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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케의 'wie es eigentlich gewesen'의 본래 의미와 독일 역사주의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신진교수연구지원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03-003-A00001
선정년도 2003 년
연구기간 1 년 (2003년 07월 01일 ~ 2004년 07월 01일)
연구책임자 김기봉
연구수행기관 경기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역사가는 역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관한 물음에 대한 가장 유명한 답은 아마 역사가의 임무는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를 단지 보여주는 것(bloss zeigen, wie es eigentlich gewesen)”이라는 랑케의 말일 것이다. 언뜻 보기에 심오하지 않은 평범한 말 같은 이 격언의 놀라운 성공에 대해 에드워드 카(E. H. Carr)는『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대가 세 번씩 바뀔 때까지 독일과 영국의 역사가들은 그리고 심지어 프랑스의 역사가들마저 ‘wie es eigentlich gewesen’이라는 마술적인 단어들을 마치 주문처럼 읊어대면서 싸움터를 향해서 행진해 들어갔다. 과학으로서 역사를 열렬히 주장한 실증주의자들은 이 주문으로 사실 숭배에 대한 강력한 힘을 불러내고자 했다. 이들은 우선 사실들을 확인하고, 그런 후에 그것들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랑케가 ‘wie es eigentlich gewesen’이라는 말을 했던 본래 의도는 실증주의, 더 정확하게 말해서 실증사학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랑케의 이 말을 경험적 사실만을 실재로 인정하는 실증주의 맥락에 위치시켜서 그 의미를 바꾸어 해석하는 것은 랑케의 본래 의도를 완전히 전도시키는 역설 중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전도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났는가? 이에 대한 연구는 일찍이 조오지 이거스(G. Iggers) 교수에 의해 행해졌고, 국내에서는 길현모 선생에 의해 이거스의 이러한 연구가 훌륭하게 소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역사학에서는 물론 영미 역사학에서도 랑케의 위의 격언을 실증사학 혹은 실증주의의 모토로 인용하는 것은 시정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이미 하나의 정설처럼 굳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본래의 의미로 되돌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이미 전도된 랑케의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라는 말의 의미를 어떻게 되살려 낼 것인가에 있다거나, 이미 이거스에 의해 연구된 이러한 전도가 어떤 과정으로 미국의 신사학자들에 의해 일어났는지를 다시 추적해 보는 데 있지 않다. 그 보다는 랑케의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라는 말의 생성 과정과 본래 의미를 괴테 시대의 역사신학과 훔볼트의 이념설과 같은 독일 정신사의 맥락 속에서 탐구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독일 역사주의 혁명의 진면목을 밝혀보는 것이 본 연구의 일차적인 목표이다.
    마이네케가『역사주의의 생성』에서 썼듯이 종교개혁과 함께 독일정신의 세계사적인 공헌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역사주의 혁명의 완성자는 랑케이다. 이렇게 완성된 역사주의 혁명의 진수를 상징하는 말이 바로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라는 표현이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랑케가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를 단지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모르는 역사가는 거의 없지만, 그 말의 본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역사가 또한 별로 없다는 점이다.
    독일 역사학에서도 실질적으로 랑케의 이 말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를 단지 보여주는 것(bloss zeigen, wie es eigentlich gewesen)”이라는 말은 랑케가 1824년 처녀작으로 썼던『1494년부터 1535년까지 로마적, 게르만적 여러 민족의 역사들 Geschichten der rormanischen und germanischen Voelker von 1494 bis 1535』의 서문이 아니라 1874년 재판 서문에 나오는 표현이라는 것을 아는 역사가는 별로 많지 않다. 초판 서문에는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를 단지 말하는 것(nur sagen, wie es eigentlich gewesen)”으로 되어있다. 물론 랑케의 전문 연구자들은 이러한 초판과 재판 사이의 차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 차이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단지 그들은 랑케가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명확히 표현하기 위해 수사적인 차원에서 그런 수정을 했던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정확히는 1999년 토마스 마르틴 부크(Thomas Martin Buck)라는 독일 연구자가 초판과 재판의 차이에 대한 면밀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서 랑케가 어떤 확실한 의도를 갖고 그러한 수정을 했으며 그 수정의 의미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랑케에 대한 최근의 이러한 새로운 연구와 관련에서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를 단지 보여주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라는 랑케 역사주의의 진수는 무엇이고, 더 나아가 그 이후 드로이젠과 부르크하르크 그리고 마이네케와 최근의 니퍼다이에 이르기까지 독일 역사주의의 역사 속에서 랑케의 위의 말이 어떤 식으로 굴절됨으로써 어떤 의미와 무의미가 부가되었는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 기대효과
  • 랑케의 가장 유명한 말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를 단지 보여주는 것(bloss zeigen, wie es eigentlich gewesen)”에 대한 사학사적인 그리고 지성사적인 연구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역사학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실증사학과 실증주의 역사학의 연원이 랑케의 역사주의가 아니라 그에 대한 굴절된 이해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랑케와 드로이젠 그리고 부르크하르트로 이어지는 독일 역사주의의 다양한 흐름과 더불어 독일 사학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지형도가 그려질 것이다
