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까라는 타 학파들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브라흐마 수뜨라 주석> 2장 2절의 도입 부분에서 <브라흐마 수뜨라> 또는 <브라흐마 수뜨라 주석>의 목적이 단순한 논의들로써 어떤 결론을 증명하거나 혹은 반증하기 위함이 아니라 베단따 문구들의 취지를 확정하기 위함이라 ...
샹까라는 타 학파들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브라흐마 수뜨라 주석> 2장 2절의 도입 부분에서 <브라흐마 수뜨라> 또는 <브라흐마 수뜨라 주석>의 목적이 단순한 논의들로써 어떤 결론을 증명하거나 혹은 반증하기 위함이 아니라 베단따 문구들의 취지를 확정하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그렇지만 ‘자기 견해의 확립’(svapaksa-sthāpana)이라는 것이 반감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다분한 ‘다른 견해들의 부인’(parapaksa-nirākarana)이라는 것보다 더 바람직할지라도, 다른 견해들의 무가치성을 순수하게 논리적 반박만을 통해 논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불멸론자(상주론자)인 샹까라가 불교를 ‘완전필멸론’(sarva-vaināśika)으로 규정하면서 불교를 비판하는 것은 이러한 목적에서이다. 샹까라의 불교 비판은 ‘만물존재론’(Sarvāstitva-vāda), ‘유식존재론’(Vijñānāstitvamātra-vāda), ‘만물공성론’(Sarvasūnyatva-vāda)에 관한 것이다. 만물존재론(설일체유부)에 대한 샹까라의 비판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질 수 있다. 첫째는 ‘집합’(samudāya)에 대한 비판이고, 둘째는 ‘찰나성’(ksanikatva)이나 ‘찰나 소멸론’(ksanabhanga-vāda)을 포함한 인과론(인중무과론)에 대한 비판이고, 셋째는 무위법(asamskrta dharma, 無爲法)에 대한 비판이다. 유식존재론에 대한 샹까라의 비판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질 수 있다. 첫째는 ‘외적 대상의 부존’(bāhyārtha abhāva)에 대한 비판이고, 둘째는 ‘알라야식’(ālayavijñāna)에 대한 비판이다.
샹까라의 불교 비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불교 이론을 샹까라 자신이 임의적으로 정형화한다는 것이다. 그가 와이쉐시까 학파의 사상을 ‘준필멸론’으로 규정하고, 불교의 사상을 ‘완전필멸론’으로 규정하는 대목에서 이 점을 엿볼 수 있다. 더욱이 비판 대상에 대한 임의적 정형화는 불교 사상의 세목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샹까라는 만물존재론의 집합, 인과론, 무위법에 대한 비판에서, 또 유식존재론의 ‘외적 대상의 부존’, 각성상태(jāgarita)와 꿈상태(svapna)와 관계된 비판에서, 불교의 사상을 그 진면목과는 다르게 임의적으로 정형화시켜 비판한다. 또한 그는 비판 주체인 비이원적 베단따 사상의 형이상학을 일방적으로 불교 비판에 대입시키고 있다. 달리 말해서, 불교 사상의 결함을 그 논리적 측면에서 따져보기에 앞서, 비이원적 베단따 사상의 척도를 대입시킴으로써 두 사상 사이의 대립각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척도들 가운데 가장 주요한 두 가지는 비이원적 베단따 사상의 요체인 실체로서의 ‘의식체’(cetana)와 ‘인중유과론’(satkāryavāda)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연관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들이 도출된다. 첫째, 샹까라가 불교를 비판하는 목적은 다른 학파들의 견해를 논파하는 점에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견해의 확립을 더욱 강화하려는 점에도 있다. 둘째, 샹까라의 불교 비판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부분은, 비판 대상인 불교를 단순화시킨 맹점에 있을 뿐만 아니라 비판 주체인 비이원적 베단따 사상이 가진 척도를 일방적으로 불교 비판에 대입시킨 맹점에도 있다. 셋째, 샹까라가 불교 비판을 하는 데 있어서 적용하는 비이원적 베단따 사상의 척도들은, 그가 다른 학파들을 비판하는 데에도 종종 적용하는 것으로서, 실체로서의 의식체(cetana)와 인중유과론(satkāryavāda)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넷째, 샹까라의 불교 비판은 실질적으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가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비판의 논거는 보편적 경험과의 일치와 불일치이기 때문에, 불교가 인도에서 멸망하게 된 원인에 대해 상식적 입장에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샹까라의 불교 비판에서 알려지는 중요한 사실은, 인도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일반적으로 상충한다고 알려진 불교와 비이원적 베단따 사상의 형이상학적 차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