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사회지리학에서 사회와 공간의 구성주의적 이론에 기초하여 일본계미국인의 “사이의 공간”(in-between space)의 이중의식적 정체성을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립 칸 고탄다(Philip Kan Gotanda)의 극들―2세 어부를 위한 노래(1981), 세탁(1987), ...
본 연구는 사회지리학에서 사회와 공간의 구성주의적 이론에 기초하여 일본계미국인의 “사이의 공간”(in-between space)의 이중의식적 정체성을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립 칸 고탄다(Philip Kan Gotanda)의 극들―2세 어부를 위한 노래(1981), 세탁(1987), 그리고 생선대가리국(1991)―에 나타난 일본계미국인의 인종적 혼종성과 그것의 정신병리학적 불안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공간화되어 있는가를 읽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일본과 미국 사이에 존재하는 일본계미국인의 복잡한 심리적 풍경을 공간과 트라우마 간의 상호구성적 관계 속에서 분석하는 이 작업은 인종차별이 생산하는 사회병리적 현상을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일본계미국인이라는 혼종적 인종에 작동하는 인종차별이 어떻게 수용소라는 공간적 차별화의 트라우마를 생산하고 이를 내면화시키는가, 또 인종적 트라우마가 어떻게 다양한 물리적 심리적 차별의 지리를 생산하는가를 인종과 공간의 사회구성적 맥락에서 분석한다. 말하자면, 이는 역공간성에 처한 일본계미국인의 혼종적 주체성과 그들의 이중의식적 경험에 주안점을 두어 인종차별적 “구별짓기”(distinction)로 인해 혼종성과 자기분열의 효과로 나타나는 불안과 분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차별적 공간의 양식으로 나타나는가를 “역설적 공간”(paradoxical space), “사회적 중간지대”(social limbo), 그리고 양가적이고 혼종적이며 “틈새 공간”(interrogatory, interstitial space)―을 비판적으로 원용하여 분석한다.
본 연구는 고탄다의 세 편의 극에서 일본계미국인이 인종적 분류, 인종적 이미지의 내면화, 공간의 차별적 분할을 통한 수용소 감금에서 인물들이 겪는 트라우마의 정신병리적 현상의 정치성을 밝힌다. 트라우마는 “갑작스럽고 파국적인 사건이 주는 압도적인 경험”(Caruth, Trauma 11)이자 압도적인 외부의 자극을 막아내는 “정신적 피부”라는 “보호막”(protective shield, Lifton 166 재인용)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외부의 자극들으로 정의되는데, 본 연구는 미국의 ‘구별짓기’의 사회적 지배체제 속에서 역공간적 일본계미국인이 경험한 수용소 감금이라는 인종적 트라우마가 고탄다의 극에서 어떻게 공간성의 방식으로 시각화되는가를 밝힌다. 고탄다의 극에 대한 기존의 논의는 크게 1) 인종차별 2) 일본계미국인의 정체성의 문제, 3) 가부장제적 폭력과 페미니즘적인 시각에 관한 연구에 맞춰져 있다. 본 연구는 역공간에 처한 일본계미국인의 수용소 감금의 경험에 주목하여 어떻게 인종의 ‘구별짓기’가 그들의 정신병리적 트라우마를 생산하며, 또 어떻게 그들이 공간적 차별의 지배담론을 내면화시키는 과정에서 수용소 사건과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트라우마가 공간의 차별적 지리로 형상화되는가를 공간과 트라우마의 구성적 관계성 속에서 읽어낸다. 요컨대, 본 연구는 고탄다의 극에서 일본계미국인의 이중의식적 신체에 작동하는 트라우마의 공간화(spatializations)가 지닌 정치적·심리적 함의를 분석한다.
본 연구는 인종차별이 새겨진 그들의 신체에 구성되고 각인된 물리적, 정신적 역공간성의 정신병리학적 트라우마와 그것의 의해 생산된 차별적 지리의 함의를 밝히는 작업이다. 말하자면, 본 연구는 일본계미국인이라는 혼종적 주체가 어떻게 공간의 차별적 분할에 의한 수용소 감금의 트라우마를 내면화하고, 또 다양한 이미지로 반복되는 트라우마에 대한 ‘침묵’이 어떻게 개인, 가족, 그리고 공동체에서 차별적 지리의 양식으로 나타나는가를 인종과 공간의 구성적 관계성 속에서 진단하여 일본계미국인의 “정신적 풍경”(psychic landscapes, Brown 17)을 읽어내는 것을 연구의 목표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