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술은 모두 5부로 구성될 것이다. 상대가요, 향가, 고려속요, 경기체가, 시조의 순서가 그것이다.
제1부의 상대가요로 「공무도하가」, 「황조가」, 「구지가」가 있다. 「공무도하가」에 대해서는 가창공간의 여 ...
이 저술은 모두 5부로 구성될 것이다. 상대가요, 향가, 고려속요, 경기체가, 시조의 순서가 그것이다.
제1부의 상대가요로 「공무도하가」, 「황조가」, 「구지가」가 있다. 「공무도하가」에 대해서는 가창공간의 여러 정황, 가창자로서의 광부 부인, 청자로서의 곽리자고, 소음이 개입되지 않은 새벽녘이라는 가창시간, 익사사고가 늘 존재하는 대동강변 등을 감안하는 것도 해당 작품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설화가 전승과정을 거쳐 복합설화로 바뀌었다는 데에 논의자들이 공감하기에 복합설화에 나타난 신비스런 요소를 걷어내고 단순설화가 발생하게 된 과정까지 소급할 수 있을 것이다.
제2부의 향가로 「우적가」, 「헌화가」, 「처용가」 등이 있다. 「우적가」에 대해 가창시간은 새소리 벌레소리 등 잡음이 섞이지 않은 해질녘이고 노래를 부른 장소는 산울림(echo) 현상이 일어나는 ‘큰 고개(大峴嶺)’이고 가창자는 善鄕歌로 나타나는 영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래에 대한 도적들의 반응은 각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산울림의 공간에서 잡음이 섞이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의 창자가 부른 노래 「우적가」는 청자들에게 ‘皆釋劒投戈’하게 할만한 노래였던 것이다.
제3부의 속요로 「쌍화점」, 「사모곡」, 「유구곡」, 「서경별곡」, 「청산별곡」, 「동동」 등이 있다. 「쌍화점」에 대하여 ‘전체인간의 해방을 주장’한다거나 ‘타락한 사회상을 풍자’한다는 등의 주제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속요의 가창공간에서 공연되는 가창물은 참석한 사람들에게 불쾌감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주제론은 가창공간에서 참석자들에게 소통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일련의 장치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에 해당한다.
제4부의 경기체가로 「한림별곡」이 있다. 경기체가도 가창공간의 정황을 알 수 있다. 「한림별곡」의 가창방식과 관련해 ‘사람마다 기생을 끼고 앉아…여러 사람들이 모두 손뼉을 치고 춤을 추면서 한림별곡을 부른다. 반주 없이 부르는 노래가 매미 울음소리 같이 울려 나오는 사이사이에 개구리 들끓는 소리를 뒤섞여 부른다(용재총화)’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반주 없이 부르는 노래(淸歌, 혹은 맑은 소리로 노래를 부름)’와 ‘매미울음(蟬咽)’은 가창자의 독창을 의미하고 ‘개구리 들끓는 소리(蛙沸)’는 가창공간 참석자들의 합창을 가리킨다. 이러한 가창방식은 「한림별곡」이 ‘집단적 정서 표출에 적당’하다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가창방식이 이렇다 보니 ‘문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矜濠放蕩할 뿐 아니라 褻慢戱狎하여 군자가 본받을 만한 것이 아니다(퇴계집)’라고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제5부의 시조에서도 가창공간에 주목한다. 시조를 ‘賓筵之娛(歌曲源流)’라 한 것도 가창공간과 관련된 일이기에 ‘賓筵’의 정황을 감안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조의 가창공간이 이러할 때, 노래를 부르는 자[창자]와 그것을 듣는 자들[청자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던 자[妓, 妓는 창자일 경우도 있음]의 심리 변화를 재구하는 일은 기존의 논의를 보완 및 수정하는 것은 물론 ‘난해어구’를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공간의 ‘분위기의 흥을 돋우는 데 결코 빠지지 않는 행위’로 기능하는 ‘허튼소리’가 ‘성’과 밀접한 ‘음담패설’에 해당하기에 이를 노래하는 창자나 이를 듣는 청자에 대한 심리학적 해명을 통해 사설시조 이해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다. 예컨대 성리학적 예교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집단에서 음담패설의 형식적 조건이 첨가되는데 ‘듣는 사람은 느슨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들을 자신의 표상 속에서 완전하고도 직접적인 음담패설로 재구성해’내고 ‘음담패설로 직접 표현되는 것과 듣는 사람에게서 그로 인해 자극되는 것 사이의 불균형 관계가 커질수록 농담은 더욱 세련(프로이트,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된다는 것을 통해 세련된 음담패설에 대하여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평시조의 형식을 띠고 있으면서 동시에 가창공간에서 ‘세련된 음담패설’로 기능할 수 있고, 가창공간에서 점잖은 표현이 관습적으로 통용되던 ‘세련된 음담패설’일 수 있기에 이것을 사설시조의 발생론과 더불어 논의하면 기존 논의들이 주목하지 못한 부분을 통해 사설시조발생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