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와 공학의 수행 그리고 기술의 이용에 관련된 윤리학적 기본 원리들을 고찰하고, 이와 관련하여 과학연구가와 공학자들이 연구 및 기업 환경에서 겪게 되는 도덕적 윤리적 문제들이 무엇인지 이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사례들이 논의되며, ...

과학연구와 공학의 수행 그리고 기술의 이용에 관련된 윤리학적 기본 원리들을 고찰하고, 이와 관련하여 과학연구가와 공학자들이 연구 및 기업 환경에서 겪게 되는 도덕적 윤리적 문제들이 무엇인지 이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사례들이 논의되며, 이의 해결에 필요한 윤리학의 여러 개념적 도구들이 도입된다.
이를 통해 연구가와 공학자들이 그들의 자신들 뿐 아니라, 그들이 현대인 일반에게 미치는 윤리적 문제들을 자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여, 연구가로서 그리고 공학자로서의 인격의 함양과 장인정신의 구축을 통해 인간적 자부심을 획득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론적 실천적 기초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21세기 지식 ․ 정보화 사회를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문명의 변화 속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의 문명, 특히 과학기술의 변화와 이에 따른 예측할 수 없는 문화적 사회적 구조의 대변혁으로 인하여, 도덕적 위험(moral hazard)을 느낄 정도로, 윤리적 문제들이 급격하게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 윤리 이론들(공리주의, 의무론, 계약주의 등)은 옳음을 그름으로부터 분리해내기 위하여 사용되는 원리들과 규칙들에서 서로 다르고, 그들이 목적과 수단을 균형 잡는 방식에서 서로 다르다. 따라서 각각의 이론들이 잘 적용되는 사례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다.
공학윤리 교육은 자신에게도 그러한 일이 언제 닥칠지도 모르므로 그러한 현장에 가상적으로라도 처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해 가상적인 사고의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사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최소화하는 사전 예방 시스템의 구축하는 것이다. 즉 방치하면 자칫 윤리적 위기로 비화될 수 있을 윤리적인 문제들을 미리 예상해 봄으로써, 그러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처하는 것이다. 공학윤리는 한마디로 예방윤리이다. 이러한 예방윤리의 확립에 이 연구의 목적이 있다.

공학이 사회적 실험이듯이, 공학 윤리는 학문적 문제이기 보다도 사회적 윤리이며, 동시에 사회가 이를 뒷받침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공학 윤리는 비도덕적이고 탈 윤리적인 의지로 성립된 어떤 믿음들의 집합을 채택하여 그것을 가르치 ...

공학이 사회적 실험이듯이, 공학 윤리는 학문적 문제이기 보다도 사회적 윤리이며, 동시에 사회가 이를 뒷받침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공학 윤리는 비도덕적이고 탈 윤리적인 의지로 성립된 어떤 믿음들의 집합을 채택하여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엔지니어나, 경영자, 시민들이 기술과 관련된 활동에 의해 발생된 윤리적 문제들을 만날 때, 이를 처리하는 능력을 갖도록 논리적으로 훈련시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학 윤리적 판단이란 특수한 판단이 아니라 기술과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는 거의 대부분의 판단 속에 내포되어 있다. 공학윤리란 다른 윤리와는 달리 재난을 염두에 두고 공중의 안전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공학자는 공학 윤리를 통해 기술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발생되는 여러 사건들과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공학이란 학문은 과학과 달리 사회와의 직접적 상호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 공학자는 그들이 내리는 기술판단이 단지 기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을 주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은 반드시 올바른 윤리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다주게 된다.
따라서 공학윤리는 공학자에게 전문가로써 이 사회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공학윤리의 실패가 가져다주는 참사를 예방하는 예방윤리이다. 이러한 공학윤리는 공학자의 몫뿐만 아니라 기업과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해결해야 할 이론적 과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이론적 과제는 도덕 판단의 범위를 미래와 지구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하여 미래 세대와 자연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즉, 이와 같은 의무와 책임 확대의 윤리학적 근거가 무엇인 ...

본 연구에서 해결해야 할 이론적 과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이론적 과제는 도덕 판단의 범위를 미래와 지구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하여 미래 세대와 자연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즉, 이와 같은 의무와 책임 확대의 윤리학적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기존 윤리학에 익숙한 사람들은 시간대 논증(argument from temporal location), 무지 논증(argument from ignorance), 불확정성 논증(argument from contingency) 등을 통해서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누구도 한 사회 체계 내에서의 자신의 역할이나 기능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연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근원적으로 부정한다. 윤리학은 이러한 반론에 맞서서 미래 세대와 지구 생태계 전체에 대해서 우리가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밝혀야 하는 이론적 과제를 안고 있다.
두 번째 과제는 도덕 판단의 기준을 심정-의무 중심에서 결과-책임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윤리학은 결과를 기준으로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한 행위가 야기한 결과는 매우 다양한 측면을 가지기 때문에 우리가 모든 결과를 다 고려할 수는 없다. 그 결과들 가운데는 도덕적으로 유관한 결과도 있고 무관한 결과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유관한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고 나머지 결과는 무시해야 한다. 따라서 윤리학은 도덕과 유관한 결과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는 가치론이라는 매우 논쟁적인 영역으로 윤리학을 끌어들이게 되겠지만, 윤리학이 결과 지향적 성격을 지니는 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이론적 과제이다.
이와 더불어 윤리학은 결과 계산의 범위 및 결과의 계산 가능성이라는 기술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대 과학의 도움으로 인간의 결과 계산 능력이 상당히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결과 계산의 범위도 시․공간적으로 확대되었고, 정확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러나 요나스의 지적대로 기술적 행위 능력을 증대시킨 지식과 결과를 예견하는 지식 사이에는 발달의 차가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렵거나 결과에 대한 예측이 상반될 경우, 결과 지향적인 윤리학은 도덕 판단의 불확정성(indeterminacy)이라는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런 난점에 대한 이론적 대비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요나스가 미래 투사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좋은 예측에 대한 나쁜 예측의 우선성을 논증한 것과 같은 이론적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윤리학의 세 번째 이론적 과제는 집단이나 조직체 또는 제도를 도덕적 책임 주체로 설정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기존 윤리학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집요하게 집단이나 조직체는 도덕적 책임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회사와 같은 집단이나 조직체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격의 특징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집단이나 조직체를 개인들과 도덕적으로 동등한 인격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대 책임 또는 집단책임은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책임의 방기 내지 책임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윤리학은 이러한 반론들에 맞서서 집단책임 내지 연대책임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집단책임을 분배하고 조직화하는 방법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윤리학은 도덕적 객체의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명백한 도덕적 지위의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이론적 과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윤리학에서 제기된 도덕적 지위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그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나름의 도덕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도덕적 객체의 범위를 확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인간이 아닌 존재와 자연의 도덕적 위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이들이 도덕적 고려 안에 포함될 때에 이것들의 도덕적 위상에 대하여 분명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의 여러 관점들을 집대성하여 새로운 윤리의 정립에 활용하고 이를 실상황에 응용하면 분명 그 효과를 기대할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