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이츠의 시에서 승화된 연인의 모습을 찾기 위해 그의 연시의 전체 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의 초기 연시는 우울하고 동경심에 차 있고 헌신적이면서 패배주의적이다. 이 시기 시인은「사랑의 슬픔」("The Sorrow of Love"),「죽음에 대한 꿈」("A Dream of Death"),「 ...
예이츠의 시에서 승화된 연인의 모습을 찾기 위해 그의 연시의 전체 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의 초기 연시는 우울하고 동경심에 차 있고 헌신적이면서 패배주의적이다. 이 시기 시인은「사랑의 슬픔」("The Sorrow of Love"),「죽음에 대한 꿈」("A Dream of Death"),「흰 새들」("The White Birds")에서 모드 곤을 향한 연심과 반향 없는 사랑으로 인한 상실감을 애절하게 노래한다.「그는 천상의 천을 소망한다」("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에서 시인의 시적 분신은 연인의 발아래 자신의 꿈을 펼친다.「아담의 저주」("Adam's Curse")는 낭만적 사랑의 희망, 열망, 성취가 그 추진력을 잃었다는 인식으로 끝나고「굳은 언약」("A Deep-sworn Vow")에서 화자는 그녀가 저버린 언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마음에 품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깨진 꿈」("Broken Dreams")은 오직 기억만이 남았음을 환기시킨다.
제페어즈(A. Norman Jeffares)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예이츠는 직접적이고 기억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시의 개인적 수사(修辭)에서, 삶의 본질을 묻는 점에서도 강력한 시를 창작하는데, 시인이 나이 들수록 그의 시신(muse)은 젊어졌기 때문(18)이라고 진단했다. 화자의 명상은 이 “젊은 공감”(youthful sympathy)의 고통스런 회상에서 나온다.
1919년에서 1939년까지 창작된 연시에서 시인은 연인에게 자비로운 손길을 구하거나 그녀의 관심을 얻기 위한 시도를 배제하고 사색과 추억에 만족한다. 예이츠는 1931년 가을 세 편의 짧은 사적인 시들「노령의 싸움」, 「사유의 결과」 그리고「무절제한 말의 후회」를 지었다. 그 중 첫 번째 시 「노령의 싸움」은 예이츠 연시의 전형을 제시한다. 노령의 화자는 그의 연인이 어떻게 아름다운 젊은 처녀에서 성질 고약한 노파로 완전히 변모했는지를 궁금해 한다. 이 작품의 시어는 젊은 예이츠가 세상의 장미, 불사조, 구름 위를 걷는 여신, 영혼을 밝혀줄 태양을 찬미했던 라파엘 전기(Pre-Raphaelite)풍 연시를 후기에 재현한 느낌을 준다. 이제 시인은 모드 곤을 용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이전 모습의 본질을 되찾고 이 본질은 영원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주름, 흰 머리칼, 흐린 눈 뒤 어딘가에, “왜곡된 나날의” “장막 뒤”에 그녀의 옛 자아가 존재한다.
「사유의 결과」에서 시인은 순전한 의지에 의해 모드 곤과 다른 여성 벗들의 삶을 파멸시켜 왔던 “쓰라린 영광”에 대한 후회를 내던질 수 있다. 예이츠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영원하다고 주장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진다.「노령의 싸움」에서처럼, 본능과 정서 즉 가슴이 어떤 합리적 철학보다 사물에 대한 더 진실한 관점을 준다는 함의이다.
1939년의 『최후의 시편』(Last Poems)에 최종적인 모드 곤 시편「청동 조각상」("A Bronze Head")이 실려 있다. 이 시는 더블린 시립미술관에 있는 모드 곤 흉상에 의해 영감을 받고 쓴 시이다. 이 예술품을 기념하는 시에서 무자비한 미녀는 용서된다. 청동상은 예술보다는 오히려 곤의 임박한 죽음의 상징이다. 첫 연의 장식 속의 모든 것은 “시들어 미라처럼 말라보여” 무덤을 상기시킨다. 이 비잔틴 조각에서 “그녀의 형상은/ 귀한 빛에 감싸여 있는 듯” 여겨진다. 이 형상은 그녀의 본질을 담고 있어서 그녀는 “인간적이며 초인간적이고” 죽어야 하면서 불멸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상에 의해 그는 그녀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만든다. 그와 같은 동일시는 남자를 미치게 한다. “나도 미친 듯 천지를 돌며, 중얼거렸지, ‘나의 분신, 나의 분신!’”(CP 383)
모드 곤은 “초자연적”인 지고의 존재, 여신, 숭고한 정신이다. 그녀는 “이 더러운 흥망의 세상”과 동떨어진 영웅적 인물이다. 많은 예이츠의 초기 모드 곤 시편들은 그녀의 아름다움, 그녀의 강인함, 그녀의 긍지, 그녀의 거만한 총명함을 찬양했다. 그러나 「청동 조각상」에서 예이츠는 그녀를 “아주 기품 있는 여인”이라고 부른다. 이에 화답한 곤의 서신은 두 연인이 시를 통해 마음의 화합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첫 번째 독자인 그녀는 그의 시를 명백히 자전적이라고 보았다. “당신은 나에게 아주 친절했어요. 당신은 종종 예술로써 나를 방어하고 보호하려고 노력했어요. 아마 우리가 세상을 뜨고 나면 나는 당신의 이런 시편들로 알려지게 될 것예요”(White 356-7). 예이츠는「아름답고 고결한 것들」("Beautiful Lofty Things")에서 마음을 얻지 못한 여인의 여신 같은 모습을 기억해 낸다. 모드 곤은 아테네 여신이 표상하는 지혜, 용기, 영감, 문명, 법과 정의를 갖춘 이상적 인물로 헬렌이 지닌 미적 가치가 아니라 세상을 통찰하는 여러 덕목을 지닌다. 실로 그녀는 문학적으로 승화된 여성으로 예이츠의 시와 독자의 마음속에 언제나 살아 숨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