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가정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과도한 사교육 소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매 정권마다 새로운 입시 정책과 사교육 규제 정책을 도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교육 문제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는 ...
한국 정부는 가정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과도한 사교육 소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매 정권마다 새로운 입시 정책과 사교육 규제 정책을 도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교육 문제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는 저출산 심화와 학생들의 휴식권 및 인권의 침해, 계층 간 갈등의 심화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 연구는 사교육 과열 현상을 노동시장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특히 소비자의 동기, 행동, 사고의 차원에서 살피면서, 소비자 의사 결정 과정과 행동 양식을 중점적으로 탐색하였다는 데 기존 연구들과의 뚜렷한 차별점을 둔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학벌 문제가 노동시장의 1차적 선별기능을 담당하는 대학입시체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대학입시가 1차적 선별기능을 강하게 수행할수록, 출신대학의 평판이 노동시장에서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입시의 강한 변별력이 당장은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학벌의 영향력을 증대시킴으로써 입시경쟁의 과열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해 준다. 동일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출신대학의 학벌에 따라 노동시장 내의 대우가 크게 달라진다면, 보다 좋은 학벌을 획득하기 위한 수험생들의 적극적 경쟁(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은 지극히 합리적인 장기적 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입시사교육 자제, 선행학습 자제, 불필요한 재수 자제 등을 외치더라도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를 마냥 따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과열 입시경쟁을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한다면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문제의 진단 및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더불어, 사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를 서비스 소비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심리와 행동, 생각들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면, 좀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적실성 있는 정책적 개입이 가능해진다.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소비자 입장에서의 현실감 있는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도 한다. 본 연구의 질적 분석을 통해, 사교육 구매 동기로 기존에 학교귀책 이론, 지위경쟁 이론, 제도주의 이론에서 언급된 논거 이외에도 진로 탐색과 적성 발견의 기회, 부모의 대리 만족, 대안적 사교의 장과 같은 내부적 요인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방대한 인터뷰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교육 동기들을 발굴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사교육 소비 행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정부는 밤 10시 이후의 학원 교습 금지, 고액의 학원 교습비 부과 금지, 고등학교 범위를 벗어난 대학별 논술고사 금지, 학원에서의 과도한 선행학습 금지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는 사교육의 다양한 동기를 간과한 채 일방적인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사교육 소비자들의 구체적인 동기들을 파악하고, 이러한 동기를 직접적으로 해소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한, 혹은 사교육 외의 대안을 구체화해서 제시하지 않는 한 현재의 사교육 소비를 억제하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