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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시대의 탈정치성과 신주관주의: '68 운동 이후의 독일문학과 '87 민주화 운동 이후의 한국문학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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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명 인문사회분야지원심화연구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05-079-AS0180
선정년도 2005 년
연구기간 1 년 (2005년 09월 01일 ~ 2006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허영재
연구수행기관 부산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공동연구원 현황 원윤희(부산대학교)
장희권(부산대학교)
정인모(부산대학교)
김경복(경남대학교)
박은태(부산대학교)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1970년대 독일문학에는 ‘신주관주의 Neue Subjektivität’나 ‘신내면주의 Neue Innerlichkeit’가 생겨났다. 이에 대한 비평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전통주의의 형식에 보수적 내용을 담은 가운데 자신의 세계 및 과거의 세계로 도피를 노린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자서전류의 문학도 크게 범람한다. 이는 회고담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적 발상의 침체, 즉 현실 앞에서 허구가 무력해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60년대의 (문학을 통한) 정치 참여가 자서전이나 일상적 주제들로 전환됨으로써 주체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반성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시 영역에서는 정치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내용들을 다루는 일상시(日常詩)들이 주로 쓰여 졌다. 극히 일상적인 사물들이 시적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한편, 1990년대 한국문학의 시들은 일상시의 형태를 띰으로서 탈정치화로 치닫는다. 이념적 거대담론이 횡행하던 80년대 문학의 표정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일상성의 대두는 거대담론이 사라진 뒤 대중문화에 탐닉해 들어가는 현대인의 공허감을 대변해주는데, 이는 80년대 민중시, 노동시에 대한 ‘후일담’적 성격이기도 하다. 이런 후일담 형식의 문학은 80년대 민중-민족문학의 급격한 퇴조와 90년대 신세대 문학의 새로운 부상 과정 속에서, 민족-민중문학 계열 작가들의 방향 상실과 고뇌 그리고 모색을 위한 몸짓이었다. 90년대에 문민정부가 들어섬으로써, 반민주-반독재라는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전선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현실적-문학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의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독일의 68년 민주화 운동의 양상은 표면적으로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68년을 전후로 한 독일문학계의 확연한 변화와, 87년 6월 항쟁 이후 완전히 바뀐 한국 문단의 지형도를 들여다보면 독일과 한국이 너무나 유사한 과정을 겪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면 87년을 분수령으로 한 한국문학 지형도의 변화와 68년을 기점으로 한 독일문학의 변화는 충분히 비교대상으로서 설득력이 있다. 사실 68 이후 독일문학 ‘신주관주의’ 경향과 87 이후 한국문학의 ‘후일담’, ‘신서정주의’ 경향의 유사성에 주목한 연구는 아직까지는 없다. 국문학계 내에선 후일담 연구조차도 대단히 취약한 걸로 알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첫째>, 독일과 한국 문학에서 장르별로 구체적인 작품들을 제시해가며 신주관주의의 등장을 세밀하게 비교 관찰함으로써 나라를 초월해서 문학은 사회변화의 흐름에 민감하게, 그리고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함을 보이며, 이를 통해 대중의 의식변화를 읽어내고자 한다. <둘째>, 정치화된 문학에서 탈정치 문학으로, 집단적 리얼리즘에서 주관적 서정주의로 변화하는 문학이 지닌 득실(得失)을 따져 보고자 한다. 예컨대 정치화된 문학에서 예술의 자율성은 어떻게 담보될 수 있는지, 일상 및 서정성으로의 귀환이 문학의 생산 주체인 자아의 역할을 회복시킨 것인지, 후일담 문학의 유행이 ‘에피소드’의 나열에 머무름으로써 대중의 취향에 쉽게 편승한 결과는 아닌지 철저히 따져보아야 한다. <셋째>, 후일담 소설, 신주관주의 시들이 몇 년에 걸쳐 크게 풍미하던 시절, 문학비평이 한 일을 묻고자 한다. 혹자들의 비판처럼 후일담 소설, 신주관주의 시들이 ‘문학의 통속화’였다면, 예술작품의 미학적 평가의 잣대를 제시하는 일에 비평은 뒷짐 진 채 방관하지는 않았는지 자기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넷째>, 독일어권 신주관주의 문학에 대한 긍정적 측면이다. 60년대의 정치색을 벗고, 탈정치적인 개인의 내면세계를 다루는 신주관주의 문학이 어쩌면 독일문학이 대중성을 다시 회복하는,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문학의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계열에 연결될 수 있는 단초를 지닌 경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연구의 과제이다.
