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와 경제 영역, 다양한 학문 분야 그리고 세계적 맥락에서 새로운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의 담론이다.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 전기와 정보 기술 혁명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여, 인지 ...
정치사회와 경제 영역, 다양한 학문 분야 그리고 세계적 맥락에서 새로운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의 담론이다.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 전기와 정보 기술 혁명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여, 인지과학, 로봇공학, 바이오산업, 고도의 디지털 기술, 물리학적 반전 등의 요소들이 융합하여 생성되는 기술 혁명을 가리킨다. 아직까지 완연하게 4차 산업혁명으로 구획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은 아니지만, 이 산업 혁명기에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 영역들의 융합으로부터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명한 로봇공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모라벡(Hans Moravec)은 인간의 지적 능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기계의 지능 사이에는 본질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이 둘 사이의 간격은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앞으로 20-30년 후면 그 격차를 완전히 해소되고 결국 인간 지능과 기계 지능이 결합하는, 곧 하이브리드 지능이 완성되는 ‘특이점’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향력 있는 미래학자이자 사상가인 커즈와일(Ray Kurzweil)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과 확장으로 기술이 인간을 넘어서는, 곧 기술을 통해 생물학적 인간을 초월하는 새로운 인류-기계 문명의 미래를 전망한다. 하이브리드 지능의 도래와 왕성한 작용은 단순히 개체 인간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넘어 인간 공동체 그리고 우주의 지평에까지 확장된다. 이 강력한 인간 지능은 지구를 포함하여 우주 전체를 지능화하여 지능이 지배하는 세계가 열리게 되는 것이며, 이 세계에서 인간은 신적 존재에 버금가는 존재론적 지위와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본질적으로 연동되어 제기되는 바로서, 이러한 미래의 인간과 세계 구상에 대해 기독교 신앙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특이점이나 트랜스휴머니즘의 개념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대 과학기술 문명의 의미를 비평적으로 성찰한 대표적인 기독교 사상가를 꼽으라면, 엘륄(Jacques Ellul)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엘륄은 현대 과학기술 문명에 관한 비평서들에서 이미 ‘기술의 종교화’의 가능성과 그 확장성에 대해 예민하게 파악하며 철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신학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응답을 시도하였다. 엘륄은 자신의 기술 문명에 대한 비평서인 『기술 체계』의 부제를 ‘인간은 기술의 신성함을 끌어내릴 수 있는가?’라고 달았다. 현대 사회에 과학기술이 종교성을 띠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어떻게 그러한 종교성을 벗겨낼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기술 체계』를 비롯한 몇 권의 저서를 통해 엘륄은 현대 과학기술에 내재된 몇 가지 주된 본성적 특징들을 자동성(혹은 선택의 자동성), 자기확장성(혹은 자기창조성), 통합성, 보편성, 자율성 등으로 제시한다. 기술은 스스로 창조의 잠재력(혹은 능력)을 가지며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확장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기술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하나로서의 지위에 머물지 않고, 다른 요소들과 결정적 관계성을 형성하고 또 제 요소들을 통합하는 핵심적 지위를 차지한다. 엘륄은 기술의 이러한 특징들을 일종의 ‘종교성’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의 과학기술이 갖는 이러한 종교성을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과 문명에 미칠 영향에 관한 미래적 전망 뿐 아니라 현재 과학기술이 갖고 있는 강력하고 또 광범위한 영향을 고려할 때, 과학기술의 본질에 관한 신학적 윤리적 탐구는 필요한 학문적 실천적 과제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에 관한 엘륄의 근본 신념과 연구의 방법론을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본 연구를 통해 신학적 관점 뿐 아니라 철학적 사회학적 관점도 소중하게 여기는 일종의 융합적 접근을 취함으로써 좀 더 균형 잡힌 규범적 결론에 이르고자 하며 또 그렇게 산출된 규범을 트랜스휴머니즘과 같은 주요한 윤리적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규범의 실제적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