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홍콩, 타이완 등 이른바 동아시아권에 속하는 나라들에서도 급속히 진행 중에 있는 ‘문화적 전환’(혹은 혼돈)을 배태한 여러 조건들에 대한 탐구로부터 출발한다. 이 탐구는 동아시아라는 권역적 특수성과 연계되어 있는 일련의 역 ...
본 연구는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홍콩, 타이완 등 이른바 동아시아권에 속하는 나라들에서도 급속히 진행 중에 있는 ‘문화적 전환’(혹은 혼돈)을 배태한 여러 조건들에 대한 탐구로부터 출발한다. 이 탐구는 동아시아라는 권역적 특수성과 연계되어 있는 일련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관계성이라는 차원, 또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지역화 과정 속에서 빠르게 변형중인 정보/지식사회 네트워크화라는 차원을 다 같이 끌어들인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이라는 일국적 차원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권역적 차원에서 전개되어 온 문화적 전환을 상호 비교하고 포괄하였으며, 나아가 그 전환의 맥락을 전지구적 차원에서의 문화 생산 조절 환경 안에 위치시켜 탐색하였다. 더불어 본 연구는 문화생산과 조절의 세력 및 주체들에 대해서도 주목함으로써, 아시아 산업 구조와 문화 시장 환경의 실상을 파악하고 그것이 문화생산주체와 소비주체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문제화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최근 문화조절 양상과 기제를 제일차적인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1차년도에서는 주로 문화 ‘조절’에 초점을 맞춰,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서 각기 벌어지고 있는 일국적이고 권역적인 차원에서의 문화 조절 양상을 국가와 사회 간 관계, 산업과 시장 간 관계 등 여러 층위에서 분석하였다. 포스트 사회주의중국에서 국가와 시장, 공중문화와 대중문화, 국영기업과 사기업에 걸쳐 관방과 민간은 공모적 공존 및 공공적 갈등 관계라는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 온라인 만화 생산과 소비과정을 추적한 결과, 지난 10여 년간의 한국 사회 문화 환경의 변화, 즉 인터넷의 확장과 IT 산업의 부상, 신세대 문화의 등장과 소비 성향의 변화 등이 드러난다. 이는 문화적 가능성인 동시에 국가 지원 신흥산업(출판시장의 상대적 소홀)으로서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한국 <소리바다> 소송과 중국의 <삼면향(三面向)> 현상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는 양국 인터넷 저작권제도를 둘러싼 문화 조절 현상을 고찰한다. 한일 ‘문화번역’ 현상(정체성 변이까지 포함하는)을 주로 청소년 출판물 시장 환경의 변화를 통해 추적해보고 있는 또 다른 연구는 문화소비계층 변동이라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있는 하위문화로서 청년문화의 범주와 경계를 새롭게 설정하기에 이른다.
2차년도에서는 1차년도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를 적극 수용, 국가정책, 산업, 시장, 권역적 문화 정보 생산 레짐(regime) 등의 동아시아 문화 조절과정에 조응하는 과정으로서 문화 생산과정에 연구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문화 ‘수용자(audience)’와 ‘소비(consumption)’에만 주목하거나 미디어를 통한 표상(representation)에 중점 두어온 기존 연구 경향과는 달리, 본 연구는 문화 생산과 조절의 주체들,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세력 경합 혹은 교섭이라는 운용 과정까지도 포착하고자 한다. 이 과정이 전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어야만 권역적 차원에서 문화‘생산’과정이 비로소 구체적으로 서술 가능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구방법론으로는 지역연구와 문화연구를 접목시키고, 관계론적 인식을 바탕으로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고자 했다. 이 연구의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방법론은 대안적 지역 연구의 그것을 따른다. 즉 동아시아 지역 문화에 대한 본질주의적, 편의주의적, 오리엔탈리즘적 접근을 지양하고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연구의 핵심 대상은 동아시아 지역 및 일반적으로 이 권역에 속하는 것으로 범주화되는 특정 국가들이다. 지역은 복수의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단지 그 국가들의 숫적 총합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구성 요소들의 ‘관계’의 조합, ‘상호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특수성은 ‘구심적’인 시각으로는 결코 규명될 수 없다. 따라서 관계론적 인식 및 그에 적합한 방법론의 계발이 요구된다. 이 연구의 핵심 대상은 동아시아 지역 및 일반적으로 이 권역에 속하는 것으로 범주화되는 특정 국가들이다. 그것은 구성 요소들의 ‘관계’의 조합, ‘상호작용’의 산물로써, 이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특수성은 ‘구심적’인 시각으로는 결코 규명될 수 없다. 따라서 관계론적 인식 및 그에 적합한 방법론의 계발이 요구된다. 이 연구는 사회학적, 경제학적, 인문학적 시각의 상호 참조, 공동 작업을 통해 협의의 실증적인 연구나 공론(公論)적 성향이 강한 정책적 연구의 틀을 넘어서고자 하였다. 학제간의 결합은 문화생산과 조절의 개념 및작동의 범위를 전복적으로, 새롭게 재발견/재문맥화하는 데에도 실제적인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