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한국 정치사상사에 관련된 기존 연구는 대개 위정척사, 개화사상, 진화론, 애국계몽운동, 자강운동, 독립운동,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 개별 주제 중심이거나 우파, 좌파 혹은 급진주의냐 보수주의냐 등 이념과 관련된 시각 중심으로 접근해온 경향이 강하다. 그런 ...
근현대 한국 정치사상사에 관련된 기존 연구는 대개 위정척사, 개화사상, 진화론, 애국계몽운동, 자강운동, 독립운동,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 개별 주제 중심이거나 우파, 좌파 혹은 급진주의냐 보수주의냐 등 이념과 관련된 시각 중심으로 접근해온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이런 접근은 개별 운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상이 세계사적으로 근대를 대표하는 자유주의와 어떻게 접합하고 연관되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의식을 결여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이 연구는 한국의 근현대 정치사상을 자유주의와 관련시켜 체계적으로 조명하면서, 양자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양자가 처한 역사적 상황, 전통 및 국제적 상황 등에 비추어 설명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일단 시기적으로 구한말(1880-1910), 식민지시대(1910-1945), 해방3년 및 건국기(1945-1948)로 나누어 검토할 것이다. 각 시기별 정치사회적 상황과 조건의 변화가 당시 자유주의를 조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각각의 시기별 분석범주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다. 1) 근현대 한국 자유주의를 조형한 국제정치적 배경으로서 당시 자유주의 열강들(일본을 포함하여)이 취한 對한반도 정책의 성격, 2) 자유주의의 보편적인 핵심가치라고 할 수 있는 자유, 개인의 인권, 재산권, 제한정부 등의 관념을 통해 본 한국 자유주의 전개의 특질, 3) 자유주의 핵심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제도화 노력과 운동의 특성, 4) 자유주의의 또 다른 주요 가치인 독립국가(민족자결) 또는 해방민족이라는 관념이 반제국주의 운동 속에서 전개된 특질, 5) 민중혁명이라는 이름하에 아래로부터 전개된 자유주의 운동의 성격, 6) 마지막으로 근대 자유주의적 정치학이 수용되고 확립되는 과정에 대한 규명이 그것이다.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구한말(1880-1910) 한국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1) 자유주의 열강들의 한반도 진출과 한반도의 상황적 성격, 2) 초기 개화파와 고전적 자유주의 관념 형성의 특성 3) 위정척사파와 '유가문명'의 자유권 및 자유주의에 대한 관계, 4) 독립협회의 자유주의 제도화 노력, 5) 동학과 아래로부터의 자유주의, 그리고 주권론 6) 유길준과 근대 초기 자유주의 정치학 수용의 특징을 고찰할 것이다.
식민지시대(1910-1945) 한국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1) 한국의 식민지화 과정과 일본의 식민통치 형태에 대한 자유주의 열강들의 입장, 2) '애국계몽주의론' '자강론' 등과 계몽적 자유주의, 3) 식민지 지식인들의 '개인', '사회', '민족'에 대한 관념과 식민지에서의 '자유' 관념, 4) 임시정부, 자치론, 무장투쟁론과 민족주의적 자유주의, 5) 형평사 운동과 아래로부터의 반제민중주의적 자유주의, 6) 안확/안국선과 2단계 근대 자유주의 정치학 수용의 성격을 고찰할 것이다.
해방공간과 건국을 전후한 시기(1945-1948) 한국 자유주의 사상에 대해서는 1) 한반도 분단과 미소를 중심으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대결하는 국제정치의 배경, 2) 해방공간의 좌파/우파와 '정치적 자유주의' 對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3) 근대적 전통주의자들과 자유주의, 4) 제헌과정과 제도적 자유주의 이념, 5) 보통선거권론과 민중혁명론, 그리고 자유와 주권, 6) '이승만 박사'의 근대 자유주의 정치학 수용의 성격을 고찰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한 분석은 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즉 자유주의가 '제도'로서 한국사회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 미군정기이고, 이후 전개된 한국 현대정치의 독재적 성격상 '자유주의' 이념으로 저항의 시대를 분석하는 것은 그 동안 부담스러운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분명 '이념'으로서의 자유주의의 기원이 19세기말 이후 개화파에 의한 적극적인 수용노력으로 이루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또한 일제시대 역시 지식인과 독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3.1운동이 증명하듯이 자유주의 정신으로부터 '자주', '독립', '평등' 관념은 물론 독립운동의 영감을 받았던 것이 사실임이 밝혀질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애당초 한국으로 하여금 식민화된 근대를 경험하게 한 세계사적 배경 역시 '제국주의적' 자유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규명될 것이다. 미군정기 역시 한국 자유주의의 이중적 양면성을 지속시켜 '자유주의'가 국가건설의 초석이 되기도 했지만 분단의 한 원인이기도 했다는 점 역시 분명하게 규명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는 '구한말-식민지-미군정기에 걸쳐 전개된 한국 자유주의'의 초상화가 이후 현대 한국사회의 정치이념을 구조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어 왔으며, 한국 자유주의 자체가 '비서구사회'의 보편성(?)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구적 잣대에 의해 일방적으로 '일그러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