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를 통해 동아방송에서 제작․방송한 판소리드라마의 양식적 특성과 각색 방식을 검토하고, 판소리드라마가 1970년대의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판소리드라마의 구성요소는 소리, 해 ...
본 연구를 통해 동아방송에서 제작․방송한 판소리드라마의 양식적 특성과 각색 방식을 검토하고, 판소리드라마가 1970년대의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판소리드라마의 구성요소는 소리, 해설, 극이다. 소리는 판소리드라마의 저본인 판소리 녹음이고, 해설은 소리와 극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며, 극은 판소리 작품을 각색해서 만든 라디오드라마이다. 이 세 가지 구성요소들은 마치 건축물의 재료들처럼 서로 긴밀히 결합되어 있는데, 그 중심에는 골조 격인 소리가 놓여 있다. 즉, 판소리드라마는 소리, 해설, 극의 결합체이며, 소리가 그 구심점인 것이다. 그러한 양식적 특성은 판소리드라마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판소리드라마는 판소리를 현대 대중에게 알리려는 취지에서 제작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판소리를 위한 드라마였다.
그러나 판소리드라마 작가들은 고전 판소리 작품들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재형상화하고, 새로운 인물들을 창조하고, 새로운 장면들을 만들어 넣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전의 재창조를 시도했다. 신선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흥미를 배가시켰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판소리드라마는 1970년대의 대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 바로 그 시대의 삶과 문제의식을 담아낸 이야기였다. 시대를 초월한 고전의 가치와 시대의 접점을 찾아 대중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기에, 판소리드라마는 많은 청취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전통적인 판소리 작품들을 매스미디어 장르로 재창조하여 성공을 거둔 1970년대의 사례에 대한 탐구로서, 20세기 후반 판소리사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판소리의 재창조에 대한 논의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라디오 연속극과 판소리의 결합’을 다룸으로써, 20세기 판소리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판소리의 현대적 변모에 대한 논의의 범위를 확장시켜, 많은 후속연구들을 산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또한, 본 연구는 그동안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판소리드라마의 녹음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그 양식적 특성 및 각색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판소리 및 문화콘텐츠 관련 분야의 지식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며, 영화나 신문 또는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매스미디어인 라디오 분야의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하리라 예상된다.
근래에 창작판소리와 창극 외에도, 새로운 형식의 판소리음악극, 판소리가요, 판소리웹툰 등 판소리를 현대적 장르와 접목한 작품들이 활발히 창작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추어 대학의 전통공연예술 관련 학과 및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 등에서 창작 교육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그러한 창작 및 교육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화석화된 전통 판소리 작품들을 살아 숨 쉬는 현대 공연예술 작품 및 미디어예술 작품으로 재창조할 방법을 모색하는 창작 현장과 그러한 방법을 교육하는 강의실에서, 판소리드라마의 양식적 특성 및 각색 방식에 대한 연구 결과가 좋은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