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과제는 유고슬라비아 구비문학을 갈래와 구체적인 내용, 표현방식, 율격에 이르기까지 근․현대문학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원천으로 전제하고, 그러한 다양한 측면들을 문학 갈래의 형성, 지속, 변이라는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고찰하고자 함을 최우선 ...
본 연구과제는 유고슬라비아 구비문학을 갈래와 구체적인 내용, 표현방식, 율격에 이르기까지 근․현대문학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원천으로 전제하고, 그러한 다양한 측면들을 문학 갈래의 형성, 지속, 변이라는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고찰하고자 함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근․현대문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구비문학적 전통이 내재적 혹은 외재적으로 어떠한 영향관계를 형성했는가 하는 점을 살핌으로써, 세계문학사 전개양상에 있어 구비문학과 근․현대문학이라는 문학사적 조류가 갖는 성격과 특징에 대해 일반적인 이론을 수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유고슬라비아의 중세문학뿐만 아니라 중세문화 전반은 이 지역 민족들이 처해 있었던 역사적·사회적 상황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데, 이는 중세의 봉건체제가 농업과 목축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구비전승의 주체인 민중들의 삶 자체를 완전하게 바꿔놓지 못했다는 사실과도 관련되어져 있다. 즉 부분적인 변형이 전혀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고대로부터 중세시대를 거치는 동안 민중들 사이에서 단절됨 없이 전승되어 오던 가부장적 문화와 구비문학의 전통은 이 지역 민족들의 문학적 원류를 가장 극명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유고슬라비아 지역의 구비문학은 고대문학과 근․현대문학 사이에서 이들을 매개해 주는 중간자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고대문학 전개에 있어서 가장 활발한 역할 수행을 담당하던 구비문학은 이후 중세문학기를 거치며 보편종교의 그늘에 가려 형식과 내용에 있어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민족정체성 확립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근대에 들어서면서 다시금 문학계의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한 일련의 변화들은 현대에 들어서도 지속성을 유지하며 현대문학작품들이 구비문학을 수용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문학사전개에 있어 구비문학적 특징들을 가장 선명하게 포괄하고 있는 운문문학 작품들은 낭만주의 문학시대에 큰 흐름을 이루며 등장하는데, 이들 운문작품들은 언어적 표현의 방식이나 율격의 형식과 같은 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모티프나 주제와 같은 내적인 측면에서도 구비문학의 특징들을 광범위하게 수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세르비아의 낭만주의 시인인 브랑코 라디쳬비치(Branko Radičević), 쥬라 약쉬치(Đura Jakšić), 요반 요바노비치 즈마이(Jovan Jovanović Zmaj), 라자 코스티치(Laza Kostić) 등을 꼽을 수 있으며, 크로아티아의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시인 가운데에서는 안드리야 까취치 미오쉬치(Andrija Kačić Miošić), 스탄코 브라즈(Stanko Vraz), 디미트리야 데메테르(Dimitrija Demeter), 이반 마쥬라니치(Ivan Mažuranić) 등의 시인들이 이에 해당한다. 서사적 내용을 짧지 않은 길이로 노래하는 구비서사민요는 개인의 삶의 과정과 질곡을 절실하게 노래할 수 있고, 민중들의 공통된 관심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서사적 내용으로 구성하여 노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 연구과제와 관련하여 이들 유고슬라비아 지역 낭만주의 운문작가들의 작품들이 관심을 끄는 것은 오랜 세월 노동자․농민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온 구비서사민요와 이들 작가들의 작품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운문문학이 산문문학에 비해 구비문학과 보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관련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산문문학은 주제구현이나 삽화, 정신적 측면에 있어서의 구비문학적 전통의 계승과 같은 내용적 측면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구결과의 보편성 확보를 위해서 최대한 많은 작품들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 본격적인 연구수행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겠지만, 이보 안드리치(Ivo Andrić), 밀로슈 쯔르냔스키(Miloš Crnjanski), 다닐로 키슈(Danilo Kiš), 밀로슬라브 끄를레쟈(Miroslav Krleža)와 같은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작가들의 산문작품들에서는 구비문학에서 채용하고 있는 구체적인 모티프들을 확인할 수 있어 구비문학과 근․현대문학의 형성에 관한 구체적인 단서들이 뚜렷하게 포착될 것으로 기대한다.
구비문학과 근․현대문학의 교섭양상을 살피기 위해서는, 우선 전자의 일반적 특징에 대한 연구자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한국과 동유럽 구비문학 비교연구>라는 주제의 인문학 공동연구를 통해 얻어진 성과들이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유고슬라비아의 근․현대 산문과 운문작품들 가운데 문학사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작품과 작가들을 선정하고, 이들을 소재, 제재, 삽화(에피소드), 표현방식, 율격형식, 언어표현 등의 측면에 입각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