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오늘의 사회를 의사소통사회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첫째, 사회투쟁의 개념과 형식을 해명한 뒤, 둘째, 근대 사회정치철학사에서 대립되어온 두가지 투쟁 모델, 즉 자기보존투쟁과 인정투쟁 모델의 차이점을 드러내고, 셋째, 호네트의 인정투쟁 모델 ...
이 연구는 오늘의 사회를 의사소통사회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첫째, 사회투쟁의 개념과 형식을 해명한 뒤, 둘째, 근대 사회정치철학사에서 대립되어온 두가지 투쟁 모델, 즉 자기보존투쟁과 인정투쟁 모델의 차이점을 드러내고, 셋째, 호네트의 인정투쟁 모델의 도덕적 기초를 자세히 밝힌 다음, 마지막으로 재분배 문제를 중심으로 지적된 그의 모델의 취약점을 살펴봄으로써, 결론적으로 인정투쟁이 의사소통사회의 새로운 사회투쟁 모델이 될 수 있는가를 평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몇 가지 잠정적인 해결책에서 출발한다. 첫째, 의사소통사회의 구성원리는 체계이론이 아니라 행위이론에 의거하여 설명되어야 한다. 즉 사회질서는 기능적 체계가 아니라 인격적 행위의 연결망, 즉 상호이해지향들간의 갈등이 조정된 행위 네트워크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럴 경우 한 사회의 규범구조를 해명하는 데 보다 유리하며, 나아가 그 사회의 병리현상에 대한 규범적 비판이 가능하다. 둘째, 사회투쟁은 의사소통관계의 훼손으로 인한 것이며, 그 결과는 사회제도에 착근해야만 사회의 구조형성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사회제도는 행위자들의 행위지향에 규범적 구속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셋째, 의사소통사회에 적합한 사회투쟁모델은 자기보존투쟁이 아니라 인정투쟁이다. 전자는 고독한 주체의 생명보존이라는 자연적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후자는 상호주관적 인격체로서의 개인이 갖는 고유한 정체성의 인정이라는 도덕적 기반위에서 움직인다. 즉 사회투쟁은 엄밀한 의미에서 개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나아가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규범적, 사회적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이다. 이상의 잠정적 해결책을 바탕으로 한 이 연구는 호네의 인정투쟁 모델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진행할 것이다. 첫째, 호네트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그러나 암암리에 전제하고 있는 인정이론의 행위이론적 기반을 드러냄과 동시에, 이를 토대로 인정투쟁 모델을 재구성할 것이다. 호네트가 헤겔의 예나시기 철학에서 끌어온 3가지 인정관계의 유형, 즉 사랑, 권리, 연대는 개인의 정체성 보존과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규범 구조로서, 하버마스와는 달리 인간학적 기반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호네트의 인정이론이 사회의 규범구조의 제도적 착근을 설득력있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회이론을 통한 보강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호네트는 헤겔의 인정 개념에 미드의 상징적 상호행위론의 수용을 통해 탈형이상학적 근거를 부여하고자 하는데, 이 지점이 바로 하버마스의 행위이론을 통해 그의 인정이론을 재구성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래서 호네트의 인정관계는 하버마스에 있어서 왜곡되지 않은 의사소통행위의 연결망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둔다. 둘째, 노동사회에서 의사소통사회로의 전환은 사회투쟁의 기초에 대한 피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투쟁의 형식을 노동사회에서의 목적합리적 행위지향들간의 충돌과 의사소통사회에서의 상호이해적 행위지향들간의 충돌을 서로 대조시켜 설명한다. 자기보존적 투쟁은 홉즈에서처럼 행위주체들을 자기중심적이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로 설정, 이들간의 투쟁을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성공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상호행위의 네트워크로 설명한다. 그러나 개인들의 공적 삶은 자연적인 것으로 축소되는 것이 아니며, 그 아래 인륜적 공동체의 규범적 구속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사회투쟁은 이미 공동체의 규범구조와의 일치 또는 불일치를 둘러싼 것이다. 즉 인정투쟁은 개인화와 사회화의 통일로써 확보되는 도덕적 공동체의 구성원, 그러니까 의사소통적 주체들이 자신의 의사소통 상대자를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듯이 자신 역시 의사소통 상대자 속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경험하는 공동인이 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인정투쟁은 이 목적을 가로막는 사회의 인정관계가 훼손될 때, 즉 사랑에 대해서 폭력이, 권리 인정에 대해서 그것의 부정이, 그리고 개인의 서로 다른 가치의 긍정이 아니라 부정이 나타날 때 현상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사회적 인정 관계의 구조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셋째, 호네트의 인정투쟁 모델에 제기되고 있는 재분배 갈등의 소홀한 취급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 점은 인정투쟁 모델이 과연 노동사회에서의 권력 및 계급투쟁 등 자기보존을 위한 투쟁 모델들을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는가를 따진다. 프레이저의 비판의 핵심은 재분배 투쟁이 여전히 한 사회의 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전제하에, 호네트의 인정투쟁 모델이 빠져들기 쉬운 문화주의적, 포퓰리즘적 투쟁관을 향하고 있다. 인정투쟁이 야기하는 사회의 구조형성적 효과를 호네트가 인륜성의 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