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체성이론에 따르면, 개개인은 범주화와 비교라는 사회정체성의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Tajfel and Turner 1979, Ashforth and Mael 1989). 즉, 개인은 다른 사람들을 서로 비교하여 여타의 다양한 범주들에 자리매김하는 범주화를 통해 사회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
사회정체성이론에 따르면, 개개인은 범주화와 비교라는 사회정체성의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Tajfel and Turner 1979, Ashforth and Mael 1989). 즉, 개인은 다른 사람들을 서로 비교하여 여타의 다양한 범주들에 자리매김하는 범주화를 통해 사회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한 범주화는 사회세계를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사물과 여타 사람들을 정의하는 체계적인 수단으로서의 효용성을 지니고 있다 (Rao, Davis, and Ward 2001). 이러한 비교를 통한 범주화 작업을 통해 개인 혹은 기업은 한가지 내지는 다양한 범주에 속하게 된다. 개인 혹은 기업이 한 가지 범주에 속하는 경우를 주로 특화되고 단순한 정체성(simple identity)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반면에, 다양한 범주에 속하는 경우를 복잡한 정체성(complex identity)을 지녔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 혹은 기업이 어떤 특정한 활동을 하면 그에 상응되는 정체성을 확보할 가능성은 높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사회적 성원들이 그 개인 혹은 기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 또한 정체성형성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정체성이 개인 혹은 기업이 어떠한 특정분야의 경력을 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외부관객과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매개체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인 혹은 기업이 맺는 사회적 성원과의 의사소통은, 고유한 자신만의 정체성획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Zuckerman and Kim 2003). 여기서 사회적 성원이란 소비자, 투자자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면서 정보를 제공하는 재무분석가 혹은 소비자보호단체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개인 혹은 기업의 정체성(identity)에 관한 문제는 정체성이 개인 혹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데에 그 초점이 모아져 왔다. 즉, 단순 명료한 정체성(simple identity) 혹은 다소 복잡하지만 다양한 정체성 (complex identity)중 어느 것이 개인이나 기업의 성과에 좋은 영향을 주느냐는 것이다. 개인 혹은 기업의 정체성과 성과에 관련된 논의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개인 혹은 기업이 왜 특정한 시기에 그러한 정체성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만, 개인 혹은 기업이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특정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개인의 정체성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연구대상은 기업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물론, 기업의 정체성과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가 기업의 정체성 형성과정에도 많은 시사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의 정체성 중에서도 본 연구는 개인의 경력관련 정체성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특히, 개인의 경력관련 정체성을 다룰 때 다른 개인들과의 비교를 통해 범주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경력관련 정체성 역시 고려의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개인의 경력정체성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한다는 말은 개개인이 속해져 있는 노동시장에 대한 구조적 특성 또한 파악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노동시장과 관련된 기존의 논의 역시 고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시장과 개인의 경력을 둘러싼 기존의 논의를 간단히 정리하면, 기존의 논의는 주로 계층, 직업, 수입, 승진, 그리고 이직 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Blau and Duncan 1967, Doeringer and Piore 1971, Baron and Bielby 1980, Baron et al. 1986, Hannan 1988, Granovetter 1994, Haveman and Cohen 1994). 이러한 논의들은 인적자본론 그리고 네트워크와 같은 미시적 접근방법에서 기업의 다양한 내적 특성들을 강조하는 구조주의적 관점 그리고 조직을 둘러싼 다양한 시장적 혹은 환경적 역할을 강조하는 노동시장분절론 혹은 조직생태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방법을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cf. Grusky 1994).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경력과 노동시장에 대한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경력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되는지에 대한 논의 역시 노동시장에 관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부재한 것이 사실이다. 즉, 기존의 노동시장에 관련된 연구는 개인의 경력정체성은 주된 관심주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간단하게 살펴본 정체성과 노동시장에 대한 기존 논의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개인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구체적인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정체성과 노동시장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 이론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