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 기층문화에서 ‘성(聖)과 속(俗)’
14세기 간 중동세계 문명의 중심을 차지함으로써 아랍인의 사고와 의식구조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던 이슬람은 아랍 민중에게 거룩함(聖)의 인식(認識)을 제공함으로써 아랍 기층문화에서 큰 비중을 점하였다. 철저한 유일신관 ...
○ 아랍 기층문화에서 ‘성(聖)과 속(俗)’
14세기 간 중동세계 문명의 중심을 차지함으로써 아랍인의 사고와 의식구조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던 이슬람은 아랍 민중에게 거룩함(聖)의 인식(認識)을 제공함으로써 아랍 기층문화에서 큰 비중을 점하였다. 철저한 유일신관, 신자의 이상적 덕목, 이슬람 율법의 준수 등 이슬람 제도의 생활화는 아랍서민의 의식에 거룩함의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랍인들의 역사 기록은 B.C.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또한 A.D. 7세기 이슬람이 등장하기 이전 시대의 아랍어 자료들을 보면 아랍인의 유목생활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가치관, 도덕관, 다신교(多神敎) 종교관 등의 내재된 사고와 관습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더욱이 이슬람 시대에 들어와서도 비잔틴 로마, 페르시아, 인도, 터키, 지중해권 유럽인들과 지속적인 문화 충돌과 교류를 거듭하는 가운데 아랍인의 의식에는 이슬람외적인 시각, 곧 타문화에 대한 자각과 의식이 배태되어 자리잡았을 개연성이 뚜렷하다. 그러한 아랍 유목문화의 전통적 관념들의 유산과, 새로운 타문화의 인본적․보편적 요소는 아랍 대중의 심리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었다. 이러한 면면들은 아랍 기층문화에서 비이슬람적․타문화적 요소와 더불어 세속적인 요소를 형성하는데 기여하였다.
아랍기층문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러한 이슬람의 종교적 관념, 제도가 타문화에 근거한 관념, 인간 본위의 세계관․인생관과 분리되지 않고 함께 공존한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 ‘거룩함(聖, sacredness)과 세속적인 것(secularity)의 혼재, 또는 그 경계의 무너짐’이라는 점에 있다.
본 연구과제는 아랍민담, 속담, 대중가요 노랫말, 영화 등, 현대 아랍 기층문화를 형성하는 주요 4개 분야 자료를 활용하여 아랍인의 의식과 사고방식을 연구한다. 특히 기층문화에서는 성(聖)의 요소와 세속의 요소가 혼재되어 있음에 주목하여 각 분야별로 논문을 집필할 것이다. 여기에서 聖은 이슬람에 관련된 모든 종교 제도적 내용으로 구체적으로는 코란(al-Qurān), 하디스(al-Hadīth, 예언자 성훈[聖訓])에서 제시하는 일체의 교리 및 행동양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전제한다. 또한 세속적인 것은 이슬람외적인 측면 곧, 타문화의 요소들과 더불어 이슬람에 영향 받지 않은 아랍인의 전통적인 관습 및 탈신성화(脫神聖化)된 사고방식으로, 곧 그것은 미신, 통과제의(通過祭儀) 등을 포함하는 아랍인의 다양한 실존적 삶의 양식(樣式)을 가리킨다.
본 과제의 세부 연구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아랍 기층문화 개관
아랍의 기층문화는 민속문화와 대중문화로 대별된다. 전자는 민담과 속담을, 후자는 노랫말과 영화를 포함한다. 아랍 기층문화에서는 이슬람으로 상징되는 성(聖)의 요소와 더불어 세속적인 인간 본연의 모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운데 양자가 혼합되어 있다. 본 연구는 성(聖)과 속(俗)을 나타내는 아랍어 인사말, 통과의례에서 사용되는 이슬람식 기원문, 민속 전통에서의 축하 표현과 관용 표현 등을 다루기로 한다.
아랍 유목사회 현상의 예로는 부족의 결속성과 순수성, 유목 사회에서 이웃의 개념과 그 대상 및 범주, 부족과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다는 명목하에 진행되는 ‘명예살인’의 원인과 양태, 아랍인의 출생, 할례, 성인식, 결혼, 죽음과 관련되는 통과의례의 특징, 이슬람에서 가르치는 성(聖)스러운 성(性)문화와 통속적인 성문화의 차이점, 아랍인의 종교적인 금기와 문화적인 금기의 차이 등이 있다. 한편 이슬람이 각 지역의 토속 유목문화와 섞이면서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정착한 결과로 생겨난 비드아(bidah, ‘革新’, 곧 非이슬람적인 관습) 현상이나, 이슬람과 타종교와의 혼재 양상을 살펴본다.
2. 아랍 민담
아랍민담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막의 유목 문화가 지닌 인간의 순수한 욕정(欲情)을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아랍 유목민의 기개와 더불어 애증과 해학이 버무려져있다. 아랍민담에서 주된 역할을 맡는 요소는 절대신이 아니다. 기이한 존재인 진(jinn, 魔神)이거나, 예지력을 지닌 신비한 인간, 또는 마술적 능력이거나 신통력을 가진 동물 등 우리가 꿈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신묘(神妙)한 현상들이 압도적이다. 또한 신앙에 의지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정에 따른 충동적 욕구나 어설픈 의지가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 곧 절대신이 아니라 인간, 그리고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날 수 있거나 상상 속에 꿈꾸는 존재들이 바로 아랍민담의 주인공들인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삶을 인간 자신이 직접 바라보는 측면이 강한 아랍민담은 아랍문학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 인본주의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 아랍민담은 원시적 상상력이 충만할 뿐만 아니라 아랍민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