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말과 일제 하의 시대적인 격동기 속에서 조선 천주교회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였고, 그 종교사적 내지 문화사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추적하기 위해서, 당시 조선에서 활동하던 천주교 선교사들의 문화선교활동과 조선 연구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
본 연구는 한말과 일제 하의 시대적인 격동기 속에서 조선 천주교회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였고, 그 종교사적 내지 문화사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추적하기 위해서, 당시 조선에서 활동하던 천주교 선교사들의 문화선교활동과 조선 연구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조선 사회에 들어와서 살던 천주교 선교사들이 어떠한 문화적인 활동들을 수행하였고, 또 그 과정에서 당시 조선 사회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평가하였는지를 해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당시 조선 천주교회가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과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와 같은 민족적 위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였고, 또한 식민지 조선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나아가 해방 이후 천주교회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는 데에도 그 단초가 될 것이다.
한말과 일제 시대에 조선으로 와서 활동한 서양 천주교 선교 단체로는 프랑스의 파리외방전교회, 독일의 베네딕도회, 그리고 미국의 메리놀회 등이 있었다. 이들 세 선교 단체와 그 소속 선교사들은 본당 사목과 교구 운영이든, 교육 선교든, 나름대로 독특한 방식으로 선교 활동을 수행하였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선교 활동이 사회문화적으로 나타날 때 어떠한 양상을 띠고 있었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문화선교활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즉 이 말은 선교사들이 천주교 신앙에 관련된 내용들을 신도가 아닌 사람들에게 전할 때, 그 사회에서 마련된 각종 문화적 장치들(출판, 언론, 학술, 교육, 사회 사업 등)을 활용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선교 활동 자체가 문화운동적인 측면을 다분히 내포하게 되는 현상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천주교 선교사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문화적 장치들을 사용하여 선교 활동을 펼쳐 나가면서, 한말과 일제 하 조선 사회의 문화적 삶과 일정한 영향 관계를 주고 받았다고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한 선교사들은 보다 원활한 선교 활동을 위해이건, 개인적인 취미를 위해서이건, 또는 조선인들을 보다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이건 간에 당시 조선 사회를 주의깊게 관찰하여 묘사, 사진, 영상물 등의 기록들을 남겼으며, 또한 많은 양의 문헌 자료들을 수집하기도 하였다. 이들이 본국으로 보낸 보고서나, 개인적인 저술, 또는 선교 잡지에 기고한 논문들 가운데에는 조선 사회의 문화나 관습, 사회 제도, 역사 등에 관한 기록들이 무수히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에 본 연구는 선교사들이 문화선교활동을 펼치면서 형성하고 있던 조선 사회에 대한 경험들이 그들의 조선에 대한 기록들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선교사들의 문화선교활동과 조선에 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다루어, 그들의 의식 세계 내지 사고 방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말 일제 하 천주교 선교사들을 다루는 이러한 연구는 나아가서 당시 조선 천주교회의 성격과 존재 양상을 해명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