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과제는 ‘대립 개념의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구조와 의미: 칸트와 헤겔을 중심으로’이다. 우선 대립 개념은 일반적으로 철학사적으로 보자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고찰되었고, 그 이후 논리적인 의미에서 모순률이나 배중률을 근거 ...
이 연구의 과제는 ‘대립 개념의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구조와 의미: 칸트와 헤겔을 중심으로’이다. 우선 대립 개념은 일반적으로 철학사적으로 보자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고찰되었고, 그 이후 논리적인 의미에서 모순률이나 배중률을 근거 짓는 개념이었다.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립이나 모순 개념을 행위원리나 언표논리적인 원리로서 이해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순 개념을 존재론적인, (언표)논리적인 그리고 심리적인(주관적인) 방식으로 정의하고, 대립 개념을 상대적인 대립, 결여적인 대립, 반대적인 대립 그리고 모순대당적인 대립을 구별한다.
이러한 대립 또는 모순 개념의 철학사적이고 논리적인 측면과 관련해서 칸트는 대립의 3가지 측면, 말하자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대립, 실재적인 대립 그리고 변증론적인 대립을 구별하면서 철학사적이고 논리적인 관점에 대응한다. 우선 칸트의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대립이론은 형식논리적인 모순율을 비판하면서 ‘어떠한 사물에도 그것에 모순적인 술어는 귀속되지 않는다’로 재정식화하고, 모순율을 분석성에 기초해서 파악한다. 그리고 칸트는 전통 형이상학이 실재성과 부정성의 관계를 논리적인 대립관계로 파악할 때, 논리적인 부정과 수학적인 부정을 구별하면서 자신의 비판시기 이전의 한 논문인 「부정량 개념을 철학에 도입하려는 시도」에서 실재적인 대립 개념과, 『순수이성비판』에서 약탈 또는 박탈 개념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자신의 실재적인 대립이론을 발전시킨다. 다른 한편 칸트의 변증론적 대립이론은 그의 『순수이성비판』의 선험적 변증론에서 4가지 이율배반론의 근저에 놓여있는 사상이다. 여기서 칸트는 논리적인 반성에 선행하는 선험적인 반성, 즉 판단들이 관계하는 대상이 현상적인 대상인지 아니면 순수오성의 대상인지를 먼저 구별할 것을 주장하고, 만약 이 선험적인 반성이 없다면, 선험적인 모호성, 즉 순수한 오성대상들과 현상의 혼용에 빠진다고 말한다.
헤겔은 칸트처럼 모순대당적인 대립을 분석성에로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반성논리적 관계에 근거지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으로 대립된 규정들은 이 규정들의 토대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반성논리적인 법칙이고, 규정들의 토대는 반성논리적인 기체라 불린다. 또한 헤겔은 칸트의 실재적인 대립이론과 변증론적인 대립이론의 근저에 놓여있는 형이상학적이고 논리적인 부정과 수학적인 부정의 구별 그리고 현상과 물자체라는 이원론적 관점을 비판한다. 대립된 규정들이 지니는 논리적 구조는 전통 형이상학적인 결여관계에도 또한 실재적인 대립관계에도 의존하지 않으며, 오히려 반성논리적인 부정성에 의존한다. 물 자체와 현상의 관계도 선험적인 부정이 아니라, 반성논리적인 부정성에 의존하며, 양자는 모두 반성논리적인 기체들이고, 비록 상이한 기체들이라 하더라도 완전히 동종의 것들이다. 이처럼 헤겔은 칸트의 비판철학, 더 나아가 전통형이상학과 형식논리학에서 제시된 다양한 대립이론들을 비판적이고 고찰하면서 대립 개념의 고유한 구조와 의미, 대립 개념이 지니는 변증법과 본질논리학에서의 위상을 밝히려 한다. 그는 『논리학의 학』의 본질논리학에서 대립관계의 3가지 측면, 즉 대립 일반, 모호한 대립 그리고 자립적인 반성규정들의 대립으로 구분하고, 그것들의 논리적 구조를 분석하며, 대립 및 모순의 객관성과 존재론적 특징을 논증한다. 이를 통해서 헤겔은 철학사적으로 많은 논쟁을 야기했던 대립의 상이한 관계방식들, 특히 반대적인 대립과 모순대당적인 대립의 상호 이행가능성 물음에 대답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대립이론을 발전시킨다. 여기서 헤겔은 비판가들이 말하듯이 모순율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모순율의 타당성을 형식논리적인 측면으로 제한하고, 대립 및 모순 개념이 지닌 형식논리적인 측면 이외의 보다 깊이 놓여있는 관계들을 분석하고, 그것의 보다 포괄적이고 객관적이며 보편적인 구조와 존재론적 특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