  • 기대효과
  • 본 연구진이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은 독일의 68년과 한국의 87년의 ‘탈정치’, ‘신주관주의’라는 주제어는 요즘처럼 개인이 거대담론에 함몰되어 사라져 버리는 시대에 개인의 체험과 존재방식, 또 자기경험에 기초한 나름대로의 글쓰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다. 이 연구는 독일 현대문학에서 중요한 분기점인 68-운동기 이후의 문학에 대한 이해와 흐름 뿐 아니라, 현대 독일문학의 경향을 알 수 있게 한다. ‘경향의 전환’ 이후 유행한 양국의 전기체 소설의 비교 분석에 관해서는, 본 연구를 통해 국내의 학계에서 전기체 소설의 잠재력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이들 저작물들의 성과와 오류를 평가할 수 있는 일정한 판단 잣대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겠다. 문학계나 역사학계에서 여전히 논의가 불충분한 전기체 소설 현상이 학술적 차원의 토론으로 끌어올려지고, 종국적으로는 전기체 소설이 독자들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성문학은 여성연구가들에 의해 드물게 독어권 여성작가들과 국내 여성작가들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따라서 70년대 독일과 90년대 한국에서 새롭게 대두된 여성문학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의 문학연구에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것은 (지금 적잖은 경우가 그렇듯이 앵글로색슨 문화권의 모방이 아닌) 주체적인 한국 페미니즘 이론 정립일 수도 있고, 페미니즘 비평 이론의 확산일 수도 있다. 여성작가들만이 페미니즘의 대상은 아니다. 또한 여성의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여성 연구가들만 참여를 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편향된 시각을 낳을 수 도 있다. 따라서 이런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남성작가가 쓴 작품이든, 여성작가가 쓴 작품이든, 어떤 문학작품도 페미니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 여성해방문학은 궁극적으로 남성해방문학이며 따라서 인간해방문학이다. 여성문학이 단순히 여성들만의 창작활동이나 연구의 대상에서 벗어나 진정 인간의 참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광범위한 문학의 영역으로 들어서기를 바란다.
    90년대 한국문학을 연구정리함으로써 우리는 21세기 한국문학의 방향성을 세울 수 있고 살필 수 있다. 근대성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정리해 볼 수 있고, 부정적 근대성을 극복하기 위한 탈근대성의 양상으로 90년대 문학의 특성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80년대 거대담론의 문학이 갖는 비주체성, 비현실성 등의 면을 극복할 수 있는 일상성, 내면성, 자연성 등의 발견으로서의 90년대 문학은 구체적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확인하는 계기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점에서 민중적 투사라는 이상화된 관점의 80년대 문학과는 다른 일상적이고 내면적인 구체적 인간으로서 도시 소시민의 삶을 구체화하여 보여준 90년대 문학은 예술의 사회적 반영을 보다 심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한 점은 생태계 위기의 전지구적 재앙에 대해 일상적이고도 구체적 인간이 어떤 새로운 자세로 그것에 대응할 것인지를 파악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있는 연구라 보여진다. 그것은 21세기에 요청되는 인간형에 대한 숙고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교육 효과가 높다.
