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를 요약하지면 <첫째>, 독일의 68-운동 시기와 한국의 80년대 문학의 특징의 고찰이다. 아데나워 정권의 반공정책, 경제기적 등에 따른 사회의 경직성을 고발하면서 새로운 문학적 앙가주망이 강조된 60년대 말의 상황을 살피고, 나아가 문학과 정치관계에 대해 논 ...
본 연구를 요약하지면 <첫째>, 독일의 68-운동 시기와 한국의 80년대 문학의 특징의 고찰이다. 아데나워 정권의 반공정책, 경제기적 등에 따른 사회의 경직성을 고발하면서 새로운 문학적 앙가주망이 강조된 60년대 말의 상황을 살피고, 나아가 문학과 정치관계에 대해 논쟁을 일으켰고, 사회현실과 일상에 직접 관여하려는 정치문학적 입장을 취한 엔첸스베르거, 페터 바이스, 마르틴 발저와 같은 신좌파계열의 작가들과 그 입장을 살핀다. 문학의 정치화는 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신주관주의’ 경향을 띠게 된다. 68-운동의 좌절에 따라 문학이 ‘개인화’되어가면서, ‘사회’, ‘이성’, ‘역사’, ‘발전’, ‘진보’ 등의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고, 대신 ‘현재’, 그리고 “사적인 것”이 더 부각된다. 1980년대 한국문학은, 60년대 시작된 순수/참여논쟁이 70년대를 지나면서 리얼리즘 논쟁으로 발전하고, 80년대 들어오면서 민족문학과 계급문학의 논의로 구체화된다. 70년대의 문학운동이 자유주의에 기초한 민주화의 동력에 근거한다면, 80년대 문학운동은 노동자, 농민이라는 보다 첨예화된 계급적 각성에 기반하는 동시에, 미제국주의와 신식민 상태로서의 한국 민족의 피지배적 상황을 첨예하게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둘째>, 70년대 독일문학에서 생겨난 ‘신주관주의’ 혹은 ‘신 감수성’, ‘신 내면성’ 등의 용어는 당시 독일 출판계를 위시해 문화산업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퍼졌다. 이에 해당하는 작가들로는 위르겐 테오발디, 클라우스 콘예츠키, 카린 키부스, 라이너 말코브스키, 미하엘 크뤼거 등을 들 수 있는데, ‘신 내면성’이라는 유행어로 묶어지는 시인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정치적 경험이다. 그 정치적 경험은 구체적으로는 무력감의 체험이다. 시인들이 자신의 주관성으로 회귀하게 된 것, 개인화된 주체라는 구체성으로 그리고 일상(日常)으로 회귀하게 된 것이 우선은 자발적인 의지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70년대 시들이 보인 단순한 사물에 대한 지나친 선호는 자칫 하나의 새로운 ‘사물 신비주의 Ding-Mystik’에 빠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시적 언어의 단순화로 인한 희생양은 바로 시 그 자체일 것이다. 시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예술적 특성들, 예컨대 비유, 은유, 비밀스러운 언어 등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70년대의 신주관주의적 일상시가 환경, 생태시, 반문명시, 도시시, 생활시를 포함하는 대장르명이며, 80년대 들어서서 대안적 삶으로서의 개혁을 노래하는 새로운 정치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신주관주의’로의 경향전환기에 생산 주체로서의 자아를 대상으로 한 글쓰기를 가장 잘 구현한 작품들을 분석한다. 68-운동의 좌절, 그에 대한 반성 및 성찰 등의 개인적 체험이 투영된 작품들을 보는데, 페터 슈나이더의『렌츠』(1973), 페스퍼의『여행』(1977), 우베 팀의『뜨거운 여름』등을 다룬다. 슈나이더는 68-학생운동의 기수로서 시대에 따른 자신의 입장을 그 어느 작가보다도 분명하게 밝혔을 뿐 아니라,『렌츠』를 통해 68-학생운동의 문제를 가장 잘 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의『뜨거운 여름』과 페스퍼의『여행』은 시대 변화의 특징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68-세대가 내세웠던 추상적인 정치 구호는 구체적인 체험세계로 대체된다. 문학형식도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심리분석, 자아체험 텍스트, 자전적 세계, 새로운 감수성 등을 추구하게 된다.
<넷째>, 한국의 90년대와 독일의 70년대 문단에서 전기체(傳記體) 형식의 소설을 고찰한다. 전기소설은 신주관성, 회고담 문학, 서정성의 복귀라는 큰 흐름 못잖게 독립된 연구 영역을 이룰 만큼 매우 두드러졌다. 당시 출간된 작품들로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1990), 강영수의 "소설 을지문덕"(1990), 이재운의 "소설 토정비결"(1992), 이문구의 "매월당 김시습"(1992), 황인경의 "소설 목민심서"(1992), 강무학의 "광개토대왕"(1993), 핵물리학자 이휘소를 내세운 공석하의 "소설 이휘소"(1993) 등이다. 한국문학사에서 불과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내에 전기체 소설들이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적은 없었다. 독일에서는 68-운동이 지난 1970년대에 전기문학이 최고의 절정을 이룬다. 귄터 드 브륀의 "장 파울의 삶"(1975), 한스 J. 프뢸리히의 "슈베르트"(1978), 페터 해르틀링의 "횔덜린"(1976), 루드비히 하리히의 "루소"(1978), 볼프강 힐데스하이머의 "모짜르트"(1977), 클라우스 슈틸러의 히틀러 전기 "하 H"(1970), 디터 퀸의 나폴레옹 전기 "엔 N", "나는 볼켄슈타인"(1977) 등이 그 예이다.
한국 전기체 소설들의 성공은 사회·문화적인 배경에서 한국인의 집단적 정체성 Identität als nationale Einheit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