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주제는 정치적 민주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이중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안사회운동을 통해 민주주의의 내적 한계가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는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한 제3세계의 맥락에서는 최근까지 크게 쟁점화되지 ...
본 연구의 주제는 정치적 민주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이중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안사회운동을 통해 민주주의의 내적 한계가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는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한 제3세계의 맥락에서는 최근까지 크게 쟁점화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확립이 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보편적 시민권과 참정권이라는 최소주의적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절차적 제도로 공고화되는 과정에서 대의민주주의의 내적 모순이 급속도로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회복되었지만 실질적이고 내용적인 민주주의는 심각한 괴리현상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곳곳에서 두 세계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 하나는 제국이며, 다른 하나는 제4세계이다. 제국이 영토적 경계에 좌우되지 않는 새로운 지배질서, 즉 탈영토화를 원리로 지구 전체를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라면, 제4세계는 제1, 2, 3세게에서 배제되고 주변화된 삶으로 내몰리는 빈곤층의 세계다(조정환, 2002). 제국의 질서는 빈곤한 제4세계를 부단히 창출하면서 유지되는 질서이며, 그 결과 제국은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제국은 어디에나 있고 제4세계 역시 어디에나 있다. 즉 양극화는 자본내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국과 제4세계 사이에서 국민국가의 역할이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민주주의, 시민성, 시민사회와 같은 개념도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신자유주의와 시장효율성의 가치가 정치에 대해 갖는 부정적 효과는 민주화 이후 민주정부들이 성립한 시기와 겹쳐진다. 여기서 신자유주의의 효과는 공적 영역보다는 사적 영역을, 국가와 정치와 민주주의보다는 시장의 확대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는 사회의 모든 하위구성단위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이었다. 민주적 정부가 신자유주의 시장효율성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것은 자본주의와 서구문명의 우월성이 결합되어 정상적, 지배적 헤게모니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본주의란 서구문명의 우얼성이란 진보와 발전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성장이데올로기이다.문제는 성장-효율성이 민주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지는 않지만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우려스러운 환경파괴와 사회적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부작용은 '민주주의, 여전히 희망의 언어인가?'라는 회의를 라틴아메리카 정부와 시민사회 일각에서 들게 하고 있다.
국가의 원리와 시장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라틴아메리카 대안사회운동은 공동체의 원리로부터 해방의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구성원들 간에 수평적으로 작용하하는 정치적 의무와 일반의지를 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참여와 연대를 통해서만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조할 수 있으며, 자치와 자주관리, 원심력적 분산과 참여민주주의,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과 협동에 토대를 둘 때 새로운 삶의 질을 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장된 정치는 사회적,문화적, 개인적인 것을 정치화시킬 때 비로서 가능해지며, 권력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권위주의적 근대화의 미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런 맥락에서 라틴아메리카 사회운동을 저개발된 국가의 빈곤한 사람들의 그렇고 그런 저항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물질적 총량의 척도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편협합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지구화 시대의 복합적인 사회위기와 새로운 국가성과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팀은 새롭게 성장하는 라틴아메리카 대안사회운동을 주체별, 지역별, 부문별로 나누고 서로 교차시켜 사례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또 이러한 고려에 따라 라틴아메리카를 북부지역(멕시코, 중미, 카리브국가), 안데스지역(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콜롬비아, 볼리비아), 남부지역(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의 세 지역으로 나누어 구체적 사례분석을 할 예정이다. 본 연구팀이 구체적 사례를 통해 분석하는 대안사회운동에 대한 연구는 지역에 기반을 토착주의 프로젝트이면서 다양한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하는 보편적 프로젝트이다. '위로부터의 세계화'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는 권위주의 대신에 민주주의를, 획일성 대신에 다양성을, 집중화 대신에 탈중심화를, 종속 대신에 자율적 주권을, 폐쇄성 대신에 개방성을 실천하는 대안사회운동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라틴아메리카 대안사회운동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