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구어 말뭉치에 나타난 ‘그러니까’, ‘그니까’, ‘근까’, ‘그까’를 비교 분석하여 이들의 의미 기능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형태의 변화가 의미의 변화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어에 ...
이 연구에서는 구어 말뭉치에 나타난 ‘그러니까’, ‘그니까’, ‘근까’, ‘그까’를 비교 분석하여 이들의 의미 기능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형태의 변화가 의미의 변화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어에서는 문어보다 축약 형태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그러니까’, ‘그런데’ 등은 축약형인 ‘근까, 그니까, 근데’의 형태로 더 자주 나타난다.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축약 형태를 다루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변)이형태로 언급하면서 대표 형태로 묶어 다루는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은 주로 접속부사의 구어적인 쓰임을 고찰할 때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두 가지의 형태 혹은 그 이상의 형태를 다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말뭉치 기반의 언어 연구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형태가 다름을 일일이 나열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들 연구에서는 모두 형태와 의미의 관련성을 논하고 있지는 않다. 접속부사의 축약 형태가 의미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대표 형태로 묶어서 처리한다든지 혹은 개별 형태의 빈도를 산출한다든지 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그러니까’의 축약 형태인 ‘그니까’, ‘근까’, ‘그까’를 중심으로 형태의 변화가 의미의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담화에서의 실제 쓰임을 바탕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세종 구어 말뭉치에서 공적대화, 공적독백, 사적대화, 사적독백으로 구성한 212,017어절의 말뭉치를 분석하였다.
우선 ‘그러니까, 그니까, 근까, 그까’의 형태별 실현 빈도를 보면 총 1,229개 가운데 ‘그러니까’가 286개(23.3%), ‘그니까’가 360개(29.3%), ‘근까’가 326개(26.5%), ‘그까’가 257개(20.9%) 나타났다. 따라서 실현 빈도상으로는 ‘그러니까’ 못지않게 ‘그니까, 근까, 그까’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인과 관계로 사용된 187개 가운데 ‘그러니까’는 93개(49.7%), ‘그니까’는 49개(26.2%), ‘근까’는 31개(16.6%), ‘그까’는 14개(7.5%) 나타났다. 보충 설명으로 나타난 491개 가운데 ‘그러니까’는 79개(16.1%), ‘그니까’는 151개(30.8%), ‘근까’는 139개(28.3%), ‘그까’는 122개(24.8%) 나타났다. 곧 인과 관계를 나타낼 때는 ‘그러니까’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보충설명을 나타낼 때는 ‘그러니까’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축약이 되면 기본 의미인 인과 관계의 의미는 약화되고, 보충 설명의 기능은 강화된다고 할 수 있다.
담화의 화제 전개와 관련하여서는 ‘그러니까’와 ‘그니까’가 화제 복귀와 화제 정리의 기능을 많이 나타나는데 반해 ‘근까’는 ‘화제 전환’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화자의 평가나 주장이 반영된 발화에 사용된 것으로는 ‘그러니까’와 ‘그니까’가 많이 사용이 되는데 반해 ‘근까’와 ‘그까’의 사용 빈도는 낮았다. 상대방의 발화에 대한 동의하기의 기능 역시 ‘그러니까’와 ‘그니까’가 많이 사용되는 데 반해 ‘근까’와 ‘그까’는 사용이 많지 않았다. 이는 ‘그러니까’와 ‘그니까’가 비슷한 의미 기능을 수행하고, ‘근까’와 ‘그까’가 비슷한 의미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또한 ‘그러니까’에서 축약의 정도가 강할수록 의미 기능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끊어진 발화 연결하기, 시간벌기와 같은 발언권 유지하기, 발언권 획득하기와 관련해서는 본말인 ‘그러니까’로는 18.8% 나타나고, 축약형인 ‘그니까, 근까, 그까’로는 81.2%가 나타난다. 어휘의 기본 의미를 상실하고 단순히 앞 발화와 뒤 발화를 연결하는 기능으로 ‘그러니까’가 사용될 때는 축약형인 ‘그니까, 근까, 그까’로 주로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의 축약형이 원래의 어휘 의미를 상실하고 새로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본말보다 축약형이 담화표지로서의 의미 기능을 더 많이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현재 ‘그러니까, 그니까, 근까, 그까’의 사용에서는 새로운 어휘로의 변화를 획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축약 형태로의 변화는 새로운 의미 기능을 획득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축약형태가 인과 관계의 의미 기능의 약화나 발언권의 유지와 획득 기능의 강화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의미 변화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축약형태의 실현 빈도가 높은 만큼 사전에서의 표제어 선정이나 문법 기술에서의 축약 형태의 사용 양상을 어떻게 포함할지에 대한 논의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