    현실적으로 이 연구과제는 대학 현장에서 《문학과 사회》라는 교양과목 시간에 민주화 운동과 문학의 상관성에 대한 좋은 해석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는 《외국문학의 이해》라는 교양과목 시간에 독일문학과 한국문학의 유사성 내지 영향관계를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주관주의, 신서정주의 경향의 시, 소설, 후일담 문학 그리고 전기체 소설 등의 영역에서 한국과 독일문학의 비교 연구를 통해 결국 문학이 지닌 보편적 과제, 즉 문학의 도덕적 기능과 자율성이라는 평행선이 범국가적으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고, 특히 지나친 정치화 이후의 문학적 성향이 놀랍게도 독일의 68과 한국의 87이후에 강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학습하는 것을 고려해 볼 때 교육적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연구요약
  • 본 연구를 요약하지면 <첫째>, 독일의 68-운동 시기와 한국의 80년대 문학의 특징의 고찰이다. 아데나워 정권의 반공정책, 경제기적 등에 따른 사회의 경직성을 고발하면서 새로운 문학적 앙가주망이 강조된 60년대 말의 상황을 살피고, 나아가 문학과 정치관계에 대해 논쟁을 일으켰고, 사회현실과 일상에 직접 관여하려는 정치문학적 입장을 취한 엔첸스베르거, 페터 바이스, 마르틴 발저와 같은 신좌파계열의 작가들과 그 입장을 살핀다. 문학의 정치화는 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신주관주의’ 경향을 띠게 된다. 68-운동의 좌절에 따라 문학이 ‘개인화’되어가면서, ‘사회’, ‘이성’, ‘역사’, ‘발전’, ‘진보’ 등의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고, 대신 ‘현재’, 그리고 “사적인 것”이 더 부각된다. 1980년대 한국문학은, 60년대 시작된 순수/참여논쟁이 70년대를 지나면서 리얼리즘 논쟁으로 발전하고, 80년대 들어오면서 민족문학과 계급문학의 논의로 구체화된다. 70년대의 문학운동이 자유주의에 기초한 민주화의 동력에 근거한다면, 80년대 문학운동은 노동자, 농민이라는 보다 첨예화된 계급적 각성에 기반하는 동시에, 미제국주의와 신식민 상태로서의 한국 민족의 피지배적 상황을 첨예하게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둘째>, 70년대 독일문학에서 생겨난 ‘신주관주의’ 혹은 ‘신 감수성’, ‘신 내면성’ 등의 용어는 당시 독일 출판계를 위시해 문화산업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퍼졌다. 이에 해당하는 작가들로는 위르겐 테오발디, 클라우스 콘예츠키, 카린 키부스, 라이너 말코브스키, 미하엘 크뤼거 등을 들 수 있는데, ‘신 내면성’이라는 유행어로 묶어지는 시인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정치적 경험이다. 그 정치적 경험은 구체적으로는 무력감의 체험이다. 시인들이 자신의 주관성으로 회귀하게 된 것, 개인화된 주체라는 구체성으로 그리고 일상(日常)으로 회귀하게 된 것이 우선은 자발적인 의지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70년대 시들이 보인 단순한 사물에 대한 지나친 선호는 자칫 하나의 새로운 ‘사물 신비주의 Ding-Mystik’에 빠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시적 언어의 단순화로 인한 희생양은 바로 시 그 자체일 것이다. 시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예술적 특성들, 예컨대 비유, 은유, 비밀스러운 언어 등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70년대의 신주관주의적 일상시가 환경, 생태시, 반문명시, 도시시, 생활시를 포함하는 대장르명이며, 80년대 들어서서 대안적 삶으로서의 개혁을 노래하는 새로운 정치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신주관주의’로의 경향전환기에 생산 주체로서의 자아를 대상으로 한 글쓰기를 가장 잘 구현한 작품들을 분석한다. 68-운동의 좌절, 그에 대한 반성 및 성찰 등의 개인적 체험이 투영된 작품들을 보는데, 페터 슈나이더의『렌츠』(1973), 페스퍼의『여행』(1977), 우베 팀의『뜨거운 여름』등을 다룬다. 슈나이더는 68-학생운동의 기수로서 시대에 따른 자신의 입장을 그 어느 작가보다도 분명하게 밝혔을 뿐 아니라,『렌츠』를 통해 68-학생운동의 문제를 가장 잘 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의『뜨거운 여름』과 페스퍼의『여행』은 시대 변화의 특징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68-세대가 내세웠던 추상적인 정치 구호는 구체적인 체험세계로 대체된다. 문학형식도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심리분석, 자아체험 텍스트, 자전적 세계, 새로운 감수성 등을 추구하게 된다.
