한 면모는 전통적으로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자명성을 박탈하고, 자명한 것들이 고상하고 성스러운 것의 장식적 정당화가 되기 않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평생을 주변인이라는 생각 속에서 살았던 말러는 시인으로서의 주관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고 “아주 멀리 떨어진 in sehr weiter Entfernung”(말러 교향곡 1번, 4쪽, 마지막 마디:22마디)관점에서 세계를 직시한다. 말러는 개인적인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보편성을 추구하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째는 유대인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음악세계에서 엄격한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인간이 가지는 보편성을 추구하는데, 이 소재를 독일민속 음악과 독일문학, 그리고 독일철학에서 찾고 있다. 둘째는 당시에 유행하는 독일적인 예술형식과 역사적인 경로를 거부하면서 독창적 노선을 선택한다.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당시의 독일적인 취향과 양식을 포기했지만, 음악적 객관성을 위해 선택한 것이 독일민속음악, 독일문학, 독일철학이라는 사실은 모순과 이율배반적이라 할 수 있다. 말러의 주변인으로서의 입지는 주체와 객체 사이에 거리를 둘 수 있는 엄격한 객관성으로 작용했고, 자신이 속한 세계의 주류에 안일하게 함몰하고 않고 상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각을 만들어냈다.
말러는 이러한 역설적인 관계를 패러독스한 음악언어를 통해 작품에 그려내고 있고, 이것이 오늘날 말러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이며, 다른 독일어권 작곡가들과 다른 점이다.
말러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독일예술과 철학 사상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본 연구에서는 말러의 대표적인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텍스트와 사상을 음악과 함께 고찰하였다. 말러는 거의 모든 작품의 텍스트를 프리드리히 뤼케르트 Friedrich Rückert의 시나 『소년의 마술피리 Des Knaben Wunderhorn』과 같은 독일 민속 음악 모음집, 괴테의 『파우스트 Faust』, 그리고 단순한 리듬, 단순한 멜로디로부터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소년의 마술피리』는 교향곡 1번부터 4번까지 4개의 교향곡과 24개의 가곡에 핵심이 되고 있으며 뤼케르트의 시는 교향곡 5, 6, 7번과 10곡의 뤼케르트 가곡, 즉 5곡의 『뤼케르트 시에 붙인 5개의 가곡』과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의 5곡, 그리고 괴테의 『파우스트』는 교향곡 8번과 깊은 연관이 있다. 또한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W. Nietzsche 의 『나의 즐거운 학문 Mein fröhlich Wissenschft』와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에서 텍스트를 빌려오면서 말러는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고 있다.
본 연구는 말러의 정체성과 직접 연관이 있는 『소년의 마술피리』모음집과 괴테의『파우스트』, 그리고 니체의 철학과 교향곡을 중심으로 수행하였다.
19세기 말에 빈 문화의 중심권에 있었고, 오늘날 종교음악을 대체할 정도로 범세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말러음악의 본질은 무엇이며, 다른 독일 작곡가들과 차별되는 음악을 써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아도르노의 표현에 의하면 말러의 음악은 세계 운행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고발하고 “균열 Durchbruch” 시키는 변론이며, 인간이 기계의 부속품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운행에 대한 대응 방식인 것이다. 본 연구는 말러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패러독스적인 음악언어의 탐구를 통해, 말러가 구체적으로 세계운행의 어떠한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반대 변론을 펼치고 있는지 규명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본 연구는 말러가 단지 유대인 음악가이거나 후기 낭만주의의 보수적인 작곡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깨어있는 음악”을 추구한 예술가로서 인식되는데 토대가 될 것이며, 나아가서는 오늘날 예술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