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술은 사상, 철학, 문화, 기술, 기타 사회의 제도적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영향하에서 출발하였다. 이런 상황하에서 특히시각 문화는 빠르게 새로움을 요구했고, 형식적 변혁의 시기가 20세기 전반에 이루어졌다. 그것을 우리는 '역사적 아방가르드,' 또는 '모더 ...
20세기 미술은 사상, 철학, 문화, 기술, 기타 사회의 제도적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영향하에서 출발하였다. 이런 상황하에서 특히시각 문화는 빠르게 새로움을 요구했고, 형식적 변혁의 시기가 20세기 전반에 이루어졌다. 그것을 우리는 '역사적 아방가르드,' 또는 '모더니즘' 시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1950년대 이후 모더니즘이 소위 절정을 맞이했을때, 미술에서 점차 새로움은 색다름으로 변화하면서 모더니즘의 형식, 내용, 정신, 기술에 반하는 작품들을 양산하게 되었다.
그것은 거대한 탈모더니즘의 시작이자, 후기모더니즘 미술의 출발이었다.
후기모더니즘은 단순히 형태적 변형이기보다는 후기구조주의라는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기구조주의는 구조주의적 언어 분석의 허점을 지적하는데, 특히 언어속에 내재되어있던 오류들중에서, 기표와 기의의 1:1 대응관계, 임의적이지만 차이로 인해 작동한다던 소쉬르의 견해가 매우 단선적일뿐 더러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어를 구성하는 기의와 기표는 그처럼 단순하거나 명쾌한 상태로 조응하는 것이 아니며, 맥락과 청자의 역할이 화자나 말 그자체에 못지 않음을 밝혔으며, 기표에 의해 지칭되던 기의는 실은 어떠한 의미에 이르지 못하고 끝없이 밀려나는 것 뿐임을 지적했다.
결국 이런 논의도 하나의 '말'에 지나지 않기에 중요한, 절대적인, 본질적인, 진리나 그것의 전달의 불가능성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인간 인식의 여러 도그마들을 불완전한 상태의 열린 것으로 인정하게 된다.
후기구조주의의 탄생이 미술이론에 적용됨으로써 동시대 미술작품의 이해와 해석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된다. 이것을 주도했던 그룹은 미국의 옥토버라는 미술논집을 통해서인데, 여기에는 로잘린 크라우스를 비롯한, 포스터, 부흘러, 부아, 클림프, 미켈슨, 솔로몬 고도, 닉슨, 기타 여러 미술 비평가, 학자들이 필진 또는 편집인으로 속해있다.
이들은 종래의 미술사와 이론이 고전적인 방식에 머물고 있음과 논의의 허점을 강조한다. 반대로 새로운 작가성, 작품제작 방식, 주류 해석에서 벗어난 시점을 적용시켰는데, 1960년대 이후 탈-모던, 반-모던한 작품뿐 아니라 모더니즘 시기의 작품들도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역량이 점차 학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옥토버는 후기모더니즘 미술이론의 모체가 되었는데, 본 연구는 이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진행되었던 미술이론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점차 영향력을 발산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후기구조주의, 언어학, 기호학, 페미니즘, 심리학, 후기식민주의, 기타 반 관념론적 철학의 결과들과 현대미술품들을 연결시키고, 여러 이론들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확장시킴으로써, 미술 이론의 방법론과 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또한 이들이 담론화했던 많은 개념들이 미술품의 재생산에 적용됨으로써 하나의 제도로서 현대미술의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미술비평의 방향을 과거, 작가론이나 형식론 위주에서 과감히 탈피시키고, 새로움의 전통에 대한 헌신을 통한 구조적 변화의 척도로서 평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크라우스와 포스터는 이런 방향에서 가장 적극적인 비평활동을 펼쳤다.
후기모더니즘 미술 이론은 1970년대 후반에 등장, 80년대 구체화되고, 90년대에는 그 절정을 구가하면서 30여년 이상 미술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1990년대 이후, 이들의 학술적 활동이 반제도적 경향을 모색하는 대신, 스스로의 견해를 제도화시키는데 앞장서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또한 모더니즘으로부터 완벽한 결별이 아닌, 모더니즘으로의 회귀라는 애매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후기모더니즘 미술 이론의 본질에 의문을 갖게 하고, 현대미술의 여러 현상 설명에도 만족스럽지 못하게 느껴지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이번 연구는 후기모더니즘 이론의 공헌도, 즉 현대미술 이론의 담론화를 짧게 정립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후기모더니즘 미술은 이론의 적용 범주로부터 조금씩 이탈, 변형, 또는 쇠퇴하고, 그 실체가 모호해짐에 따라, 이론 적용의 힘도 잃어가게 되는데, 후기모더니즘 이론이 지금의 미술 현상에 적절한 이론적 틀을 제공하는데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논의해보려 한다.
옥토버의 중심 인물들인 크라우스와 포스터는 후기모더니즘 미술의 현 단계에 대한 불편한 지적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것이 본 연구의 가장 큰 중심이라 하겠다. 이것이 현 미술의 현상들이 이미 시대적으로 후기모더니즘 이론으로부터 결별하고 있는 것인지, 연구자들이 모더니즘 시기의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역설적으로 증거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런 증후 모두가 ‘후기모더니즘 이론’ 자체의 한계인지를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