    <넷째>, 한국의 90년대와 독일의 70년대 문단에서 전기체(傳記體) 형식의 소설을 고찰한다. 전기소설은 신주관성, 회고담 문학, 서정성의 복귀라는 큰 흐름 못잖게 독립된 연구 영역을 이룰 만큼 매우 두드러졌다. 당시 출간된 작품들로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1990), 강영수의 "소설 을지문덕"(1990), 이재운의 "소설 토정비결"(1992), 이문구의 "매월당 김시습"(1992), 황인경의 "소설 목민심서"(1992), 강무학의 "광개토대왕"(1993), 핵물리학자 이휘소를 내세운 공석하의 "소설 이휘소"(1993) 등이다. 한국문학사에서 불과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내에 전기체 소설들이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적은 없었다. 독일에서는 68-운동이 지난 1970년대에 전기문학이 최고의 절정을 이룬다. 귄터 드 브륀의 "장 파울의 삶"(1975), 한스 J. 프뢸리히의 "슈베르트"(1978), 페터 해르틀링의 "횔덜린"(1976), 루드비히 하리히의 "루소"(1978), 볼프강 힐데스하이머의 "모짜르트"(1977), 클라우스 슈틸러의 히틀러 전기 "하 H"(1970), 디터 퀸의 나폴레옹 전기 "엔 N", "나는 볼켄슈타인"(1977) 등이 그 예이다.
    한국 전기체 소설들의 성공은 사회·문화적인 배경에서 한국인의 집단적 정체성 Identität als nationale Einheit의
  • 한글키워드
  • 엘프리데 옐리넥,탈정치화,참여문학,신 내면성,신주관주의,경향전환,47-그룹,복고주의,최영미,은희경,가족이데올로기,생태여성주의,여성해방,페미니즘,이재운,이문구,이은성,전기체 소설,68운동,베른바르트 베스퍼,우베 팀,페터 슈나이더,클라우스 콘예츠키,라이너 말코브스키,위르겐 테오발디,사물신비주의,일상시,신서정성,미시담론,거시담론,후일담문학,민중문학,노동문학,포스트모더니즘,공선옥,공지영,신경숙,황석영,유순하,김남일,카린 슈트룩,베레나 슈테판
  • 영문키워드
  • Restauration,Gruppe 47,Tendenzwende,Neue Subjektivitaet,Entpolitisierung,Neue Sensibilitaet,Volksliteratur,Arbeiterliteratur,Postmoderne,Familienideologie,Oeko-Feminismus,Feminismus,Biographische Romane,68-Bewegung,Elfriede Jelinek,Karin Struck,Verena Stefan,Uwe Timm,Peter Schneider,Klaus Konjetzky,Rainer Malkowski,Juergen Theobaldy,Ding-Mystik,Alltagsgedicht,Engagement,Neue Innerlichkeit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본 연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문학적 앙가주망이 강조된 60년대 말, 사회현실과 일상에 직접 관여하려는 정치문학적 입장을 취한 엔첸스베르거, 페터 바이스, 마르틴 발저와 같은 신좌파계열의 작가들은 문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문학의 정치화는 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신주관주의 경향을 띠게 된다. 68-운동의 좌절에 따라 문학이 개인화되면서, 사회, 이성, 역사, 발전, 진보 등의 개념 대신 사적인 것이 부각된다. 1980년대 한국문학은, 60년대 시작된 순수/참여논쟁이 70년대를 지나면서 리얼리즘 논쟁으로 발전하고, 80년대 들어오면서 민족문학과 계급문학의 논의로 구체화된다. 70년대의 문학운동이 자유주의에 기초한 민주화의 동력에 근거한다면, 80년대 문학운동은 노동자, 농민이라는 보다 첨예화된 계급적 각성에 기반하는 동시에, 미제국주의와 신식민 상태로서의 한국 민족의 피지배적 상황을 첨예하게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둘째 70년대 독일문학에서 생겨난 신주관주의 혹은 신 내면성 등의 용어는 당시 독일 출판계를 위시해 문화산업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퍼졌다. 이에 해당하는 작가들로는 위르겐 테오발디, 클라우스 콘예츠키, 카린 키부스, 라이너 말코브스키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 시인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정치적 경험이다. 그 정치적 경험은 구체적으로는 무력감의 체험이다. 시인들이 자신의 주관성으로 회귀하게 된 것, 개인화된 주체라는 구체성으로 그리고 일상(日常)으로 회귀하게 된 것이 우선은 자발적인 의지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70년대 시들이 보인 단순한 사물에 대한 지나친 선호는 자칫 하나의 새로운 사물 신비주의 Ding-Mystik에 빠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시적 언어의 단순화로 인한 희생양은 바로 시 그 자체일 것이다. 