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대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는 포스트모던 연극/예술이 가지는 한계와 그 대안에 대한 것이다. 말하자면, 비-위계적, 탈-중심적 인식에 기반하며 어떠한 주도적인 윤리도 갖지 않으면서, 단지 “정신적 기질의 권고를 따르거나 작품의 ‘지금’과 ‘여기’에 존재하 ...
21세기 현대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는 포스트모던 연극/예술이 가지는 한계와 그 대안에 대한 것이다. 말하자면, 비-위계적, 탈-중심적 인식에 기반하며 어떠한 주도적인 윤리도 갖지 않으면서, 단지 “정신적 기질의 권고를 따르거나 작품의 ‘지금’과 ‘여기’에 존재하는 동시적인 질료적 권고만을 따르는” 포스트모던 극작술은 단순히 이미지의 순수하고 번역할 수 없는 ‘감각적’ 직접성이 전부가 된다. 게다가, 우연에 의한 무작위적인 작동에 의해 성취되면서 포스트모던 예술은 ‘보지 못하게’ 하며 단지 사건의 나열로서 ‘전시’될 뿐이라는 지적과 함께 방향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던져지는 오브제의 물성에 머무르는 ‘전시된’ 연극 혹은 대안없는 해체로 향해가는 연극은 어떻게 예술가의 영혼의 흐름을 담보해낼 수 있는가 ? 그리고 어떻게 대중과 소통가능하며 ‘감각적인 것의 나눔’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본 연구를 통해 픽션의 새로운 개념을 고찰하였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장-프랑수아 리오타르의 “재현불가능한 것”이라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포스트모던 예술/연극은 모든 합의 가능성을 철저히 제거하며, 형상적인 것은 어느 것이든 거부하면서 모든 종류의 유사성을 배제시켰음을 비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미지의 종언을 애도하고 이미지가 유래하는 다른 곳을 직접적으로 증언하는 이타성(l’altérité)의 부재를 한탄하기도 한다. 랑시에르는 자신의 저서, 『이미지의 운명』에서, 이미지의 종언을 애도하고 이미지가 유래하는 다른 곳을 직접적으로 증언하는 이타성의 사라짐을 한탄하는 이들은 자기동일적이어야 하는 재현적 이미지 구성을 예술의 고유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랑시에르는 미메시스에 대한 개념에서 다만, 유사성의 절대적 명령만을 보는 이들은, “예술의 모더니티를 모방이라는 구속으로부터 예술의 고유함이 해방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이 철학자, 랑시에르의 사유에 기대어, 예술에서의 유사성의 사용의 가능함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현대 예술/연극에서 언급되는 유사성의 사용 가능함을 언급하면서, 유사성은 그래서 내용에 대한 형식의 무관심을 드러내면서 의미작용의 상실한다. 이런 이유로 픽션은 한편으론 유사성을 산출해내는 기계적인 것으로부터 자신의 조작을 분리시키는 작업을 한다. 다른 한편으론 ‘어떤 다른’ 유사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사람들이 애도하는 사라진 ‘이타성’은 더 이상 이미지의 ‘기원’ 로서가 아니라 이미지의 구성 자체에 관여하는 예술가의 ‘조작’이다. 이 조작은 바로 사유의 움직임을 드러내는 픽션이다. 예술작품은 단순히 던져진 ‘전시’의 상태에 머무르거나 혹은 우연에 의해 작동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들을 전시하는 표면과 말을 기입하는 표면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내며 어떤 것을 예술로서 간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엘 폼므라와 장-끌로드 그룸베르그의 작품을 통해 ‘의미 작용에서 해방된 “말못하는 말(la parole muette)”은 한편으론 ‘모든 의미나 이야기를 방해하는 무딘 실재로서의 이미지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사물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기입된 사물의 의미작용으로 독해가능한 증언’ J. Rancière, Le destin des Images, p. 28.
을 행한다. 또한 서로 다른 단편들이 모자이크되면서 사유의 움직임을 드러내는 조작을 행한다. 그래서 이미지는 사물자체가 침묵하고 동시에 말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어들의 의미와 “사물들의 가시성 사이의 새로운 통합 체제를 전개하고 한 시대, 한 문명, 한 사회의 역사가 새겨져있는 기호들의 거대한 피륙과 같은 산문적 현실의 세계를 출현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안없는 해체라고 비판받은 포스트모던 연극의 대안으로서 새로이 소환되는 ‘픽션’은 현실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서 어떤 실재성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픽션은 한편으론 문학적 창작에 고유한 사건들, 상황들, 그리고 개인들의 현전 방식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정치적인 것으로서 행위들, 어떤 공동체, 주체들, 상황들을 정의하는 방식들 사이의 구조적 관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작가들이 혹은 연출가들이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적 사건들을 재현해내는 방식이 아니다. 이는 기존의 픽션이 가지고 있었던 개념을 벗어나 사유의 움직임을 드러내는 새로운 미학적 글쓰기로서, 문학적 창작과 정치적인 것이 교차되어있는 방식임을 이해할 수 있게된다. 이 점에서 본 연구를 통해 소환된 픽션의 미학적 논의는 픽션의 지평을 확장하며 그 독창성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