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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회화에 나타난 포스트 모더니티 인식: 사무엘 베케트와 르네 마그리트의 경우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선도연구자지원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02-041-A00514
선정년도 2002 년
연구기간 1 년 (2002년 12월 01일 ~ 2003년 12월 01일)
연구책임자 권혜경
연구수행기관 동서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이 연구의 목표는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와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인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 두 사람의 예술세계를 살펴봄으로써, 예술적 표현에 대한 현대성, 즉 포스트 모더니티의 인식이 연극과 미술 양 장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연극과 회화 등 활동한 분야도 틀리고 창작시기도 서로 다르며 생전에 어떠한 접촉이나 교감을 나눈 흔적도 없다. 하지만 마그리트의 그림에 관심을 갖고 그의 철학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극작가인 베케트가 고민해 왔었던 예술적 재현의 문제와 실재(reality)에 대한 인식의 문제들이 마그리트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남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현대 예술가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포스트 모던 예술가들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점이긴 하나, 특히 베케트와 마그리트 두 사람에게서 서로간의 대응성이 상대적으로 높이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예술적 재현에 대한 회의라는 부정적 시점에서 창작 활동을 시작하고 있으며, 진리와 실재에 대한 인식 역시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관점을 가짐으로써 극단적인 두 요소가 서로 병치 또는 혼재하는 양상을 작품을 통해 형상화하고자 한다.
    마그리트와 베케트를 연결하는 또 다른 공통점은 그들의 예술적 스타일이 동시대 예술가들의 스타일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파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의 화풍은 일찌감치 초현실주의에서 벗어나, 사실주의 기법에다 오브제의 재배치 또는 크기, 속성 등의 변형을 거쳐 독특한 화폭을 만들어냄으로써 '신비의 거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였다. 그는 특히 단순히 화가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면서, 다른 이들이 음악이나 글로 생각을 표현하듯이 자신은 그림을 통하여 자신의 사유체계를 표현함을 공공연히 밝혔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의 그림은 '회화 자체의 기능보다 시적 특질-곧, 사유체계-이 우선'('ascendency of poetry over painting' Foucault 2)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달리 말해 마그리트의 그림은 가시화된 사고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베케트 역시 현대연극에 인간이 처한 실존적 상황과 언어의 한계성을 형상화함으로써 부조리연극의 선도주자로 활동하였음은 물론, 침묵과 미니멀리즘의 요소를 도입하여 후기로 갈수록 점점 압축성과 상징성이 높은 극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는 소설이나 연극 장르 이외에도 라디오극이나 영화, 텔레비전극 등 다양한 매체를 시도하는 가운데 각 매체 특유의 속성을 극대화시킨 기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제를 다양하게 표현한 바 있다.
    서로 다른 장르 속에서 각기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베케트와 마그리트의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현대의 문학가나 예술가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해 왔었던 예술적 표현의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더 제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베케트와 마그리트는 예술적 재현이라는 제한된 표현 영역을 초월하여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형이상학적 물음을 관객에게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낯선' 새로운 미학적 표현을 통해 관객을 주목시켰으며, 더 나아가 관객들로 하여금 자기를 둘러싼 일상적이고 익숙한 존재 상황에 근원적인 의문을 품도록 하였다. 또한 서로 이질적이고 대조적인 두 요소의 병치 또는 혼재를 통해 실재의 상대성을 제시함으로써 인식의 폭을 확대시켰다. 이런 의미에서 마그리트의 그림이나 베케트의 극작품은 공통적으로 관객에게 침묵과 응시를 요구한다. 그들의 작품은 읽혀지고 또 숙고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 기대효과
  • 예술적 재현에 대한 회의와 언어의 한계성을 바탕으로 창작 작업을 해 온 사무엘 베케트는 포스터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일컬어진다. 재현의 무대 대신 그는 철저히 연극성에 바탕을 둔 presentation의 무대를 만들었으며, 언어의 한계성을 보완할 수 있는 침묵과 공간의 세계를 찾아내어 독특한 그만의 작품 영역을 구축하였다. 그가 현대 연극 및 문학에 미친 영향만큼이나 그에 대한 연구는 특히 영문학 및 극문학 분야에서 이미 상당 부분 이루어진 상태이다.