시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예술적 특성들, 예컨대 비유, 은유, 비밀스러운 언어 등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70년대의 신주관주의적 일상시가 환경, 생태시, 반문명시, 도시시, 생활시를 포함하는 대장르명이며, 80년대 들어서서 대안적 삶으로서의 개혁을 노래하는 새로운 정치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신주관주의로의 경향전환기에 생산 주체로서의 자아를 대상으로 한 글쓰기를 가장 잘 구현한 작품들을 분석한다. 68운동의 좌절, 그에 대한 반성 및 성찰 등의 개인적 체험이 투영된 작품들을 보는데, 페터 슈나이더, 페스퍼, 우베 팀을 다룬다. 슈나이더는 68-학생운동의 기수로서 시대에 따른 자신의 입장을 그 어느 작가보다도 분명하게 밝혔을 뿐 아니라,『렌츠』를 통해 68-학생운동의 문제를 가장 잘 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의『뜨거운 여름』과 페스퍼의『여행』은 시대 변화의 특징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68세대가 내세웠던 추상적인 정치 구호는 구체적인 체험세계로 대체된다. 문학형식도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심리분석, 자아체험 텍스트, 자전적 세계, 새로운 감수성 등을 추구하게 된다. 넷째 68운동에 참여하면서 의식화된 여성작가들은 여성의 실존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역할분담을 거부한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 남녀관계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점, 개인의 체험에 기반을 두는 점, 작품의 소재가 사생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70년대의 여성문학이 남성중심의 사회를 공격하지만, 이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범주, 즉 사생활을 기초로 한다는 점이 여러 작품에서 보인다. 90년대 한국 문단에서도 여성 작가의 맹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종래의 여류문학이라는 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페미니즘 운동의 차원에서 여성의 정체성 찾기라는 모토를 내건다. 그들은 남성중심주의의 근대성이 가져온 폐해를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적 인간성으로 여성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지영, 공선옥, 신경숙, 은희경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영문
  • Unser Forschungsergebnis laeßt sich in vier Punkten zusammenfassen: Erstens, Ende der 60er Jahren, in dem auf Grund der gesellschaftlichen Situation das Engagement der Intellektuellen viel gefragt war, hat eine Reihe der linksorientierten Autoren wie z.B. H. M. Enzensberger, P. Weiss, M. Walser eine direkte Teilnahme an der gesellschaftlichen Realitaet und Alltag vertreten und dadurch eine heftige Kontroverse um die Beziehung der Literatur zur Politik ausgeloest. Die von ihnen vertretene ‘Politisierung der Literatur’ zeigt tendenziell ab Mitte der 70er Jahre eine ‘Neue Subjektivitaet’. Indem die Literatur nach dem Scheitern der 68er Bewegung sog. ‘privatisiert’ wird, wird nun das ‘Private’ statt der Begriffe wie Gesellschaft, Vernunft, Geschichte, Entwicklung, Fortschritt in den Vordergrund gestellt. Was die koreanische Literatur der 80er Jahre betrifft, wird die klare Dichotonomie von Belletristik und Engagement der 60er Jahre im Laufe der 70er Jahre zur Realismus-Debatte gefuehrt, und dies wiederum in den 80er Jahren zur heftigen Diskussion der marxistischen Literatur konkretisiert. Waehrend die Literatur der 70er Jahre auf der Dynamik des gesellschaftlichen Demokratisierungsprozesses basiert, ist die Literaturlandschaft der 80er Jahre durch das Klassenbewußtsein von Arbeiter- und Bauernklasse charakterisiert.
