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문화인류학, 신문방송학, 문학, 역사학, 철학, 경제학, 정치학 등의 학문적 통찰력을 망라하는 학제적 조사연구를 통해 1990년대 후반 이후 중국에서 나타난 ‘한류(韓流)’ 현상을 중심으로 한중 문화교류의 중국적 토대를 밝히고 한국 문화산업 및 문화정책의 발 ...
본 연구는 문화인류학, 신문방송학, 문학, 역사학, 철학, 경제학, 정치학 등의 학문적 통찰력을 망라하는 학제적 조사연구를 통해 1990년대 후반 이후 중국에서 나타난 ‘한류(韓流)’ 현상을 중심으로 한중 문화교류의 중국적 토대를 밝히고 한국 문화산업 및 문화정책의 발전에 대한 장단기적인 함의를 도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본 연구는 중국의 한류 현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를 구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추진되었다. 첫째는 한류의 중국적 토대와 전망에 대한 논의이다. 현대중국에 존재하는 어떠한 구체적인 조건들이 한국 문화상품의 중국 진출과 그 수용을 가능하게 했는가 하는 문제이다.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 중국의 문화적, 심리적, 경제적, 제도적 토대가 외국의 대중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어느 정도 갖춘 다음에야 비로소 한국 대중문화가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토대가 무엇이며 또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인지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을 때 한류가 현대중국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무엇이며 그 전망은 어떤지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한류의 실체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다. 한국 문화상품에 대한 중국 내의 열기는 어떤 수준이며 그것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더 확산될 가능성은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경제의 비약적인 성장, 발전과 그에 따른 소득수준의 향상, 소비구조의 변화, 그리고 중국정부의 문화개방 정책 등이 결합하여 외국의 문화상품에 대한 중국 대중의 문화적 욕구를 창출하였다고 할 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한국의 문화상품에 대한 관심이 특별히 크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한류는 그 실체가 미약한 공허한 주장에 불과하다. 또한 한류라는 특수한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을 정도의 열기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한류 현상과 관련된 각 영역의 구체적인 현황과 향후 변화추세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는 한류와 한국 이미지의 상관성에 대한 분석이다. 한국 문화상품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이들의 문화소비는 한국 상품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관심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한국 문화상품의 주요 고객이 단일한 집단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며 그 연령적․계층적․성적 차이에 따라서 한국 문화상품을 향유하는 방식과 그를 통해 형성하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다를 수 있다. 그와 같은 수용자의 내적 편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한류의 의미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반드시 한국 상품과 한국에 대한 관심의 증대나 긍정적인 인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이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이 없이 단순한 주관적 기대를 전제한 한류에 대한 긍정적, 낙관적 평가는 단순한 기대심리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넷째는 한중 문화교류의 대안에 대한 모색이다. 한중 문화교류라는 좀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때 한류는 어떤 의미와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대중문화 중심의 교류 이외에 한중 양국의 상호이해와 공생의 교감을 키울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20세기의 끝 무렵에 중국을 중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한류 현상은 세계화와 지역화라는 큰 화두와 맞물리면서 묘한 여운을 던진다. 한국 문화상품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한편으로는 문화의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인의 문화적 유사성(유교문화)이나 근대적 경험의 유사성(서구화와 도시화)에서 기인하는 지역화의 조짐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한중 문화교류라는 긴 스펙트럼에 한류 현상을 비춰보고 느린 호흡으로 그 의미를 읽어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만약 한류가 소비층의 제한과 편향적 이미지의 고착화 그리고 서구식 문화소비의 전파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면, 좀더 폭넓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중 양국의 공통적 역사경험과 생활세계에서 공감대의 실마리를 찾는 문화교류의 대안을 탐구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한류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한중 문화교류의 중국적 토대를 확인하는 동시에 한국 문화정책의 발전적 변화를 구동할 수 있는 이론적, 실천적 통찰을 얻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