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큼, 처럼, 보다’는 현대국어를 다루는 거의 모든 논저에서 비교격 조사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대응형이나 선대형이 중세국어, 근대국어에서 격조사로 기능하지 않은 사실, 그리고 비교 구문을 유형론적으로 다룬 여러 논의에서 비교 기준의 표지로 비교격이 언 ...
‘만큼, 처럼, 보다’는 현대국어를 다루는 거의 모든 논저에서 비교격 조사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대응형이나 선대형이 중세국어, 근대국어에서 격조사로 기능하지 않은 사실, 그리고 비교 구문을 유형론적으로 다룬 여러 논의에서 비교 기준의 표지로 비교격이 언급되지 않은 사실 등은 과연 '만큼, 처럼, 보다'가 격조사인지 좀더 세밀히 논의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본고는 '만큼, 처럼, 보다'를 격조사로 보아 온 기존 논의들을 검토하여 그 논의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나아가 이들이 격조사가 아니라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8가지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첫째, 이들이 보이는 문법적 관계가 일정하지 않으며 이들 조사는 여러 격 위치에 나타난다. 둘째, 이들 조사는 일부 어미 형식 뒤에도 결합할 수 있다. 셋째, 이들은 후행 서술어와 격이라 부를 만큼의 일정한 의미적 관계를 맺지 못하여, 서술어가 비교의 의미적 관계를 요구하는 등급적 서술어로 한정되지 않는다. 넷째, '만큼, 보다'와 '처럼'은 한 문장에 공기(共起)할 수 있다. 다섯째, '처럼'과 '만큼, 보다'는 그 성격이 동일하지 않다. 즉 이들이 참여하는 구성은 비교문이 아니라 유사문인 경우도 있다. 여섯째, 이들은 의미격 조사 뒤에 후행한다. 일곱째, 비교격 조사의 일종으로 취급되어 온 '같이, 대로'는 격조사로 보기 어려운 특징을 지닌다. 여덟째, '같이, 보다'는 부사, '대로, 만큼'은 의존명사의 용법도 있어 이들을 격조사로 보면 문법화 단계 가설에 어긋난다.
그런데 보조사를 뒤에 다른 조사가 올 수 있느냐의 여부, 의미상의 지배 영역이 선행어를 넘어 확장될 수 있느냐의 여부, 의미적 추상성의 정도나 문법화 단계에서의 위치 등에 따라 후치사와 첨사로 구분하는 문법 모형을 받아들인다면 이들은 보조사 중에서도 후치사로 분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