    Zweitens, die Termini ‘Neue Subjektivit t’ bzw. ‘Neue Innerlichkeit’, die in den 70er Jahren in Deutschland aufgetreten sind, sind in den Kulturindustriebereichen weit verbreitet. Die Autoren wie J. Theobaldy, R. Malkowski und nicht zuletzt Klaus Konjetzky gehoeren zu dieser Gruppe. Was sie unter einen gemeinsam Nenner bringt, ist ihre politische Erfahrung. Genauer genommen, die Erfahung der Unfaehigkeit. Dass die Autoren zu ihren subjektiven, innerlichen Welt zurueckgezogen sind, dass sie in den privatisierten Subjekt und Alltag zurueckgezogen sind, dies kommt nicht freiwillig zustande, sondern zum groe-ßten Teils von außen gezwungen. Die uebermaeßige Vorliebe der Gedichte zu den einfachen Dingen beinhaltet jedoch die Gefahr, eine neue ‘Ding-Mystik’ zu werden. Die Vereinfachung der dichterischen Sprache opfert zugegebenermaßen das Gedicht selbst. Der Kunstcharakter der Lyrik wie etwa Metapher, Allegorie, geheiminsvolle Sprache wird verlorengehen. Auf der anderen Seite aber kann das Alltagsgedicht der ‘Neue Sensibilit t’ ein umfassender Begriff zu den Umwelt-, Oekologie- und Antizivilisationsgedichten dienen. Dieses Gedicht hat ferner in den 80er Jahren ein neues politisches Gedicht werden koennen, das als ein alternatives Leben eine Erneuerung herbeiwuenscht.
    Drittens, in unserer Arbeit sind die Werke interpretiert, die um die sog. ‘Tendenzwende’ das Ich als ein schreibendes Subjekt effektiv verwirklicht haben, Die Themen wie etwa das Scheitern der Ideen 68er Bewegung, ihre Reflexion ueber die Ursachen, ihre persoenlichen Erfahrungen sind in den Werken von P. Schneider, U. Timm, B. Vesper intensiv behandelt. P. Schneider, der Vorreiter der 68er Studentenbewegung, hat unter den Autoren damals seine Stellungnahme eindeutig gezogen und am Beispiel seines Romans "Lenz" die Problematik der 68er Bewegung sehr detailliert dargestellt. U. Timms "Heisse Sommer" und B. Vespers "Die Reise" machen deutlich, dass die Zeit sich veraendert hat.
