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자는 동학의 신 관념과 무속, 천주학, 유학의 연관관계 및 그것이 지닌 창조적 융합의 의의에 대해 연구하여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최제우의 종교체험이 지닌 무속적, 천주학적 성격에 관해 연구했다. 우선 최제우의 종교체험과 무당의 접신 ...
본 연구자는 동학의 신 관념과 무속, 천주학, 유학의 연관관계 및 그것이 지닌 창조적 융합의 의의에 대해 연구하여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최제우의 종교체험이 지닌 무속적, 천주학적 성격에 관해 연구했다. 우선 최제우의 종교체험과 무당의 접신체험을 비교해, 떨림과 신령의 강림이 보인다는 점에서 양자는 유사하지만, 최제우의 경우 또렷한 자기의식 속에서 이성적, 인격적 대화를 한다는 점에서 무속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다음으로는 최제우와 단군신화의 하늘님 관념을 비교해, 두 신이 초월적 인격신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최제우의 하늘님은 유일신적 성격을 지니며, 그가 하늘님의 보편적 내재성을 근거로 무속의 귀신 관념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양자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차이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동학과 천주학의 관계에 대해 역사적 검토를 했다. 그 결과 조선에서 천주학 탄압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시기에 최제우는 천주학 교리서를 접했고, 그로 인해 자신이 만난 신을 천주와 동일시하고, 그래서 천주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는 추정을 할 수 있었다.
둘째, 최제우의 하늘님 관념이 지닌 천주학-유학의 융합적 성격을 분석했다. 우선 최제우와 천주학의 신 관념이 모두 초월적 인격신을 신앙 대상으로 삼고, 그 신을 생명 양육의 주체로 여겼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는 점을 알았다. 다음으로는 양자의 차이점에 주목해, 천주학은 신이 내재적·비인격적이기도 함을 인정하지 않는 데 최제우의 천주학 비판이 집중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다음으로는 신의 내재성과 비인격성에 대한 최제우의 강조가 유학적 사유와 관련을 맺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하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을 동시에 긍정하면서도 내재성을 훨씬 더 강조하는 동학의 경향은 자연본체와 덕성본체를 하나로 연결하면서도 내면의 수양을 훨씬 강조하는 유학적 사유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았다.
셋째, 최시형의 하늘님 관념이 지닌 유학적 요소의 강화와 무속적-천주학적 요소의 약화 경향에 관해 연구했다. 우선 종교체험의 측면에서 요인을 찾아본 결과, 최시형의 종교체험은 최제우의 그것만큼 강렬하지 못했고, 최제우 또한 하늘님 기화의 일상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최시형은 일상의 신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으로는 최시형 대에 이르러 천주학적인 요소가 약화된 역사적 요인을 찾아보았다. 그 결과 최시형이 활동했던 대에 동학은 어떻게든 사교의 혐의에서 벗어나야 했고, 서구에 대한 반침략의식 또한 팽배해 그렇게 되었음을 알았다. 그다음으로는 하늘님이 자연에도 내재되어 있다는 최시형 사상의 특징을 유학과의 관련 속에서 살펴보았다. 그것을 통해 자연이 생명의 기운으로 편만해 있다는 생각, 존재론적으로 모든 자연물이 다 존귀하다는 생각 등은 전통유학의 관점을 계승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최시형이 먹음에 대해 사유해 자연의 자기희생이라는 의미를 부각시킴으로써 전통유학의 사유마저 뛰어넘었다는 점 또한 발견했다.
넷째, 이상의 연구를 토대로 동학의 신 관념이 지닌 창조적 융합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로 종교체험의 측면에서 무속과 천주학의 융합은 하늘님 모심에 대한 열정과 그 사상에 대한 이성적 이해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둘째로 신과 인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천주학과 유학의 융합은 초월적 인격신을 인정하면서도 관심을 내면의 수양과 타인에 대한 공경의 실천에 집중케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셋째로 신과 자연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천주학과 유학의 융합은 신을 만물을 생육하는 주체로 인정하면서도 그 신의 기운이 자연에 내재한다고 여김으로써 자연의 공경의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이 세 번째 의의는 최시형이 살았던 당시보다도 생태계의 위기가 고조되는 오늘날 더욱 큰 현실적 의의를 지닌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