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틀러는 클링조어 동화에 대한 분석에서 ‘가족’ 담론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의 연구와 비교해서도 독창적이다. 키틀러에게 동화는 계몽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오면서 가족코드에 일어난 돌연변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족을 성애화하는 동화의 가족 해 ...
키틀러는 클링조어 동화에 대한 분석에서 ‘가족’ 담론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의 연구와 비교해서도 독창적이다. 키틀러에게 동화는 계몽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오면서 가족코드에 일어난 돌연변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족을 성애화하는 동화의 가족 해석학은 핵가족 코드의 모계화를 매트릭스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는 심리분석, 담론분석, 주체 이론, 시학 등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주제(심리분석)에 대한 연구에서는 유아기 성욕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을 넘어 라캉의 후기 구조주의적 심리학 테제들이 클링조어 동화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키틀러는 유모 기니스탄과 에로스의 관계를 중심으로, ‘욕망은 결핍을 특징으로 하고 탈중심화되어 있고’,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며’, ‘욕망은 상상적인 것의 영역에서 발생한다’ 등 라캉의 욕망이론에 따른 테제들을 클링조어 동화 연구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담론분석)에 대한 연구에서는 절대가족, 절대어머니를 설정한 낭만주의의 가족 담론을 핵가족코드의 모계화와 연관시켜서 다루고자 했다. 키틀러에 의하면, 계몽주의적 시민 드라마와 교양소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소멸을 처음부터 전제하고 있는 반면, 클링조어 동화는 유아의 육체적 결핍, 거울단계, 구강적 요구와 사랑, 어머니 이마고와 객체 선택의 연관관계가 언급 가능하고, 또 언급할 가치가 있는 것임을 문학적으로 증거한다. 모계화된 핵가족에서는 성애화 프로그램이 중요해진다. 유아의 성애적인 일차 사회화가 기록의 대상이 되고, 기록할 가치가 있게 된 것도 바로 가족 담론에 일어난 돌연변이에 기인한다. 어머니는 새로운 생산성의 배전판으로서 가족의 의사소통이 교육학이 아니라 심리학, 재현의 논리가 아니라 생산의 논리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번째 주제에 대한 연구에서는 동화에서 제시된 심리학 모델과 경험적이자 선험적인 이중적 차원으로 분열되는 심리학적 인간의 모델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진다. 동화에서 아버지, 어머니, 자식, 유모 등의 가족적 기표들은 인간의 각각 상이한 정신 능력을 가리키는 알레고리이다. 여러 정신 능력 간에는 위계질서가 아니라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가족관계의 유비를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한 활동을 설명함으로써 심리학은 발생론적으로 설정된다. 낭만주의적 심리학 텍스트는, 한편에서는 지금까지 기록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인간 내면의 현실을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 마음의 통일성에 집중하면서 교체불가능하고, 근원에 연관되는 역사를 지닌 주체를 설정한다. 심리학적 인간은 전자에서는 성애화된 개인으로, 후자에서는 욕망의 기행을 극복한 선험적 주체로 등장한다.
네 번째 주제에 대한 연구에서는 순수한 구술성을 표방하는 낭만주의 시학의 역설이 중심에 놓인다. 기존의 연구는 대부분 소설에 나오는 두 인물, 즉 파벨과 하인리히가 낭만주의적 시인을 대변한다고 본다. 이에 반해 키틀러는 낭만주의 텍스트의 숨은 주체를 서기라고 본다. 낭만주의적 텍스트의 무의식 차원, 즉 낭만주의적 소망의 시적 실현은 아포리아로 머물 수밖에 없음을 증거하는 인물이 서기이기 때문이다. 낭만주의 시는, 자신이 서기가 대변하는 글쓰기의 차원, 즉 문자로 구성되는 담론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키틀러는 서기가 사라지기 전에 추는 미친 춤에 주목한다. 서기가 추는 미친 춤이 땅 위에 남기는 자국들은 의미를 결여한 기호들의 산만한 분포도에 해당한다. 서기의 춤이 남기는 기표들의 우연적 질서는 더 이상 아무런 지식도, 의미도 가리키지 않고 단지 글쓰기의 소비, 글쓰기의 쾌락만을 가리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