    Viertens, die am Vorfeld der 68er Bewegung selbstbewußt gewordenen Autorinnen wie V. Stefan, E. Jelinek interessieren sich besonders fuer die Existenz der Frauen, und sie lehnen die herkoemmliche Rollenverteilung strikt ab. Die gemeinsamen Chraktere unter dieser Autorinnen sind die Kritik an dem patriarchalisch struktuierten gesellschaftlichen und familiaeren System, das Vorzeigen des neuen Modells in der Mann-Frau Beziehung, ihre persoenlichen Erlebnisse etc.. In koreanischer Literatur der 90er Jahre ebenfalls sind die Produktivitaet der Autorinnen bemerkenswert, und zwar sie zeigen erstaunlicherweise aehnliche Zuege wie bei den deutschen Autorinnen.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1970년대 독일 문학에는 ‘신주관주의 Neue Subjektivität’나 ‘신내면주의 Neue Innerlichkeit’가 생겨났다. 이에 대한 비평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전통주의의 형식에 보수적 내용을 담은 가운데 자신의 세계 및 과거의 세계로 도피를 노린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이 시기에는 자서전류의 문학도 크게 범람한다. 이는 회고담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적 발상의 침체, 즉 현실 앞에서 허구가 무력해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60년대의 (문학을 통한) 정치 참여가 자서전이나 일상적 주제들로 전환됨으로써 주체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반성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시 영역에서는 정치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내용들을 다루는 일상시(日常詩)들이 주로 쓰여 졌다. 극히 일상적인 사물들이 시적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한편, 1990년대 한국문학의 시들은 일상시의 형태를 띰으로서 탈정치화로 치닫는다. 이념적 거대담론이 횡행하던 80년대 문학의 표정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일상성의 대두는 거대담론이 사라진 뒤 대중문화에 탐닉해 들어가는 현대인의 공허감을 대변해주는데, 이는 80년대 민중시, 노동시에 대한 ‘후일담’적 성격이기도 하다. 이런 후일담 형식의 문학은 80년대 민중-민족문학의 급격한 퇴조와 90년대 신세대 문학의 새로운 부상 과정 속에서, 민족-민중문학 계열 작가들의 방향 상실과 고뇌 그리고 모색을 위한 몸짓이었다. 90년대에 문민정부가 들어섬으로써, 반민주-반독재라는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전선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현실적-문학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의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독일의 68년 민주화 운동의 양상은 표면적으로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68년을 전후로 한 독일문학계의 확연한 변화와, 87년 6월 항쟁 이후 완전히 바뀐 한국 문단의 지형도를 들여다보면 독일과 한국이 너무나 유사한 과정을 겪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면 87년을 분수령으로 한 한국문학 지형도의 변화와 68년을 기점으로 한 독일문학의 변화는 충분히 비교대상으로서 설득력이 있다. 사실 68 이후 독일문학 ‘신주관주의’ 경향과 87 이후 한국문학의 ‘후일담’, ‘신서정주의’ 경향의 유사성에 주목한 연구는 아직까지는 없다. 국문학계 내에선 후일담 연구조차도 대단히 취약한 걸로 알고 있다.
    본 연구는 <첫째>, 독일과 한국 문학에서 장르별로 구체적인 작품들을 제시해가며 신주관주의의 등장을 세밀하게 비교 관찰함으로써 나라를 초월해서 문학은 사회변화의 흐름에 민감하게, 그리고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함을 보이며, 이를 통해 대중의 의식변화를 읽어내고 있다. <둘째>, 정치화된 문학에서 탈정치 문학으로, 집단적 리얼리즘에서 주관적 서정주의로 변화하는 문학이 지닌 득실(得失)을 따져 보았다. 예컨대 정치화된 문학에서 예술의 자율성은 어떻게 담보될 수 있는지, 일상 및 서정성으로의 귀환이 문학의 생산 주체인 자아의 역할을 회복시킨 것인지, 후일담 문학의 유행이 ‘에피소드’의 나열에 머무름으로써 대중의 취향에 쉽게 편승한 결과는 아닌지 철저히 논구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후일담 소설, 신주관주의 시들이 몇 년에 걸쳐 크게 풍미하던 시절, 문학비평이 한 일을 되돌아보았다. 혹자들의 비판처럼 후일담 소설, 신주관주의 시들이 ‘문학의 통속화’였다면, 예술작품의 미학적 평가의 잣대를 제시하는 일에 비평은 뒷짐 진 채 방관하지는 않았는지 자기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넷째>, 독일어권 신주관주의 문학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조명해보았다. 60년대의 정치색을 벗고, 탈정치적인 개인의 내면세계를 다루는 신주관주의 문학이 어쩌면 독일문학이 대중성을 다시 회복하는,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문학의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계열에 연결될 수 있는 단초를 지닌 경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본 연구진이 독일의 68년과 한국의 87년을 전후로 한 문학양상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은 문학의 역할에 대해 다시 되새겨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 연구는 특히 요즘처럼 거대담론에 함몰되어 사라져 버린 개인의 체험과 존재방식이 중시된 신주관주의, 신서정주의 문학에 대한 성찰과, 또 나아가 자기경험에 기초한 나름대로의 글쓰기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 이 연구과제는 독일 현대문학에서 중요한 분기점인 68-운동기 이후의 문학에 대한 이해와 흐름 뿐 아니라, 현대 독일문학의 경향을 알 수 있게 하였다. 현재의 문학수업이나 연구에서 주제 탐구가 여전히 우세한 가운데, 문학은 결국 직접적 독서를 통한 미학적 체험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일깨워줄 수 있다.