    이제 포스터 모던적인 현대적 예술관에 대한 연구의 폭을 미술 장르로까지 확대하고자 한다. 르네 마그리트는 미술사적으로 초현실주의 화가로 분류되어 온 예술가이지만 다른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엄격히 구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확보한 사람이었다. 예술적 표현에 대한 그의 독창적인 견해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그것보다는 이후에 오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창작론에 보다 가까이 닿아있다. 그 역시 예술적 재현에 대한 기본 관념을 철저히 배격함은 물론 실재라는 문제에 있어서도 상대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병치 혹은 혼재라는 독특한 회화 형식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다른 미술가들과는 달리 언어 문제에 있어서도 첨예함을 보여 특히 언어 자체의 자의성(arbitrariness)을 지적하는 일련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연구는 극작가인 사무엘 베케트와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의 예술세계를 살펴봄으로써, 예술적 표현에 대한 현대성, 즉 포스트 모더니티의 인식이 연극과 미술 양 장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들 두 예술가는 서로 다른 장르에 속해 있으면서도 예술적 표현에 있어 공통되는 기본 개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예술가를 비교 분석하는 가운데 그동안 주로 문학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포스트 모더니티 개념 연구를 회화 분야로까지 확대함으로써 학제간 연구의 모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문간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횡적 연구는 학문 영역내에서의 제한된 연구를 지양할 수 있는 주된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단일한 문학 분야 연구를 통해 얻어진 시각의 확장을 의미함은 물론, 예술적 표현에 대한 현대성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포스트 모더니티 개념의 확립에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무엘 베케트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온 본 연구자의 입장으로서는 그동안의 베케트 연구를 보다 보완하는 동시에 이해의 깊이와 폭을 한층 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사려된다.
  • 연구요약
  • 이 연구를 위해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베케트와 마그리트 두 사람의 창작세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예술적 재현에 대한 회의와 언어인식의 측면에서, 그리고 두번째 실재의 상대성 인식이란 측면에서 두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중세 시대 이래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에서 만들어진 거의 대부분의 회화나 조각품은 사실적인 구상 계열의 작품이다. 따라서 회화의 개념은 재현(representation)에 그 바탕을 두고 있었으며 '현실을 보는 창문'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화가들은 보다 복잡하고 내밀해진 인간의 의식 변화를 첨예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흐름은 19세기 인상파로부터 비롯되어 20세기에 들면 새로운 회화 공간을 제시한 입체파 및 추상파의 작품들이 대두됨으로써 더욱 더 심화되었다.
    마그리트는 처음부터 자신의 작품에서 재현의 효과를 철저히 무시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그는 '상식'이나 '달콤한 진실'과 같은 그림에서 의도적으로 현실의 오브제가 점유하는 3차원 공간과 그것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 캔버스의 2차원 공간을 화폭 속에 함께 둠으로써 그림 속에서 재현의 흔적을 찾으려는 전통적 시도를 철저히 봉쇄하고자 한다. 재현에 대한 회의를 표시하는 것은 입체파나 추상주의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들의 회화 기법 자체가 구상 표현을 거의 벗어난 직설적인 방식임에 반해 마그리트의 회화 기법은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회화 형식을 갖추되 표현의 내용과 방식을 철저히 뒤집음으로써 보다 더 복잡한 성격을 띠게 된다.
    베케트 역시 예술 행위 자체의 근본적인 회의와 좌절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예술가는 절대적인 인식과 예술적 재현의 불가능성에서부터 자신이 선택한 예술 행위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예술가는 항상 'nothing to express'와 'the obligation to express' 라는 이율배반적인 두 명제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nothing to express'는 인간의 존재상황이 근원적으로 갖는 표현되어질 수 없는 속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작가인 그가 사용해야 할 도구인 언어 자체의 불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본질적인 한계를 내재한 언어 매체로써 말하여질 수 없는 대상을 표현하는 일은 처음부터 그 재현의 불가능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는 연극을 통해 재현의 무대 대신에 'presentation'의 무대를 만든다. 따라서 그의 극작품은 철저히 연극적이다. 그의 극작품에는 단 한순간도 극적 환상을 추구하는 장면이 개입되지 않는다.
    마그리트나 베케트는 회화나 연극 자체가 목적이었다기보다도 자신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제반 형이상학적 물음을 제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그 매체들을 시도하였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낯설게 하기'의 방식을 통해 관객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줌으로써 견고해 보이는 일상의 틀을 흔들리게 한다.
