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는 ‘개인’의 막을 올린 시대이다. 근대이전에 인간의 정체성은 가족이나 부족, 종교와 같은 ‘집단’에 기초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근대의 개막 이전에도 ‘인간’은 분명 존재하였지만 ‘개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근대는 전통적인 ‘집단성의 지배체제’ ...
‘근대’는 ‘개인’의 막을 올린 시대이다. 근대이전에 인간의 정체성은 가족이나 부족, 종교와 같은 ‘집단’에 기초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근대의 개막 이전에도 ‘인간’은 분명 존재하였지만 ‘개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근대는 전통적인 ‘집단성의 지배체제’(the regime of collectivity)를 해체시킴으로써 ‘인간’을 ‘개인’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가속화시켰다. 그리하여 인간은 그 자신이 보유한 독립적이고 특유한 사고, 감정, 목적, 이익, 이성으로써 특징화되는,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전적으로 새로운 하나의 인종, 즉 개인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본래 개인(individual)이란 ‘나눌 수 없는(in-divide)'의 뜻을 지닌다는 점에서, 역시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뜻을 지닌 자연과학의 개념인 원자(A-tom)에 대응하는 존재다. 그것은 사회에 적용된 원자, 즉 사회를 이루는 불가분의, 침해되거나 파괴될 수 없는 사회의 최소 단위인 셈이다. 근대의 주요 사상들, 즉 데카르트의 토대주의 및 주체의 철학, 라이프니츠의 단자론, 홉스를 필두로 하는 근대적인 사회계약론, 칸트의 계몽주의, 밀의 자유론 등이 모두 바로 이런 개인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음은 두말한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곧 ‘근대적 개인’을 함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연구팀은 이런 근대적 개인과 그들이 구성한 공동체를 다음의 세 측면에서 탐구하였다. 첫째로 근대적 개인은 개인적, 이기적 주체이며, 둘째로 계산적, 합리적 주체이며, 셋째로, 감성적, 취미판단적 주체이다. 이런 근대적 개인의 정체를 확인한 후, 이에 따르는 인식적, 정치적, 미학적 질문을 다음과 같이 제기하고 이에 답하였다. 먼저 인식론적 과제는, ‘어떻게 주체의 표상에 근거하여 객관성을 기초지을 수 있는가 ’이며, 정치 사회적 과제는 ‘어떻게 개체의 의지에 기초하여 공동체를 세울 수 있는가 ’이며, 미학적 과제는 ‘어떻게 주관적인 취미판단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일 수 있는가 ’이다.
이런 질문들에 답하려는 시도로서 본 연구팀은 우선 1년차 연구를 통하여 근대의 다양한 철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개인을 규정하였는지를 살펴보았으며, 2년차 연구에서는 이런 개인들이 구성한 공동체의 성격과 특징들을 탐구하였다. 이 결과 근대적 개인이 데카르트가 생각한 사고의 주체로부터 출발하여 그 후 욕망의 주제, 행위의 주체, 미적 판단의 주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런 개인이 구성한 공동체도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형태로 진화하였음을 발견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서양의 근대 전반은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시각이 혁명적으로 전환된 시기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각을 비판적으로 정당화한 것이 근대철학의 가장 큰 성과라고 결론 지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