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은 재난을 첫째, 적의 공격 행위로 인한 ‘전시 재난’, 둘째, 평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평시 재난’, 셋째, 자연 현상에 의한 ‘자연 재난’ 세 가지로 구분한다. 그러나 최근의 재난은 재난 발생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와 ...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은 재난을 첫째, 적의 공격 행위로 인한 ‘전시 재난’, 둘째, 평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평시 재난’, 셋째, 자연 현상에 의한 ‘자연 재난’ 세 가지로 구분한다. 그러나 최근의 재난은 재난 발생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와 인재가 뒤섞인 복합적 형태를 띤다.
‘인류는 재난과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연재해를 비롯한 각종 재난들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존재해왔지만, 다양한 문명의 이기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믿었던 근대이후 산업화와 기술문명이 오히려 심각한 기후변화를 초래하여 예기치 못한 자연재난을 일으키고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복잡하고 다양한 재난을 초래하였다. 예를 들면 1995년 지하철 사린사건, 3.11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1994년의 성수대교,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세월호 침몰사고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재난의 본질을 직시하고 재난에 대해 문학적으로 대응하고, 재난이라는 사태를 문명론적으로 비평하고자 하는 논리 및 시도가 행해지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기존 연구에서 재난문학의 정의를 시도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한 사회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지녔던 거대 재난들의 발생이 문학계에도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켜왔으며 그런 상황 아래 창작된 문학 작품들이 재난 자체를 기록할 뿐 아니라 재난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 양상, 문명의 추이까지 여실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재난문학의 특징을 토대로, 본 연구는 재난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고려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재난을 선별하고 각 재난 관련 작품들을 고찰함으로써 재난문학의 개념정의를 시도하는 한편, 재난문학의 계보적, 통시적 연구를 추진하고자 한다. 재난을 직접적인 소재로 다룬 작품과 작가들은 물론, 재난이 남긴 다양한 상처를 치유하거나 재난이라는 참혹한 현실에 문학적으로 맞서고자 했던 시도들의 계보를 만들어 갈 것이다. 재난의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전쟁 관련 문학 역시 연구 대상 안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나, 전쟁의 경우 ‘전쟁 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별도로 연구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전쟁 외의 재난 즉 평시 재난, 자연 재난, 인재 관련 문학을 범주로 한 ‘재난문학’ 연구를 진행하기로 한다.
일본에서는 2011년 3.11동일본대지진을 전후 최대 재난이라 규정지었고, 한국에서는 2013년 세월호 참사를 국가적 재난이라 규정지었으며 이를 계기로 소설, 시, 비평 분야에서 본격적인 재난문학을 의식하면서 다수의 문학 작품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한국과 일본 문단에서 이들 재난과 재난에 대한 공포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 활발히 창작 및 연구되었음은 다양한 형태의 자연․인적 재난에 노출된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에 대해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한일 양국에서 각각 재난문학의 비교 분석과 그 외의 동아시아에서 발표된 재난문학을 참조하여 ‘동아시아 재난문학’이라는 새로운 틀의 구축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메이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여러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반응으로 재난문학이 가장 활발하게 발표되어 온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발표된 재난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을 중심으로 본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중국 및 기타 동아시아 지역의 재난문학의 사례조사도 병행하여 동아시아 작가들의 재난 인식과 대응, 나아가 이를 문학 작품화하는 과정까지를 당시의 사회문화적 콘텍스트를 통해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팀은 한일 양국의 재난문학을 (1)근대부터 1945년까지, (2)1945년부터 2000년대까지, (3)2010년대 이후로 범위를 나누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2010년 이후를 하나의 시기로 규정한 이유는 한국과 일본에서 이 시기에 세월호참사와 3.11동일본대지진이라는 재난이 있었으며, 이에 반응하여 한일 문학에 재난관련 다수의 문학작품과 비평이 쏟아졌고 재난문학 관련 연구가 태동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