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지금까지 ꡔ토지ꡕ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일제 강점기 자본주의의 유입과 그 분화 과정에 나타난 제반 양상에 대해 고찰하고 해명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박경리의 ꡔ토지ꡕ에 나타난 '근대성'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

이 논문은 지금까지 ꡔ토지ꡕ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일제 강점기 자본주의의 유입과 그 분화 과정에 나타난 제반 양상에 대해 고찰하고 해명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박경리의 ꡔ토지ꡕ에 나타난 '근대성'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제목인 '토지'에 명시되어 있듯이, 박경리의 ꡔ토지ꡕ는 식민지 공간 속에서 농촌 공동체의 경제 기반인 '토지'가 봉건적 경제 시스템으로부터 자본주의적 경제시스템으로 이행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들(이를테면 토지조？욜사쐽？, 토지거래에 관한 관행 등)을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심도 있게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제목이 환기시켜 주는 토지의 '은유성'은 이 작품을 시대성을 규명하는 역사소설을 넘어서 역사 전반의 원리와 법칙에 대한 보편적 상상력을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읽게 만든다. 가령, 이 작품을 지탱하고 있는 두 힘인 토착지주 최서희 세력과 기생 지주 조준구 세력의 대립축을 중심에 놓고 읽을 때, ꡔ토지ꡕ는 식민지 조선의 근대적 성격을 훨씬 풍부하게 의미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일제 강점기는 인구의 이동과 일제의 자본에 의해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조선인들의 삶의 양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그러나 대도시(경성, 부산, 진주 등)의 중심 상권은 일제 강점기 내내 일본인들의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 운영된다. 이를테면,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에 그려진 도시 공간 속의 백화점과 카페와 빌딩 및 소비재 상품들이 그 대표적인 예들인데, 일제 강점기를 다루고 있는 어떤 작품보다도 ꡔ토지ꡕ에는 농촌사회의 변화와 해체 양상뿐만 아니라 이런 요소들(식민지 지식인들과 민중들의 의식 및 삶의 양태)이 어떻게 변모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일제 강점기 조선 사회의 성격을 규명하는 풍부한 텍스트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ꡔ토지ꡕ는 일제의 강점기간 동안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조선 백성들의 일상이 어떻게 상처받고 훼손되어 가는지 매우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요컨대 ꡔ토지ꡕ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지식인 인물들의 행동과 의식, 그리고 인물들이 거주하는 도시 공간 속에서 일제의 자본주의가 조선의 영토에 침윤되어 식민화를 고착시켜 나가는 총체적 양상을 거대한 서사구조 속에서 핍진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보다 정치한 해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