    두 예술가는 재현의 한 수단인 언어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언어에 내재된 본질적인 한계성이나 그 속성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예술의 현대성을 논할 때 매우 중요한 한 요소라고 하겠다. 특히 마그리트가 보이는 지대한 관심은 그가 화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사실이다. 베케트의 경우 앞서 언급하였듯이, 소설가로서 출발하였기에 언어 자체의 한계성에서 기인하는 재현의 불가능성을 익히 절감하고 있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와의 비교를 통해 조이스가 '전지전능'(omniscience)의 작가임에 반해 스스로를 '불능'(impotence)과 '무지'(ignorance)의 작가라고 표현한 점은 언어와 예술적 재현에 대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모더니즘의 작가들이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면,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작가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도구인 언어에 대해 깊은 회의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절대적인 진리와 실재의 개념은 상대성의 개념으로 대체되며, 현대 예술 전반에 양극단이 병치 또는 혼재하는 양식을 도입하게 하였다. 주관/객관, 남성/여성, 빛/어둠, 정신/육체 등 이분법적 사고 속에서 전자의 개념들이 후자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던 절대적 진리의 세계에 비해, 현대 예술작품 속에는 극단적인 두 요소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상대적으로 공존하는 보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시각이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베케트와 마그리트 역시 대조적인 두 요소의 공존이라는 양상을 자신의 극작품이나 그림 속에서 형상화시키고 있다.
    베케트의 작품에서는 병치 또는 혼재의 개념을 상징하는 키워드로서 'perhaps' 또는 'probably' 라는 말이 사용된다. 어느 쪽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는 자신들의 상황을 인식
  • 한글키워드
  • 데페이즈망(depaysment),예술적 재현(artistic representation),르네 마그리트,실재(reality)의 상대성(relativity),presentation,언어인식,사무엘 베케트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베케트와 마그리트, 두 사람은 작품 활동을 한 영역도 다르며 그 시기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예술적 재현에 대한 회의를 바탕으로,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관객에게 제시하고자 하였다. 베케트가 모더니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로고스 중심주의에 대항하여, '표현되어질 수 없음'과 '말하여질 수 없음'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였던 것처럼, 마그리트는 한 화폭 속에 2차원과 3차원이 공존하는 듯한 그림을 통해 전통적인 회화의 재현 기능을 철저히 해체시키고 있다. 그들은 '낯선' 새로운 미학적 표현을 통해 관객을 주목시켰으며, 더 나아가 관객들로 하여금 습관처럼 받아들여 온 일상적인 주변에 근원적인 문제 제기를 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서로 이질적이고 대조적인 두 요소를 병치 또는 혼재의 양상으로 작품 속에 형상화시킴으로써 절대적인 실재의 존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베케트의 경우, 예술의 재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언어의 한계성 같은 기본적인 포스트모더니티를 창작의 주 이론으로 택하면서도, 예술 작품의 원본주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베케트는 매체간의 구분도 철저하여, 소설 작품의 무대화나 라디오 극작품의 무대화 등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의 전환을 가능한 한 억제하고자 하였다. 이에 반해 마그리트는 베케트보다 시대를 훨씬 앞서는 예술가이면서도, 예술의 원본주의나 엄숙주의에 있어서 한결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또한 마그리트는 다른 화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회화와 조각 작품의 제작을 통해 원본에 대한 해체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 영문
  •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consider how the concept of postmodernity is recognized in the fields of theater and painting, using Samuel Beckett's plays and Ren Magritte's paintings. These two artists, though they had expressed themselves using different mediums and hadn't met each other while they were alive, share postmodern attitudes toward artistic creation: the impossibility of artistic representation, the limit of language and the relativity of reality. In order to express the impossibility of artistic representation, Magritte presents still-life objects standing upon the framed canvas in Common Sense. The postmodern recognition of the impossibility of artistic representation in writing is based on the limit of language. Therefore Beckett tries to make a theater of presentation, not of representation, which does not require a dramatic illusion at any moment. Beckett, even though he accepts the postmodern view points in artistic creation, seems to adhere to the integrity of the original. He has a fixed idea about his own works and does not want to accept any kinds of transformation and change on them, which is why he is called "the last modernist" or "a postmodern modernist." Magritte shows a freer attitude toward the original and the copy by recreating other artists' works. Through this process, he tries to challenge the authority of traditional paintings and to deconstruct the original through parody and copying.