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서 자주적 역법의 성립이라 일컬어지는 세종대 『칠정산내편』의 편찬과 해시계와 물시계 등을 이용한 시간측정에 이르기까지 고려시대나 조선 초 시간의 정확한 측정과 책력의 편찬 노력은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고려시대와 관련해서는 전모를 알려줄 자료의 부 ...
우리 역사에서 자주적 역법의 성립이라 일컬어지는 세종대 『칠정산내편』의 편찬과 해시계와 물시계 등을 이용한 시간측정에 이르기까지 고려시대나 조선 초 시간의 정확한 측정과 책력의 편찬 노력은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고려시대와 관련해서는 전모를 알려줄 자료의 부족으로 정확한 시간의 이해와 이용에 대해 구체적 파악이 어려웠다. 본 연구에서 시도한 것은 바로 이점을 고려시대 시간 관련 자료의 종합 정리로 찾아내어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본 연구의 기대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려시대 시간의 이해와 책력”이라는 주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상 기대효과의 하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려시대 사람들의 ‘시간관념’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시간관념에도 다양한 시간의 요소가 들어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점심, 저녁, 아침, 오전, 오후, 밤과 낮, 하루, 한달, 보름, 상순, 중순, 하순, 월초, 월중, 맹춘, 맹하, 맹추, 맹동, 입춘과 같은 대략적 시간과 정확한 시각이 시간관념의 한 부분을 이룬다. 임신과 출산, 생일 및 관례와 혼례, 그리고 죽음에 대한 것도 시간관념의 요소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본 연구 주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간관념”은 고려시대 생활사 연구를 더욱 진전시킬 수 있는 동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고려시대 사회상을 살펴보는데 하나의 틀을 제공하리라 본다.
둘째, 한편 고려시대 일치된 시간의 이용은 일시적으로 갖추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기나 지역마다, 신분층마다 시간관념이 다른 면이 컸던 데에서 점차 차이를 줄여 나갔을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시계가 없는 상황에서 동일하게 맞춘다는 것은 고려시대만이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지방마다 일치하지 않았던 시각과 시간을 맞추고 그에 따라 군주의 정치력이 행해진다는 것은 결국 도량형이나 언어의 통일이라는 것과 함께 실질적 사회의 통일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고려시대 시간정보의 자료에 대한 종합정리로 그 내용과 과정에 대한 추정을 해 나갈 수 있다고 전망된다.
셋째, 본 연구를 통하여 풍속사가 갖는 중요한 의미 중의 하나로 시간을 주목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정확한 시계가 없었던 전근대 사회에서 춘분이나 추분, 하지나 동지의 날을 계산하여 정한 뒤 여기에 중요한 제천의례나 국가적 俗節로 정하여 의례와 잔치를 벌여 하나의 대략적 기준으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지 팔관회나 한식, 상원 연등회 등의 행사와 그 관심의 깊이는 이를 말해준다.
본 연구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를 이상과 같이 정리하였는데, 결국 고려시대사만이 아니라 과학사나 일상 생활사, 풍속사, 사회사, 사상사 등의 각 분야에 시간이라는 일정한 통계 자료를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본 연구를 수행한 뒤 그 성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것이 고려시대 시간의 기록정보를 데이터 축적을 통해 고려시대 시간의 문화사 혹은 시간과 일상생활사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발하는데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사회, 경제, 일상사 등 각 분야별 “고려시대 시간의 문화사”만이 아니라 “한국사 속 시간의 문화사”로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고려시대 시간 기록 정보를 통하여 전근대 역사 속에서 이용되는 다양한 시간의 의미를 추적 정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각각의 시간에서 행해지는 행사와 의미부여의 내용을 추적함으로써 시간과 관련한 역사 사전의 편찬에 활용될 수도 있다고 본다.
셋째, 역사의 시간 기록 정보와 관련하여 태음태양력을 사용한 전근대 사회의 시간을 오늘날의 태양력의 시간으로 치환시킴으로써 역사정보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하면서 연구 성과를 다양한 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서로도 만들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가제목 : 한국사 속 시간의 유전자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