    본 연구는 90년대 한국문학을 연구정리함으로써 우리는 21세기 한국문학의 방향성을 세울 수 있고 살필 수 있었다. 근대성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정리하였고, 부정적 근대성을 극복하기 위한 탈근대성의 양상으로 90년대 문학의 특성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80년대 거대담론의 문학이 갖는 비주체성, 비현실성 등의 면을 극복할 수 있는 일상성, 내면성, 자연성 등의 발견으로서의 90년대 문학은 구체적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확인하는 계기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점에서 민중적 투사라는 이상화된 관점의 80년대 문학과는 다른 일상적이고 내면적인 구체적 인간으로서 도시 소시민의 삶을 구체화하여 보여준 90년대 문학은 예술의 사회적 반영을 보다 심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여성문학에 대해 말하자면, 요즈음 각 대학 강좌에서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같이 예전에 많이 연구되었던 사조에서 벗어나 전후문학이나 현대문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문학사들은 거의가 현대문학에 관한한 작가소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각 대학의 석․박사논문, 혹은 연구논문들이 현대문학을 다루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많은 부분이 남성작가들의 문학관이나 작품분석에 편중되어 있다. 여성연구가들에 의해 드물게 독어권 여성작가들과 국내 여성작가들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따라서 70년대 독일과 90년대 한국에서 새롭게 대두된 여성문학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의 문학연구에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것은 (지금 적잖은 경우가 그렇듯이 앵글로색슨 문화권의 모방이 아닌) 주체적인 한국 페미니즘 이론 정립일 수도 있고, 페미니즘 비평 이론의 확산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신주관주의, 신서정주의 경향의 시, 소설, 후일담 문학 그리고 전기체 소설 등의 영역에서 한국과 독일문학의 비교 연구를 통해 결국 문학이 지닌 보편적 과제, 즉 문학의 도덕적 기능과 자율성이라는 평행선이 범국가적으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고, 특히 지나친 정치화 이후의 문학적 성향이 놀랍게도 독일의 68과 한국의 87이후에 강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학습하는 것을 고려해 볼 때 교육적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 연구과제는 대학 현장에서 《문학과 사회》라는 교양과목 시간에 민주화 운동과 문학의 상관성에 대한 좋은 해석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는 《외국문학의 이해》라는 교양과목 시간에 독일문학과 한국문학의 유사성 내지 영향관계를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 색인어
  • 복고주의, 47-그룹, 경향전환, 신주관주의, 신 내면성, 참여문학, 탈정치화, 68운동, 전기체 소설, 이은성, 이문구, 이재운, 페미니즘, 여성해방, 생태여성주의, 가족이데올로기, 포스트모더니즘, 노동문학, 민중문학, 후일담문학, 거시담론, 미시담론, 신서정성, 일상시, 사물신비주의, 위르겐 테오발디, 라이너 말코브스키, 클라우스 콘예츠키, 페터 슈나이더, 우베 팀, 베른바르트 베스퍼, 엘프리데 옐리넥, 베레나 슈테판, 카린 슈트룩, 김남일, 유순하, 황석영, 신경숙, 공지영, 공선옥, 은희경,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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