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희망나눔>을 사례로 수급자카페가 갖는 기능과 의미를 살펴보면, 수급자카페는 일반적인 온라인공동체가 갖는 4가지 기능(정보검색, 관계형성, 오락 및 여가, 미디어)을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수급자카페는 '정보검색' 기능을 중심으로 '관계 ...
먼저 <희망나눔>을 사례로 수급자카페가 갖는 기능과 의미를 살펴보면, 수급자카페는 일반적인 온라인공동체가 갖는 4가지 기능(정보검색, 관계형성, 오락 및 여가, 미디어)을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수급자카페는 '정보검색' 기능을 중심으로 '관계형성'과 '오락 및 여가' 기능이 보조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공간이다. <희망나눔> 회원들이 수급자카페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물론 뉴스, 관공서 웹페이지에서도 복지소식을 접할 수 있지만, 공공정보는 추상적이어서 개별 수급자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애매모호할 때가 많다. 따라서 자신처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기 형편을 설명하고 맞춤형 조언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회원들은 한부모가정이나 장애를 안고 있는 소외계층이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유대감을 얻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급자카페는 온라인공동체의 4번째 기능인 '미디어(의견표출)' 기능은 충분히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장애나 만성질환을 가진 저소득층으로 대(對) 사회적 활동을 하기에는 재정적, 물리적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수급자카페에서 저소득층의 정보교류행태를 살펴보면, <희망나눔> 회원들은 Chatman(1996)이 간추린 아날로그 시대의 빈곤층의 정보행태(숨김, 속임, 위험회피, 선택적 정보수집)로부터 상당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희망나눔>에서 수급자들은 지리적 장벽을 넘어 전국적 소통망을 가지고 교류하고 있었다. 온라인공간의 익명성은 지역주민보다 회원들과 더 솔직하게 자신의 사정을 말할 수 있게 만들었고, 상대를 복지혜택의 경쟁상대로 보기보다 함께 정보를 공유하면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버이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등급제로 세팅되어 있는 온라인카페의 특성상 운영진, 우수회원, 일반회원, 접속자 사이에 정보공유의 위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너무 튀거나”, “정신적으로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의 글은 읽지 않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일부 회원들이 암묵적인 사이버 회피대상이 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희망나눔>과 같은 수급자카페는 저소득층이 정보게토에서 벗어나 정보의 바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자세히 보면 정보의 위계적 분배나 소외가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의 온라인공동체가 오프라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희망나눔> 회원들은 고립된 삶을 살다가 카페활동을 친구들을 얻게 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들은 서로를 위로하는 수준을 넘어서, 공무원과 복지신청 및 수급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함께 이의를 제기하는 동지로서 서로 연대하기도 한다. <희망나눔>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오프라인에서의 회원 간 번개와 정모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오프라인 모임은 전국적인 온라인카페와는 달리 ‘지역별’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갖는다. 물론 전국적 정모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가난하고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층이라는 태생적 제약 때문에 전국모임은 여러 차례 무산되었다. 따라서 회원들의 오프라인모임은 시·도 단위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지역모임도 시간이 지날수록 취향이나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의 소그룹으로 분석되는 경향이 포착된다.
위와 같은 연구결과는 다음 세 가지 차원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론적으로는 기존의 연구들이 저소득층의 정보빈곤에 치중해온 반면, 본 연구는 이미 정보화된 저소득층 네티즌들이 어떻게 온라인공동체를 활용해 정보생산과 공유활동에 참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둘째, 실천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디지털 버전의 공동체조직화(Community Organizing) 모델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공동체조직화가 지리적으로 마을이나 동네차원에 머물렀다면, 가상공간이 온라인공동체에서 수급자들이 자생적 커뮤니티를 이루어가는 방식을 추적하면서, 수급자카페가 갖는 공동체조직화의 새로운 실천모델로서의 가능성과 한계를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책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수요자 중심의 사회복지정보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정부는 수요자 중심의 사회복지정보시스템의 구축을 표방하지만, 실제로 복지수요자인 저소득층이 어떤 방식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에 본 연구는 저소득층의 온라인 정보교류행태를 살펴봄으로써 향후 보다 균형 잡힌 사회복지정보화 정책을 개발하는 데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