    셋째, 역사학의 최초의 과학적 모델을 정립한 역사주의에 대한 역사이론적 고찰은 역사학의 역사, 즉 메타역사로서 사학사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줄 것이다. 다시 말해 랑케의 역사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포스트’ 랑케 역사학에서 그 분절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은, 역사이론적인 성찰 없이 실증적인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는 정통 역사가들에게 역사란 무엇이며, 역사학이라는 학문적 작업의 의미가 사회문화적인 토대와의 연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 연구요약
  • ‘wie es eigentlich gewesen’이란 말은 랑케의 처녀작『1494년부터 1535년까지 로마적, 게르만적 여러 민족의 역사들』에서 처음 쓰였던 표현이다. 독일 역사주의를 상징하는 이 말은 아마 역사가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랑케가 이 말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간단하게 썼던 것인지, 아니면 이 말로 역사연구와 서술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되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랑케 스스로는 이 말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의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들을 부여하지는 않았으며, 그러한 의미의 부가는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랑케는 그 당시 독일 지식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루터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영향 하에서 그런 말을 했지만, 후대의 역사가들은 그런 정신사적인 맥락을 사장시킨 채 랑케의 말을 자신들의 의도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했다. 그래서 역사주의라는 개념의 복잡성만큼이나 이 말의 의미는 두껍게 해석되었다. 어떤 말의 의미의 전화는 그 말이 위치한 컨텍스트를 해체함으로써 일어났다. 우리는 선행 연구자의 사상이 담긴 어떤 특정한 말을 탈맥락화 해서 우리 스스로가 의도하는 문장 속으로 재맥락화 하는 방식으로 그 말을 전유함으로써 새로운 학문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곤 한다.
    따라서 랑케의 ‘wie es eigentlich gewesen’이란 말의 의미를 사학사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말의 생성사 뿐만 아니라 그 영향사까지도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 연구가 역사학적인 것이라면 그 출발점을 이루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성의 역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차적으로 랑케의 위의 말이 본래 어떤 맥락에 위치해 있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24년 초판 서문에 나와 있는 본래의 문맥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역사학은 과거를 재판하고 미래의 유용함을 위해 동시대인들을 교육한다는 직무를 갖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서의 시도는 그런 고귀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본래 어떠했는가를 단지 말하는 것이다.”
    랑케는 과연 어떤 의도로 이 말을 했을까? 김나지움에서 역사를 가르치다가 이 책을 통해서 학계에 정식으로 데뷔하고자 했던 랑케가, 오늘날의 사학사에서 그렇게 크게 자리매김을 하듯이, 역사서술과 연구의 최초의 과학적 모델로서 역사주의라는 새로운 역사학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는 것과 같은 야심 찬 의도를 갖고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의 인용문의 액면 그대로의 의미처럼 그는 과거를 평가하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특별한 교훈을 주는 것과 같은 커다란 목표가 아니라 단지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에 대해 말할 목적으로 책을 집필한다는 학문적인 겸손함을 피력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랑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이 말의 영향력과 변용이다.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 말은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 굴절되어 확대 해석되었다. 첫째는 객관적 역사서술에 대한 요청의 의미로 역사가들에 의해 인용되었다. 이 말은 “모든 시대는 신에 직결되어있다”라는 다른 유명한 말과 짝을 이루면서 역사의 당파적 인식을 지양하고 객관적인 서술을 규제하는 이념이 되었다. 독일 역사주의 전통을 계속해서 고수하고자 했던 피어하우스(R. Vierhaus), 슐린(Ernst Schulin) 그리고 니퍼다이(Th. Nipperdey)와 같은 역사가들이 그런 식으로 이 말을 전유했다.
    이런 첫 번째 의미와 상대적인 두 번째 의미는 ‘wie es eigentlich gewesen’이라는 독일어 문장이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생성했다. 문제는 eigentlich를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로빈슨, 비어드 그리고 베커와 같은 미국의 신사학 역사가들은 물론 카는 그 단어를 essentially가 아니라 really 또는 actually로 번역해서 이해했다. ‘본래 그것이 어떠했는가’가 아니라 ‘실제 그것이 어떠했는가’로 번역함으로써 초래한 결과는 역사에서 신의 사상을 읽고자하는 본래 관념론자였던 랑케를 실재론자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실증주의자로서 랑케의 이미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위와 같이 랑케의 ‘wie es eigentlich gewesen’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의 문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랑케 저작의 1824년 초판과 1874년의 재판 서문의 차이에 대한 면밀한 텍스트 분석은 또 다른 차원에서 ‘wie es eigentlich gewesen’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랑케는 초판에서는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를 단지 말하는 것(nur sagen, wie es eigentlich gewesen)”으로 썼다가 재판에서는 “그것은 본래 어떠했는가를 단지 보여주는 것(bloss zeigen, wie es eigentlich gewesen)”으로 문장을 수정했다.
    랑케
  • 한글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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