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베케트와 마그리트, 두 사람은 작품 활동을 한 영역도 다르며 그 시기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예술적 재현에 대한 회의를 바탕으로,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관객에게 제시하고자 하였다. 베케트가 모더니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로고스 중심주의에 대항하여, '표현되어질 수 없음'과 '말하여질 수 없음'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였던 것처럼, 마그리트는 한 화폭 속에 2차원과 3차원이 공존하는 듯한 그림을 통해 전통적인 회화의 재현 기능을 철저히 해체시키고 있다. 그들은 '낯선' 새로운 미학적 표현을 통해 관객을 주목시켰으며, 더 나아가 관객들로 하여금 습관처럼 받아들여 온 일상적인 주변에 근원적인 문제 제기를 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서로 이질적이고 대조적인 두 요소를 병치 또는 혼재의 양상으로 작품 속에 형상화시킴으로써 절대적인 실재의 존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20세기 중반 이후 불기 시작한 포스트모더니티의 기본 개념들 가운데 주된 위치를 차지하며, 예술 작품의 현대성을 논할 때 빠짐없이 거론되는 사항들이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모더니즘 예술이 갖는 예술의 원본주의 및 엄숙주의를 배제하기 때문에 예술작품의 복제를 시도하게 되며, 이는 곧 포스트모더니즘의 주된 특성 중 하나인 예술의 상업주의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베케트의 경우, 예술의 재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언어의 한계성 같은 기본적인 포스트모더니티를 창작의 주 이론으로 택하면서도, 예술 작품의 원본주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베케트는 매체간의 구분도 철저하여, 소설 작품의 무대화나 라디오 극작품의 무대화 등 한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의 전환을 가능한 한 억제하고자 하였다. 이에 반해 마그리트는 베케트보다 시대를 훨씬 앞서는 예술가이면서도, 예술의 원본주의나 엄숙주의에 있어서 한결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인간의 조건>이나 <단어의 사용> 등과 같은 일련의 시리즈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동일한 소재를 여러 번 반복해서 그림으로써 예술 작품이 갖는 원본으로서의 고유성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또한 그림 속에 나타나는 소재 역시 개별성이나 정체성이 배제된 경우가 많다. 또한 마그리트는 다른 화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회화와 조각 작품의 제작을 통해 원본에 대한 해체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극작가인 베케트와 화가인 마그리트를 엮은 이 연구는 그 동안 주로 문학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포스트 모더니티 개념 연구를 회화 분야로까지 확대함으로써 학제간 연구의 모티브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학문간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횡적 연구는 자기 학문 영역 내에서의 제한된 연구를 지양할 수 있는 주된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단일한 문학 분야 연구를 통해 얻어진 시각의 확장을 의미함은 물론, 예술적 표현에 대한 현대성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포스트 모더니티 개념의 확립에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연구를 통해 본 연구자가 일관되게 해 온 베케트 연구의 폭과 깊이가 더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본 연구자는 그 동안 베케트의 극작품에 나타나는 '침묵'의 요소, 라디오 극과 텔레비전 극 등에 나타나는 주제와 매체 사용의 관계, 그리고 모녀관계 및 몸의 언어 등으로 나타나는 페미니즘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베케트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해 온 바 있다. 이제까지의 연구가 베케트라는 한 극작가를 중심으로 하는 절대적인 성격의 연구였다면, 본 연구는 베케트와 화가인 마그리트를 비교 분석하는 시점을 제공함으로써 상대적인 성격을 띤다고 하겠다. 서로 다른 장르에 속했지만 예술적 표현에 대해 공통적인 인식과 고민을 가졌었던 두 예술가의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끊임없이 예술적 표현의 문제를 제기한 베케트의 작업이 보다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객관적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베케트에 대한 이러한 상대적인 관점은 상당 기간 베케트 전문 서적 출판을 준비해 온 본 연구자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관련 저서(2004년 4월 출판)의 완성도를 보다 높일 수 있었다고 사료된다.
  • 색인어
  • 사무엘 베케트, 르네 마그리트, 포스트모더니티, 포스트모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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