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A.벨르이, A.블록을 비롯한 러시아 상징주의자들에 대한 연구에서 언급되는 V.솔로비요프(1853-1900)의 영향은 그것이 솔로비요프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서정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그다지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즉, 솔로비요프에 대한 ...
흔히 A.벨르이, A.블록을 비롯한 러시아 상징주의자들에 대한 연구에서 언급되는 V.솔로비요프(1853-1900)의 영향은 그것이 솔로비요프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서정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그다지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즉, 솔로비요프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문학가들 사이에서는 철학보다는 그가 남긴 서정시를 중심으로하여 이루어졌다. 솔로비요프의 동시대인들에게 있어서 그는 일정한 세계관을 제시하는 철학자이자, 관념적 종교 예언자로서 인정되었다면, 솔로비요프 사망 직후에 시작된 소위 '젊은 상징주의자들(mladshie simbolisty)' 그룹에 있어서 그는 신비가였고,무엇보다도 먼저 시인이었다.
일반적으로 솔로비요프의 신비적 경험에 대한 전기적 증거로서 언급되곤하는 그의 후기 대표작 "세 만남(Tri Svidanija)"은 솔로비요프 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소피야(Sof'ja)'에 대한 이해를 제시한다. 그의 서정시의 대부분에서 보여지는 "그녀", "영원한 여성성", "대지-여신" 등의 형상을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절대자의 표현되고 실현된 이데아'로서의 소피아 개념과 동일시하였다. 그런데 이런 연구과정에서, 카오스적 상황을 극복하고 우주의 통일적 과정을 지향해가는 '세계혼(mirovaja dusha)'과도 동일시되는 이러한 '여성'적인 형상이 제시되는 배경이 매우 일상(byt)적인 차원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연구는 지금까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즉, 범우주적인 과정과 비속한 일상세계와의 결합, 성스러움과 카니발적인 불경스러움, 엄숙한 진지함과 우스움이 함께 결합되어 있는 솔로비요프의 시 텍스트들(나아가 희곡 텍스트들)에 대한 연구는 첫째, 그의 철학 사상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극히 저조하게 이루어졌으며, 둘째, 그의 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경우에도 철학에 대한 보충적 자료의 성격을 취하거나, 셋째, 시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경우에도 그의 시에 대한 전체적 성격을 고려하기 보다는 '진지한 것(ser'eznoe)'에 대한 관심만을 보여왔을 뿐이다. 예를들어, 그의 대표적인 시사시라고 일컬어지고, 그 어느 작품 보다도 많은 분석의 대상이 된 "세 만남"에서 조차도 '이상(ideal)'에 대한 분석과 언급은 있을지언정, 위에서 언급한 일상적 차원에 대한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지 않음은 물론, 더 나아가 우주의 본질이자 미적 과정의 완성이라고 할 '이상'에 대해서 자기풍자로까지 발전하는 '웃음'에 대한 분석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여기서 한가지 지적해야 할 것은 솔로비요프의 인격이 실제로 매우 복잡했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불가해한 '웃음'으로 대표되는 그의 특이한 기질은 솔로비요프 속에서 위대한 종교 사상가, 정치사회 비평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비 철학자로서의 모습을 발견하고자 했던 동시대의 지인들에게 있어서, 또 그의 후계자라고 평가되는 '젊은 상징주의자들'에게 있어서도 몹시 당황스런 것이었다.
그러나 연구자에게 보다 중요한 사실은 솔로비요프의 이같은 웃음의 문제, '우스운 것'에 대한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과도한 열정이 단순히 개인적인 기질의 문제를 넘어서서, 실제적인 창작으로 현실화되었다는 점에 있다. 솔로비요프는 웃음을 유발하는 익살과 부적절한 인용으로 가득찬 편지들을 썼을 뿐만 아니라, 재기발랄한 패로디와 통열한 풍자,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의 넌센스 시들을 상당수 남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풍자와 패러디가 당대의 사회와 인물들을 향한 조롱과 순수한 의미에서의 넌센스에 대한 애정 표현을 넘어서서 때로는 철학자-시인 즉, 그 자신까지를 풍자와 익살, 패로디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것이 야기하는 당혹감은 매우 놀랄만한 것인데, 왜냐하면 작품 속에서 희화되고 있는 대상이 철학자-시인 그 자신일 경우 이것은 곧 철학자 시인으로서 그가 추구해온 궁극적인 이상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가치 결손'을 의미하게 되며, 따라서 그것의 숨겨진 의미가 문제시되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아직까지 충분히 숙고되지도 또 검토되지도 않은 솔로비요프의 '우스운 작품들' 즉, 시와 드라마 작품들을 그 분석 대상으로 한다. 그의 초기 예술창작에서부터 말기 예술 창작에 이르기까지 항상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웃음'에 대한 지향이 첫째, 과연 그 배면, 철학적 명제들과 시적 '이상'과 어떤 관계를 지니는가를 밝히고, 둘째, '웃음'에 대한 지향이 드러나는 텍스트들을 개별 분석하여 그 시학(poetika)적 특성을 규명하되, 시 텍스트와 희곡 텍스트를 상보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셋째, 솔로비요프 예술창작에서 보이는 '웃음'의 특징이 러시아 문학 전통에서 어떻게 검토될 수 있는 지를 살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